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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학교 내(內) 공간을 활용한 체육수업

                                                                                          글/박재정 (경남 양산초등학교 교사)

모든 학교에 체육관/강당이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체육관 설치 비율은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구비된 체육관 또한 전교생이 모든 체육수업시간에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대부분의 체육수업을 운동장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햇볕이 강한 날은 체육수업을 운동장에서 하기란 쉽지 않으며, 의욕적으로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운영하려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건강을 가볍게 보았다는 학부모들의 질책(?)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근래에는 특히,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황사로 인해 자주 야외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학생들의 체육수업 기회가 줄어들고,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들 입장에서도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오존주의보에 높은 자외선 지수까지 바깥 활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도 날씨와 관련한 요인들은 쉽게 줄어들거나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에 체육수업을 위해서는 학교체육시설이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낙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적극적인 교육과정의 재구성과 더불어 체육수업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확보해야만 한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학교에는 체육수업을 할 수 있는 알찬공간이 숨어있다. 체육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학교 내 공간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고 학교실정에 맞게 운영해 보자.


유휴교실 활용하기

학교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어 교실이 남는 경우들이 있다(물론 신설학교의 경우는 이와 같은 유휴교실을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런 학교에서는 유휴교실을 이용하여 체육수업에 활용하거나 신체활동 공간으로 변경하여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유휴교실의 여유가 많은 경우는 벽을 터서 하나의 교실로 만들면 체육관 못지않은 훌륭한 체육수업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유휴교실을 체육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형태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빈 공간을 체육수업시간에 체육관 대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즉, 교실을 실내 체육수업공간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초등학교의 경우는 실제 활용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교실은 대부분 바닥소재가 체육관과 같지 않아서 뛰거나 달리기에는 부적합하며 이에 대한 고려와 주의가 없으면 안전사고를 유발하거나 소음으로 인해 다른 교실에서의 수업을 방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효과적인 체육수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체육교실을 만드는 것이다. 유휴교실에 특성과 성격에 맞는 체육교구들을 비치하여 특색 있는 체육교실을 만들 수 있다. 매트를 깔아서 체조활동과 수업을 할 수 있는 체조교실, 다양한 게임 활동을 할 수 있는 게임교실, 시청각자료를 통해 간접체험활동을 하고 실제 다양한 활동도 바로 수행해 볼 수 있는 체험교실, 다양한 체력 단련 기구를 비치하여 건강 및 운동체력을 지도하고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건강(체력)교실과 같은 형태로 꾸며서 수업시간이나 일과시간에 활용할 수 있다.



                                            사진 . 유휴교실을 활용한 체조․무용교실
 

다목적교실 활용하기

신설되는 학교에는 일반교실 2배 크기의 다목적교실을 갖춘 사례가 많은데 학교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주로 도서관이나 컴퓨터실과 같은 특별실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체육수업을 위한 공간으로 확보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물론 활동과제는 앞에서 언급한 유휴교실을 활용하는 것과 같이 제한적이겠지만 교사가 학습과제를 적절하게 재구성한다면 유의미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다목적교실은 대부분 일반 교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ball)을 이용한 활동이나 뛰거나 달리는 활동을 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반면 체조활동이나 표현활동과 같은 수업은 다목적교실이 효과적이다. 조금만 신경을 써서 바닥에 매트를 깔게 되면 더욱 효과적인 체육수업 공간이 될 수 있다. 또한 다목적교실에 시청각 시설을 갖추게 되면 체육관에서보다도 더 알찬 체육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시청각 자료를 통해 설명과 시범이 제공되며 학생들은 자신들의 활동 과정과 결과를 바로 모니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기에 학습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 대부분의 체육관이 일과 후에는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개방되어 생활체육공간으로 활용되다 보니 체육관 내에 시청각 시설을 고정적으로 설치하기가 쉽지 않으며, 수업시간 필요할 때 마다 설치하고 치우는 과정 또한 번거롭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다목적교실은 이런 측면에서 체육관보다 더 큰 장점을 갖게 된다.


                                              사진 . 스펀지매트를 깐 다목적교실
  

                                              사진 . 체조매트를 비치한 다목적교실



골마루 활용하기

학교에는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나 골마루가 있다. 체육관이나 운동장 등을 체육수업시간에 사용하기가 여의치 않은 경우나 앞에서 소개한 유휴교실이나 다목적교실을 확보하기 어려운 학교에서는 연결통로나 골마루를 체육수업시간에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골마루나 통로에서는 뛰거나 달리는 활동의 학습과제는 곤란하다. 골마루나 통로의 경우는 체육관이나 다목적교실에 비해 좁기 때문에 활동범위가 크게 요구되는 과제보다는 정적인 활동이 더 적합하다. 예를 들면 건강활동에서의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와 같은 활동은 연결 통로나 골마루에서도 충분히 수업이 가능한 학습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을 활용하여 수업을 할 때 교사는 규칙을 분명하게 안내하여 학교의 안전생활 규칙과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수업시간 교사와 함께 하는 상황에서는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지만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 학생들끼리 활동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됨을 반드시 지도하고 강조하여야 한다.

                                                              사진 . 골마루 활용
  

                                                           사진 . 연결 통로 활용



건물과 건물 사이 / 나무그늘 / 야외교실 활용하기

건물과 건물사이의 공간이나 나무그늘 그리고 야외교실 또한 체육수업을 하기에 유용한 장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앞 건물과 뒤 건물 사이의 공간은 햇볕이 잘 들지 않기에 체육수업 장소로 알차게 이용될 수 있는데 학교와 공간의 특성에 따라서 차양시설을 하게 되면 실내 체육관보다도 더 유용한 곳이 될 수 있다.

역사가 오래된 학교의 경우 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그늘은 그 어떤 공간보다도 체육수업 장소로 알차게  활용된다. 여름철 나무 그늘이 있는 공간은 덥고 답답한 체육관이나 다목적교실과 같은 실내보다도 체육수업을 하기에 쾌적하고 효과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외와 실내의 장점만을 갖추어 체육수업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성맞춤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학교를 신설할 때 환경을 가꾸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 공간 확보를 위해서도 운동장 주변에 나무를 심는 것은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 있는 야외교실 또한 체육수업에는 좋은 공간이다. 야외 교실에서의 체육수업은 일반적으로 앉아서 하는 이론수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간접체험활동의 장(場)이 될 수 있다. 공간의 특성을 살려서 표현활동이나 건강활동, 여가활동 등에서의 다양한 과제로 수업을 운영할 수도 있는데, 단적으로 야외교실에 앉아서 건강/운동 체력요소를 키울 수도 있고, 설명과 시범을 듣고 보는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활동 후 앉아서 관찰이나 감상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사진 . 나무그늘 야외교실
   

                                                      사진 . 지붕이 있는 야외교실


이상에서와 같이 학교 내에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체육관이나 운동장 이외에도 체육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알찬 공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학교에 따라서는 위에서 예로든 공간들이 전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좋은 공간이 있음에도 간과하여 놓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시설 및 교구의 부족을 탓하기만 하기 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학교 내 공간을 찾고 확보하려는 노력과 함께 공간의 특성에 맞게 학습과제를 선정하고 조직하는 교육과정 재구성이 병행된다면 체육수업의 정상화도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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