글/안나영(서울대학교 대학원 스포츠경영 석사과정)
◎ 여자럭비의 출발점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여자축구는 최초로 국가대표팀을 결성, 20년만인 2010년 U-20 여자월드컵 3위, U-17 여자월드컵 우승, 수원피스퀸컵 우승, 그리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여자축구신화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같은 해였던 작년, 같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급하게 결성되어 국가대표 ‘무궁화’마크를 달고 처녀출전을 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여자럭비국가대표팀이다. 12인으로 구성된 팀에는 전직 PD,
전 육상선수, 대학원생, 대학생, 심지어 여고생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진-한국일보&대한럭비협회>
◎ 6전 전패 그리고 비인기종목의 서러움까지
작년 7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하여 경험을 쌓기 위해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4전 전패를 경험,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6전 전패, 총 실점239점(득15점), 8개팀이 참가하여 8위.
5개월이라는 짧은 훈련기간과 다른 종목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을 포함하여 운동선수 경력이 전무한 일반인까지 외인구단으로 구성되어 대회를 나간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1승을 꼭 안겨드리고 싶었던 선수들은 6전 전패를 안겨드린 것에 대해 굉장히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보다 더욱 선수들이 아쉬워했던 것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다.
정말 아는 사람만 안다고 스포츠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 일부 타 종목의 감독, 선수들 외에는 여자럭비국가대표에 아니 럭비에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여러 차례 매스컴도 타고, 올 해 들어 두 번째 선발전을 치루면서 대한럭비협회는 뉴스와 기사를 통하여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보는 이, 듣는 이,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는 것은 선수들로 하여금 매일 반복된 훈련과 미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데에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것은 비인기종목이 안고 있는 특징 중에 하나이지만 여자럭비뿐만 아니라 남자럭비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럭비를 하는 선수층이 얇아 국제적인 러거로 육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학진학도 어려운 실정이다. 여자럭비 역시 명색이 국가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대회기간이 끝나면 복귀할 팀이 없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대학팀과 실업팀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힘들고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다가오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오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하여 선수들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에서 패스훈련, 리시브훈련, 체력훈련 등 바쁜 합숙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번에 구성된 팀에는 총 24명이지만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기말고사 기간인지라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이 조금 넘는 인원으로 훈련이 진행되는 데 선수들은 힘들어도 즐거워하며 야간훈련까지 할 만큼 럭비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곧 다가오는 8~9월에 있을 국제대회에서의 1승이다.
◎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럭비의 매력’
럭비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결같이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트라이를 찍을 때의 짜릿함’이 럭비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또한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스포츠를 통하여 표출할 수 있으며 신사적인 경기운영방식을 지닌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 것 또한 럭비의 매력이라고 한다.
럭비는 15인제, 7인제로 구분되는데,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오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여자럭비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것은 7인제이다. 파워풀하고 힘과 체격이 돋보이는 15인제와 달리 7인제는 스피드가 우선이다. 그리고 경기 시간이 전·후반 각 7분씩, 휴식1분 총 15분이며, 경기장 규격이 15인제와 같아 높은 기술수준과 체력수준도 요구된다.
<사진-스포츠서울>
아마도 정확하고 섬세한 기술과 쉼 없이 반복해서 뛰어야 하는 체력 때문에 고강도 훈련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힘든 과정을 이겨내려고 하는 것은 진정한 럭비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럭비의 매력에 좀 더 빠져들 수 있도록 훈련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팀의 가장 어리고 막내의 역할을 하고 있는 송소연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럭비 국가대표 송소연 선수>
Q. 본인에게 있어 럭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럭비 경기를 보면 선수들끼리 공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자신을 희생하고, 서로를 도와가며 트라이를 하기 위해 많은 고난을 겪는다. 상대방의 태클에도 불구하고 공을 놓치지 않고 뛰는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트라이를 하는 순간 선수들의 표정에서 들어나는 그들의 희열은 응원석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몇 개월 동안 피땀 흘려 운동한 선수들은 초록 잔디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뽐내며 시합을 즐긴다. 이렇게 노력하고 서로 즐기는 모습이 럭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럭비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어린 시절, 아버지와 오빠가 럭비 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자랐다. 그 당시 어렸던 나에게는 럭비라는 것 자체가 무섭고 두렵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지금 내 나이인 고3 시절 적어둔 다이어리에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기들이 럭비라는 것을 통해 끈끈한 의리와 우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고, 아버지를 본받아 아버지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럭비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발견하였다. 어린 시절의 난 아무것도 몰랐지만 어느덧 19살이 되었고, 난 예전의 오빠와 아버지가 느끼셨던 마음이 현재 내 마음과 일치했고 럭비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Q. 팀의 막내로서 좋은 점이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좋은 점은 너무 너무 많아서 추스르기가 힘든데.. 일단 막내라서 언니들한테 투정도 잘 부리고 장난 끼가 많은 데 다 잘 받아주면서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챙겨주는 것, 그리고 내가 언니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과 언니들한테 모르는 기술이나 용어 같은 것도 물어볼 수 있고 직접 화이트보드로 설명하며 알려주는 것이 좋다! 그냥 막내라 막내라서 좋다! 나쁘거나 힘든 점은 없지만 구지 말하자면, ‘막내라 힘든 점이나 불편한 점이 없느냐’고 물어 보는 인터뷰가 제일 싫다.
Q. 럭비를 하면서 본인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A. 개인적인 목표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기본부터 튼튼히 쌓아서 럭비를 하는 동안 좋은 선수가 되도록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팀 언니들과의 호흡을 맞춰 연습게임도 뛰고 싶고 점점 실력을 쌓아 국제대회에도 참가하고 싶다!
여자럭비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럭비에 대한 열정과 애정 그리고 목표가 뚜렷하다. 그러나 여자 럭비국가대표. 이들은 승리에 목말라있는 것과 같이 많은 관심과 응원에도 목말라있을 것이다.
여자축구는 많은 인기를 얻고 좋은 성적을 내며 황금기를 맞이하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스포츠에서 벗어나 서서히 인프라를 구축해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먼 훗날의 여자럭비도 사람들에게 반짝 비추어졌다가 잊혀지는 스포츠가 아니라 많은 인기와 호응을 얻는 종목이 되어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열심히 넘어지고 뒹굴고 뛰면서 훈련하고 있을 여자럭비국가대표선수들을 위하여 파이팅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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