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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리얼: ‘리얼’이라 쓰고 ‘휠체어농구’라 읽는다』


                                                                      

                                                              글/ 김을환(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코칭 대학원 석사)


1. 리얼과 휠체어농구

휠체어농구는 <리얼>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휠체어농구가 뭐야? 그리고 뭐가 <리얼>이란 얘기야?’라고 되물을 것이다. 그러나 만화책 <슬램덩크>를 쓴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2000년부터 현재 10권 까지 연재하고 있는 휠체어농구를 소재로 한 만화책의 제목이 <리얼>이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꼭 봐야할 작품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물론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작가‘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벌써 <리얼>을 보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리얼>은 이미 한국에서만 1000만권 이상이 팔렸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 역시 그 사람들 중의 한 명이며, 10권 까지 소장을 하고 있으며, 어서 빨리 한국에서 11권이 출간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은 1년에 겨우(?) 1권 씩 나오는 작품으로, 그 만큼 작가가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필자가 휠체어농구를 처음 시작한 2001년도와 비교해서 지금도 여전히 휠체어농구는 대중들의 관심 밖에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도대체 언제쯤 단 한 번이라도 휠체어농구가 만화책 <리얼>처럼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1000만 관중은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매 대회 때마다 관중석의 10분의 1이라도 찼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작품 <리얼>을 밴치마킹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말하는 휠체어농구의 농구의 <리얼>은 어떤 작품인지 한 번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2. 대한민국 VS 일본

  일본은 약 100여개 정도의 휠체어농구팀이 있으며, 지난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8강에 드는 실력을 보여주었고, 자체 일본리그도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비해서 아주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대한장애인농구협회(http://www.kwbf.or.kr)에 등록되어있는 팀은 장애인(19개), 비장애인팀(10개)을 모두 합쳐도 29개 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팀들 간의 수준차도 많이 나고, 실제로 1부 리그라고 불리는 팀은 약 8개 정도인데, 그 중에서 우승을 다투는 팀은 또 약 2~3개 팀에 불과하다. 그리고 대다수의 휠체어농구팀은 클럽의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으며, 지원 또한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에 일 년에 몇 개 있는 단일대회 조차 참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2010년 서울시청 직장운동경기부 휠체어농구실업팀(
http://club.cyworld.com/wheelchairbasketballteam)의 창단을 시작으로 타 시·도에서도 실업팀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하니 휠체어농구선수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운동에만 전념을 할 수 있을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또한 실업팀의 창단이 실력향상으로 이어져서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대한민국 휠체어농구가 일본을 넘어서서 4강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실업팀 창단이 먼저냐 실력향상이 먼저냐에 관계없이 휠체어농구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필자는 소망한다.

                                          (2008년 동아시아대회에서 한국팀과 일본팀)
                                                    
자 그럼 <리얼>로 들어가 보자. 그럼 왜 이렇게 휠체어농구가 인기가 없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그대로 만화책 <리얼>에 자세히 나와 있다. 근육이 점점 약해져 가는 루게릭병에 걸린‘마야’는「휠체어농구는 사회면에나 실리는 하나의 미담일 뿐, 스포츠면에 실릴 수 있는 흥분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장애인스포츠를 스포츠가 아니라 여전히 재활이나 생활체육 그리고 장애인복지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1944년 영국의 스토크맨더빌 병원에서 처음 휠체어농구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재활의 측면에서 시작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현재 휠체어농구는 패럴림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되었고, 4년 마다 한 번 씩 세계선수권대회(골드컵)가 열리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휠체어농구 프로리그가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2014년 대한민국 고양시에서 바로 휠체어농구 세계선수권대회인 GOYANG 2014 World Wheelchairbasketball Championship이 개최된다. 올해에도 고양시에서 2012 런던 패럴림픽 휠체어농구 예선이 열린다고 하니 휠체어농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휠체어농구선수들은 패럴림픽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휠체어농구를 통해서 자신의 꿈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3. 울며 겨자 먹기

  스포츠는 재미와 박진감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있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 누누이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요소들을 휠체어농구는 가지고 있는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또한 충분히 없다. 모순적인 말이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여러 요인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에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단순히 휠체어농구 하나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말했듯이 실업팀의 창단과 실력향상은 자연스럽게 서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휠체어농구선수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몇 년 전에 휠체어농구선수들이 모여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그 해결책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 중에 하나가 휠체어농구를 일반시민들이 좀 더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보자는 것이었다. 기존의 홍보방식은 단일 휠체어농구대회가 1년에 약 7개 정도 열리는데, 이 때 경기장 앞에서 대학생자원봉사연합동아리인‘WheeBa 휠농폐인(http://Wheelchairbasketball.cyworld.com)’자원봉사자들이 휠체어농구체험의 장을 마련해서 일반시민들이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슛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큰 대회의 결승전은 KBS에서 중계방송을 해주기도 한다. 그런 데,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면 많은 관중들이 한 쪽에 모여서 아주 열띤 응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중들은 모두 조작(?)이 된 것이다. 일반 비장애인비인기스포츠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는 자원봉사할애시간도장을 받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단체로 초·중·고등학생들이 경기장을 찾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관심마저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필요한 것이 사실일 수밖에 없다.  
  

                                         (넘어진 선수를 일어켜주는 방법(이용호 作)) 


4. 슬램덩크와 리얼의 만남

  그럼 과연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휠체어농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변화시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있다! 그것은 바로 휠체어농구선수들을 이용한 체험의 홍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마음이 서로 맞는 젊은 휠체어농구 장애인선수들과 비장애인선수들이 함께 야외에 나가서 휠체어농구를 했다. 항상 연습을 하던 실내코트가 아니라 야외 우레탄 코트에서 3:3 농구를 하면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홍보를 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길거리 휠체어농구라고 할 수 있다. 야외 농구코트는 여러 개가 서로 붙어 있는데, 우리는 골대 하나만 차지하고 우리들만의 플레이를 하면서 즐기면 된다. 그러면 관중들은 순식간에 우리주위를 둘러싸게 되고, 휴식시간이면 먼저 비장애인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직접 휠체어농구를 같이 하는 것이다. 휠체어농구를 매개체로 어울리면서 하나가 되는 이 순간이 바로 <슬램덩크>와 <리얼>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후에도 몇 번 이루어진 이러한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날씨로 인한 야외코트의 한계를 느끼며 만남은 다시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요즘과 같이 이렇게 좋은 날씨에는 다시 한 번 <리얼>한 <슬램덩크>를 시도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 

5. 당신의 열정이 바로 리얼

  자 그럼 다시 <리얼>로 들어가 보자. <리얼>은 장애인스포츠의 한 종목인 휠체어농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슬램덩크의‘사쿠라기’(한국이름 강백호)의 덩크슛과 같은 화려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농구를 중심으로 장애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휠체어농구를 하면서 겪게 되는 아주 다양한 경험을 정말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리얼>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pzurassic.tistory.com) 

매번 대회 때 마다 신기록을 세우며 육상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던‘토가와 키요하루’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골육종이라는 병에 걸려 무릎을 절단하고 발목을 무릎처럼 사용하게 되는 리버스수술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잃어버린‘키요하루’는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육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지금‘키요하루’는 트랙이 아니라 농구코트에서 가장 빠른 휠체어농구선수가 되려고 휠을 굴리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인‘다카하시’는 고등학생으로 자신의 학교에서 농구부를 이끌면서 모두로
부터 인정을 받는 최고의 농구선수였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인해서 하반신이 마비가 되고 필자와 같은 척수장애인이 된다. ‘다카하시’는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까지 너무나 험난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과연 그가 휠체어농구선수로서도 최고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주인공인‘노미야’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그만 자신의 실수로 여자친구가 하반신마비가 된다. 이로 인해서 굴곡 많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노미야’, 그는 휠체어농구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꿈을 다시 이루려고 노력하게 된다. 비장애인‘노미야’는 왜 휠체어농구 곁에 머물게 되는 걸까? 그는 아마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이 하나로 서로 닿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휠체어농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을 하고, 휠체어농구에 대한 박진감 넘치는 삶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장애, 그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가 않다. 아니 처절하게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을 하게 되고 꿈을 꾸게 된다. 그것이 바로 <리얼>이 필자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리얼>이 휠체어농구를 소재로 이야기하는 것은 여느 다른 종목의 스포츠만화와 다르지 않다. 그 다르지 않음이 바로 <리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신은 이 <리얼>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가?
그럼 지금 바로 만화책 <리얼>이 아닌 당신 삶의 <리얼>로 뛰어 들어가 보기를 권유한다. 당신의 열정과 농구공 하나면 충분할 것이다. 

 

                                                (2010 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

P.S  그런데 여기서 잠깐! 휠체어농구에는 포인트 등급이 있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서 1포인트에서부터 4.5포인트 까지 있는데, 경기에 5명이 경기에 나설 때,
총 포인트의 합이 14포인트를 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의 정도가 심할수록 포인트 등급이 낮은데,
이렇게 포인트 등급을 둔 이유는 14포인트를 맞추기 위해서는 포인트가 낮은 중증장애인이 반드시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비장애인이라면 등외등급을 받을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현재 고양시홀트휠체어농구팀(
http://wheelchairbasket.cyworld.com)에서 2포인트 등급 선수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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