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혜미(성결대학교 한국학부)
『스포츠를 한 편의 드라마라 많이들 표현한다. 오직 인간의 신체와 정신의 능력으로 극과 같은 드라마 같은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 그 순간 다른 사회적 가치가 아닌 오직 인간의 능력으로만 가치척도가 정해지는 것. 스포츠. 그렇기에 우리는 그 자체가 드라마틱한 스포츠를 극이라는 장르로 옮겨 좋아한다. 한순간의 장면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 극에서는 그 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역으로 그 숨은 이야기 속의 실제 인물들을 찾아가며 극과 실제는 어떤 점에서 다르고 비슷한지 보고자 한다. 실제와 현실 속에 균형을 잡으며 가장 극적인 스포츠를 만드는 사람들. 선수와 스승이라는 이름의 그들의 숨은 땀방울을 재조명 하고 싶어서이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시간 농아 야구부원들이 일본 고교야구대회 갑자원(고시엔)에 도전한 이야기를 그린 만화 머나먼 갑자원의 오키나와 기타지로 농아학교 야구부의 이야기이다.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오키나와에는 풍진에 감염되는 산모가 많았다고 한다. 임신 중에 산모가 풍진에 걸린 경우 청력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주인공인 아이들 역시 그렇게 해서 듣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주인공 소년은 아는 형을 따라 갑자원(고시엔) 대회에 갔다가 야구가 주는 감동과 희열에, 그라운드에 서서 자신이 함성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와 어떻게 똑같고 다를까?
실제 이 작품은 1964년 오키나와에 유행했던 풍진의 영향으로 태어난 풍진 장애아를 교육시키기 위해 오키나와에 설립된 기타지로 농아학교의 야구부의 실화이다.
그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한 갑자원(고시엔)대회란?
갑자원, 일본어로는 고시엔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봄과 가을에 열리는 일본의 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다.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즈'팀의 경기장인 고시엔 경기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갑자원 대회라고 부른다. 전국 4000여 팀이 출전하여 지역 예선을 거쳐, 40여팀이 본선에서 겨루는 큰 대회인 갑자원은 일본에선 프로야구보다 인기가 더 높을 정도다. 이치로나 마쓰이, 마쓰자카가 모두 이 갑자원에서 발굴된 스타이다. 갑자원에선 진 팀의 선수들은 갑자원 구장의 흙을 담아가는 특이한 관행이 있다. 아마도 내년에 다시 여기와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1981년, 이 갑자원에 기타지로 농아학교 학생들이 도전한다. 수화를 할 줄 알며, 항상 장애우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헌신적인 야구팀 코치와 교장선생님 덕분에 야구팀은 창단되었지만, 지역 연맹에 가입하려 하자 큰 반발에 부딪치게 된다. 특수학교는 가입할 수 없다는 야구연맹의 회칙 때문이다. 한번 만든 규칙은 바꿀 수 없다는 협회의 완강함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과 학부모, 청각 장애우들 모두 야구라는 열정 하나로 노력한다.
결국, 협회의 동의가 얻어지고 기타지로 농아학교 팀은 최초의 청각 장애아로 구성된 야구팀으로 갑자원 대회에 진출하게 된다.
물론 그들은 갑자원 구장의 흙을 밟지는 못한다. 지역 예선에서 모두 패했고, 오키나와 풍진 청각장애아로 구성된 학교인 기타지로가 풍진장애아가 졸업하자 존속의 의미가 없어져 폐교되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먼저 1987년 토베 로야의 논픽션 저서 ‘머나먼 고시엔’을 통해 알려졌다. 6년간에 걸친 취재를 통해 쓰여진 이 책에 감명을 받은 야마모토 오사무가 만화로 재구성했다.
토베 로야의 작품은 감독, 교장, 부모의 시각을 중심으로, 그 시각에서 장애인인 야구부원들의 행동과 심정을 그려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만화는 그 시각을 야구부원으로 옮기고 그 감정을 직접 그렸다는 차이가 있다.
그 때문에 만화는 ‘논픽션을 근간으로 한 픽션’이라는 형식.
펙트는 그대로이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는 것이 실제와 다를 뿐.
야구이야기 또는 장애인과 정상인의 이야기
지금도 우리 바로 옆에서도 기타지로의 9명과 부모들, 선생들, 그리고 관계자들의 존재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청각 장애인 야구부를 만든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
2010년 4월 3일 ‘제4회 협회장기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결승전 영상
저자 야마모토 오사무는 논픽션과 픽션이란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전 논픽션에서 창작을 했습니다만,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다시 한 번 픽션에서 논픽션으로 돌아가 보시길 빌겠습니다.
우리의 처음 기획의도를 다시 되새기며 픽션 속에 있는 주인공들을 통해 극보다 더 극적인 논픽션의 세계 스포츠로 돌아가 보길 바란다.ⓒ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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