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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폴더/스포츠경영

야구장 인프라 구축 왜 필요한가

                                                                                              글 / 전용배 (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2009년 한국프로야구는 정규시즌에만 590만 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해 명실공이 한국 프로스포츠의 선두주자임을 증명했다. 1982년 출범이후 프로야구는 지역연고의 완전한 정착과 경기력 향상을 통해 야구수준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그러나 경기력은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경기장 인프라 구축에는 실패했기 때문에 하나의 스포츠산업으로 자리매김하지는 못했다. 프로야구는 팀당 연간 133게임을 소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기장이 건설될 경우 다른 스포츠에 비해 일자리 창출이나 구단 수익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야구장 인프라는 프로구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학생야구부터 사회인야구에 이르기까지 모두 포함하며, 우리나라는 모든 영역에서 야구장 인프라가 절실하다. 야구장 인프라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깊이를 이해하기 힘들다.

프로야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팬들 중에서 야구를 꾸준하게 경험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30대 중반이상은 어린 시절에 ‘짬뽕’, 즉 손야구 경험이라도 있지만, 그 이하로 내려가면 거의 경험이 없다. 실제 경험해 보지 않은 스포츠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특히 야구처럼 정교하고 복잡 미묘한 종목은 ‘참 맛’을 알기 힘들다. 내․외야수가 왜 갑자기 위치이동을 하는지, 빠른 주자가 나가면 왜 투수는 흔들리고, 직구위주로 승부하는지, 선구안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얼마만큼 집중하는지 등 수 없이 많다. 게다가 야구는 반복운동을 통한 근육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동네야구라도 한 시즌을 장기적으로 경험해보면 남다른 느낌이 있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야구는 하나의 스포츠가 아니라 ‘종교’에 가깝고, 팀 정신과 자기관리에 대해 깊이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학교에서 가장 권장되는 방과 후 활동이자 스포츠이다.     

 

                             <동경인근 사이타마현 강변 야구공원 62개 구장이 모여 있다>



                                                 <학교 다목적용 인조잔디 구장>

 

                                   <백네트만 있어도 인조축구장에서 야구는 가능하다>



안락한 프로야구 관람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최근에 완공된 경기장은 2000년도에 완공된 문학구장이다. 잠실야구장만하더라도 1982년에 완공되어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문학과 잠실정도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경기장이 없다. 대구, 대전, 광주구장은 프로야구 경기장이라기보다는 사회인야구 구장에 가깝다. 오래된 것을 차지하고 규모가 프로경기를 소화하기엔 협소하다. 최소 2만 5천석 규모의 경기장은 필수이다. 다른 모든 부분은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유독 야구장만은 옛날 그대로이다. 그럼에도 국내 최고인기스포츠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다. 2010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3천 달러 시대의 경기장을 계속 사용한다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야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가 가능한 영화관을 가도 옛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락하다. 야구팬들은 3만석의 아름다운 구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면서 저녁한때를 보낼 권리가 있다.

 

                                                  <야외구장은 건설비용도 저렴하다>



스포츠산업 활성화에 프로야구는 유의미한 기여가 가능하다.

한국 프로야구는 제대로 된 경기장만 있어도, 일자리 창출과 스포츠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연간 130게임 이상 열리는 프로야구는 경기장 활용도가 높고, 매일 뉴스를 생산하기 때문에 미디어 친화적이며, 규모가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1,000억 원 규모의 건설비용도 지방자치단체와 구단이 몇 년에 걸쳐 분담하면, 다른 공공영역 인프라 구축에 비해 조족지혈 수준이다. 또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 개정되어, 법적인 제약환경도 제거되었기 때문에, 광역시의회가 조례만 개정하면 장기임대도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구체적 성과가 없는 것은 야구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산업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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