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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폴더/스포츠경영

우리나라 프로야구 시장에는 에이전트가 과연 필요할까?

                                                                                글 / 김세웅 (대진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


우리는 흔히 스토브리그를 떠 올릴 때 프로야구의 정규리그가 끝난 11월 이후의 시기를
스토브리그로 이해하고 있다. 스토브리그(stove league)의 유래는 ‘시즌오프 동안 前시즌의
회고담에 잠기는 야구팬들’이라는 미국속어에서 그 어원을 유추 할 수 있는데, 이는 시즌
(season)이 끝난 후 팬들이 난롯가(stove)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나 트레이드
(trade)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스토브리그가 시작되면 각 팀의 스카우터(scouter)를 비롯하여 감독․코치 등 팀의
많은 관계자들이 시즌보다 더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특히 금년과 같이 김태균(지바
롯데와 계약)․이범호(한화)와 같은 보물급 FA선수가 시장에 출현한다면 더 없이 치열한 스카웃
전쟁이 펼쳐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각 구단 관계자들이 스토브리그를 시즌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前시즌의 성적이 좋았던 팀은 다음시즌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함이며, 前시즌의 성적이 부진했던 팀은 부족했던 팀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FA시장에 나온 선수들이나 상대팀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트레이드에 촉각을 곤두
새울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이다.

대개 스포츠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미국에서는 스토브리그의 의미가 우리나라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
그 이유는 Agent제도가 이미 뿌리를 내리고 선수와 구단 그리고
Agent가 서로 동등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풍토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되면 Agent들이 바빠지는 것이 아니라 구단의
스카웃을 담당하고 있는 스카우터나 선수관리와 계약을 맡은 프런트직원들이 가장 바빠지게
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되면 Agent들이 가장 바삐 움직이는 스포츠선진국들과는
상반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이미 WBC와 베이징올림픽에서 입증된 세계적인
수준의 야구실력과 600(5,925,285명 : KBO공식집계)만 관중, 그리고 27돌을 맞으며 이미 성인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시장의 Agent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현안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KBO의 Agent제도의 허용기준을
살펴보면, 선수 1인당 1명의 Agent를 둘 수 있으며, 이 Agent의 경우 선수본인의 가족이거나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 계약에 대한 법적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KBO 규약 제30조(대면계약)에서는 ‘구단과 선수가 선수 계약을 체결할 때는 구단 임원 또는
위원회 사무처에 등록된 구단 직원과 선수가 대면해서 계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비추어 볼 때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미국이나 여타의 스포츠
선진국의 Agent들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에서 Agent업무를
수행한다면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현행제도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선수가 구단과 계약을 할 때 직접대면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대리인을
대동하거나 대리인이 계약을 했을 경우에는 그 계약 자체가 실효성을 잃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나라 프로야구시장에서 Agent가 과연 필요한가?’ 를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현실상 아직까지 국내 이적이나 트레이드시장에서 에이전트를 통한 계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물론 해외진출선수들의 경우는 예외지만 말이다. 또한 현행 FA제도를 살펴
보아도 ‘소속팀에서 9년 이상 시즌을 마친 선수’이여야 하며,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전년도
연봉의 450% 또는 전년도 연봉의 300%와 18명의 보호선수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 1명을 보상해야
하는 출혈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현실에서는 개인 Agent가 활동을 한다고 해도 선수들이 Agent를 고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각 구단별로 FA선수들이 쏟아져 나와 있으며, 특히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았던 외국인 용병선수들도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특히 지난 시즌 우승 팀 KIA의 원․투 펀치
로페즈/구톰슨과 LG의 페타지니를 비롯해서 롯데의 가르시아 등은 원 소속 구단이 아니라도
다른 팀에서 호시탐탐 노릴 수 있는 즉시전력감이다. 

현재 이러한 선수들이 시장에서 자신의 실력에 맞는 몸값을 책정 받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각 구단의 스카웃 관계자들의 눈에 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을 구단의 일방적인 잣대에 맞추어 평가 절하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이 Agent를
고용하는 이유 또한 자신이 가진 실력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하고,
훈련과 몸 관리, 자신의 사생활에 관련된 문제 해결, 현실적인 계약 등의 업무를 원활하게 대행해
주기를 바라는 이유에서 이다.

하지만 전언한 바와 같이 국내 프로야구시장의 기형적인 FA제도와 선수대리인의 고용에 대한
규제, 그리고 구단과 선수의 대면계약 등과 같은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Agent시장은 차가워져만 가고 있다.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외국 빅 리그에서도 탐낼만한 선수들이
FA시장에 나와 있으며, 각 계약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외국인 선수들도 Agent시장에 나와 있어
더 없이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뜨거워진 선수시장과 반대로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데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국내Agent시장의 차가운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우리는 88 서울올림픽을 비롯해서 2002 한․일 월드컵까지 세계적인 스포츠 빅 이벤트를 훌륭히
치러냈으며,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WBC 4강과 준우승, 그리고 올림픽야구 금메달 등
충분히 훌륭한 성적과 그를 이루어낸 프로리그를 가지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 우리는 앞으로 스포츠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해 세계적인 가치를 지닌 프로리그를
탄생시키고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키워내기 위해서 주체와 객체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제도개선과
그에 걸 맞는 정책이 하루빨리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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