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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폴더/스포츠경영

프로야구 팬들은 새로운 상품을 원한다.

                                                                                                           
 글 / 신승호(국민대학교 교수)




2009년도 프로야구가 한창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열렸던 WBC에서 대표팀의 선전이 활력소가 되었고,
상위 5개팀들이 근소한 승차로 각축을 벌이고 있어 팬들과 메스컴의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겁다. 1995년 540만 관중을 기록한 이래 처음으로 작년에 525만의 관중이
프로야구를 관람해 한층 고무되었던 KBO는 올해 관중목표를
역대 최다인 550만으로 잡았고,
현재의 추세라면 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여
역대 최고의 관중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SK의 스포테인먼트를 앞세운 적극적인 마케팅, 작년에 이어 팬들의 팀 충성도가
높은 롯데의 선전, 작년보다 늘어난 게임 수, 그리고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여러 가지로 우려를 낳아왔던 ‘우리히어로즈’의 선전 등의 요소들이 역대 최고기록을
예상하게 하는 긍정적인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은 총관중수가 500만이냐, 550만이냐 라는 단기적이고 계량적인 목표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로야구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매년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될 즈음이면 팬들의 가슴은 새로운 전력의 팀들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에 가슴 벅차고, 결과의 불확실성으로 팀 성적을 예상하기가
어려워야 하는데 국내 프로야구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해 왔던 것 같다.
다행히도 시즌 초에 예상되었던 SK와 두산의 양강체제가 무너지고 5개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달려있는 4위권을 두고 박빙의 승차로 물고 물리는 양상을
보여 올해 프로야구의 흥행성을 높여주고 있기는 하다.

프로야구리그는 매 시즌마다 달라진 팀 전력, 새로운 구성원들,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서비스를 팬들에게 제공하며 팬들의 관심을 끌어들여야 한다.
소비자의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상품을 꾸준히 만들지 못하는
일반 기업이라면 마땅히 도태되어야 한다. 프로야구가 새로운 상품을 매년 내 놓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열성적이 야구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언제까지 열성과 인내심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프로야구에서 강팀들과 약체 팀들의 이미지가 고착화 된다면 이미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결과의 불확실성’이나 ‘의외성’, ‘경쟁성’은
거의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이는 팬들과 매스컴의 관심을 멀리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프로스포츠리그의 생명은 여러 팀들이 우승을 향해 서로 각축할 수 있는
전력의 평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프로스포츠리그에서 1-2개 팀의 독주가 계속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장치마련이 당연히 필요하다.
이러한 장치로써 국내 프로야구리그로서는 외국인 선수제도의 확대, FA자격 시기의 재조정, 전면적인
드래프트제도의 실시, 트레이드에 따른 규제완화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FA제도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요미우리 자이언츠팀이
아홉 시즌을 연속해서 제패하는 독주가 진행되자 다른 팀들의 전력향상을 위해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하여 리그 소속 팀들의 전력 평준화를 꾀하였다.

또한, 1992년 FA제도가 도입된 이후 그 동안 독주하다시피 했던 요미우리팀이
센트럴리그 우승과 재팬시리즈 우승을 휩쓴 경우는 3차례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은
FA제도 등의 효율적인 활용이 프로야구의 질을 향상시키고, 팀 들간의 전력 평준화를 이루게 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다.


FA제도의 활용은 매년 팀들이 팬들에게 새로운 상품으로 포장하여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물론 FA제도는 선수들의 몸값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고, 적자 운영의 구단들에게
상대적으로 커다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자운영이라는 명목아래 선수들의 몸값을 줄이려고만 하고, 팀 전력을 변화시킬 수 있는
FA제도를 외면함은 매년 일부 강팀들만이 생존하게 되고, 그 팀에 그 선수라는 인식으로
팬들과 매스컴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다.

올해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홍성흔 선수가 맹활약하고, 롯데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롯데가 작년에 이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은 FA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려주고 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는 팀전력의 평준화와 함께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제도와 FA제도가 선수와 구단의 상호이기적인 발상으로 인해 활발하게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다. 많은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를 선수엔트리에서 현재의 2인을 3인으로
증가시키길 원하고 있으나, 선수협의회의 반대로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반대논리는 외국인 선수를 2인에서 3인으로 증가시킬 경우 국내 선수 1명이 엔트리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눈물겨운 동료애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의식이 과연 프로야구 전체시장을 키우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에 FA제도는 선수들의 몸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하며 구단들이 매우 소극적이다.
작년에 우리히어로즈가 연봉삭감제한(40%) 규정을 철폐하며, 고액 연봉자에게 60~80% 삭감안을
제시하고 관철시키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 기존의 7개 구단들은 이 기회에 FA제도도 없애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 선수들이 FA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요하는데도 말이다.
프로야구라는 상품을 만들어가는 구단이나 선수들이 자기가 속한 집단의 논리만 내세우고
프로야구 전체를 위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계속한다면,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향 후
프로야구의 미래는 그저 암울할 뿐이다.

이제 프로야구가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집단이기주의, 새로운 상품의 부족,
팬들과 매스컴의 식상 등이 고리를 잇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집단의 이익보다는 우선 프로야구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자세, 팀전력의 평준화와 새로운 상품으로의
무장을 위한 FA와 외국인선수제도의 적극적인 활용, 팬들과 매스컴의 흥미증가, 이로 인한 기업들의
스폰서쉽 참여 및 수익증가의 선순환 구조로 하루빨리 들어서야 할 것이다. 


프로스포츠리그가 다른 오락산업들과의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역시 경기의 질과 팀 전력의 평준화를 기반으로 맹렬한 순위다툼이다.

이제 프로야구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마케터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
그리고 리그 사무국의 역할도 매우 필요하다.
이 들도 매년 어떤 새로운 팀상품을 만들어 팬들에게 선보이고 서비스 할 것인가를
고심하는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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