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대호 (안산도시공사 홍보과장)
2009~2010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히어로즈가 달구고 있다.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이슈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히어로즈는 잘 알려진 대로 지난 2008년
파산한 현대 유니콘스를 대신해 8구단으로 참여한 팀이다. 다른 7개 구단처럼 든든한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출범부터 상식을 파괴하는 아이디어로 프로야구계는 물론 국내 스포츠 산업에
회오리를 몰고 왔다. 국내에선 듣도 보도 못한 ‘네이밍 마케팅’을 들고 나왔는가 하면 선수단
연봉을 평균 50%까지 후려치고 인센티브제를 적극 도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계획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메인 스폰서로 100억 원을 주고 참여했던
우리 담배가 2008년 시즌 중반 ‘스폰서 중단’을 선언하면서 재정난에 몰렸다. 이후 히어로즈는
우리 담배를 대신할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자 지난 해 말 에이스인 왼손 투수 장원삼을
삼성 라이온즈에 현금 30억 원에 팔기에 이르렀다. 한 달 여 동안 야구계의 집중포화를 맞은
히어로즈는 결국 트레이드 무효가 선언되면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당시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히어로즈가 가입금 120억 원을 완납하는 2009년
말까지 현금 트레이드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히어로즈는 마지막
분납금 36억 원을 KBO 통장에 입금시켰다. 그리고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트레이드 문을 활짝 열었다. 야구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 대표의 트레이드 방식이 건전한(?)
선수 간 맞트레이드가 아닌 돈을 주고 파는 현금 트레이드라는데 있다.
이장석 대표는 프로 야구단은 하나의 기업체이고 독립법인일진대 자산(선수)을 처분하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항변한다. 야구계의 시선을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다.
히어로즈 뿐 아니라 일부 구단의 사장들도 경제논리를 내세워 가난한 구단은 선수를 팔아 운영해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거든다.
일견 맞는 소리인 것처럼 들린다. 돈이 없는 구단은 신인 선수를 키워 주축 선수가 되면 팔고
다시 유망주를 발굴해 나가는 방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이런 구단이 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플로리다 마린스가 그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히어로즈나 우리 구단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피츠버그나 플로리다는 몸값이 비싼 주축선수를 다른 구단에 주는 대신 젊은
유망주를 여럿 데려온다. 그래서 그 유망주가 주축 선수로 성장하는 몇 년 뒤엔 강팀 대열에
올라 설 수 있게 된다. 피츠버그나 플로리다는 뉴욕 양키즈나 보스턴 레드삭스에 비해 구단살림은
가난하지만 부자구단에 현금을 받고 선수를 팔지 않는다. 히어로즈와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프로야구 8개 구단 관계자들은 서로를 향해 ‘동업자’란 표현을 자주 쓴다. 함께 성장하고 소중한
열매를 같이 따 먹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이들이 진정 ‘동업자’ 정신을 갖고 있다면 히어로즈로
부터 현금 트레이드를 해오면 안 된다. 당장 입맛을 당길 진 모르지만 결과적으론 프로야구
전체가 ‘공멸’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주축 선수를 내다 판 히어로즈는 전력이 급전직하할
수밖에 없다. 주전급 선수 한 두 명이 빠져 나가 전력이 약해지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남겨진 자’들의 박탈감과 무력감이다. 벌써부터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은 “2010 시즌 히어로즈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깊은 한 숨을 내쉬고 있다.
히어로즈가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면 우리 프로야구는 어떻게 될까.
7개 구단은 손쉬운 상대가 있어 승수 쌓기에 유리 할지 모르지만 팬들의 흥미는 반감될 것이
뻔하다. 특히 어떤 야구팬이 선수를 팔아먹은 히어로즈를 응원하기 위해 그들의 홈구장을
찾겠는가. 결국 히어로즈의 인기하락은 ‘신종 플루’ 처럼 다른 구단으로 급속도로 번지게 되고
프로야구장은 관중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야구규약 18장 170조에 보면 ‘총재는 야구의 무궁한 발전과 이익 있는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목적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본 규약에 명문상 정한 바가 없다 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히어로즈의 ‘현금장사’와 프로야구의 도미노식 수준
저하를 저지할 사람은 유영구 총재밖에 없다. 유영구 총재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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