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고문수 (인천용일초등학교 교사)
‘학생들에게 즐거운 체육수업을 만든다.’라고 할 때, 우선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본고는 수업환경을 생각하는 교사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
교사는 다양한 암묵적 지식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암묵적 지식은 학습대상에 따라
다양한 실천적 지식으로 전환될 때, 학습자의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만약, 암묵적 지식이 실천적 지식
으로 전환되지 못한다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동기를 제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각
활동들이 교사가 알고 있는 암묵지로 구성되었을 뿐,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맞는 실천지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구체적인 단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각 활동의 내용은 바람직하나, 절차상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교사의 지식이 교사의 지식으로 남아있을 뿐,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전달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전달은 무엇으로 가능할까? 이것은 다름 아닌
학생들의 모습 그 자체가 수업활동과 친숙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들이 동원된다면 가능하게 변할
것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친숙함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신체활동을 폭넓게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 글에서는 즐거운 체육수업을 만들기 위한 기본 전제로
체육수업의 장소와 수업형태 및 학생의 학습참여기회의 확대를 위한 과제제시의 중요성을 언급하
고자 한다.
첫째, 주변에서 중심으로: 수업 장소를 이동해보자
최근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는 운동장은 반쪽 짜리 운동장의 형태를 보인다. 그리고 학생들은 반쪽
자리 운동장에서 자리다툼이라는 갈등을 벌이곤 한다. 이는 운동장 한 가운데는 텅 비어있고, 운동장
한쪽 가장자리에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림 1. 운동장 가운데 앞의 활동 그림 2. 운동장 가장자리 앞의 활동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통해 통합적인 안목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행 운동장 사용에 대한 반성이
불가피하다. 교사들은 왜 운동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가? 왜 학생들은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자리
다툼을 하면서까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가?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생들은 교사의 의도에
따라 운동장이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학생들은 교사들이 운동장의 가장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자리가 덥지 않아서 좋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으며, 수업기자재를 쉽게
옮길 수 있는 곳이다.”로 언급하였다. 얼핏 보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보이는 갈등과 이야기는 운동장 사용의 변화에 간접적인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여러 반이 체육수업을 할 경우에 어쩔 수 없이 운동장 한쪽에서 할 수는 있지만, 다른 반 수업이 없는데도 운동장 한쪽에서 수업하는 것은 좀 그래요. <규식이와의 인터뷰/2009.05.28> |
학생들은 운동장을 사용할 때, 운동장 앞쪽이나 가장자리보다는 운동장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신체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공간이 확대됨으로써 몸과 마음이 활짝 열리는 느낌을 제공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무엇보다 넓은 곳에서 몸을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반응
이다. 한 두 반의 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하나의 활동을 선정할 때 학생들에게 공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활동 코너를 여러 곳 선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운동장의 넓은 곳을 이용할
수 있는 수업 활동의 구조도를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교사에 의해 고안된 체육수업은 학생
들의 지루함을 예방하고 학생들에게 예비활동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게 된다.
둘째, 획일성의 탈피: 수업대형에 변화를 제공하자
수업대형에 대한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가 왔다. 체육수업에서 수업 대형은 학생들의
수업활동에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는 체육
활동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에 관심을 등한시한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면
수업의 대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4열 종대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4열
횡대이어야 하는가? 본 원고에서는 둘 다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4열 종대든 4열
횡대든 학생들을 순서적인 나열을 만들 가능성이 높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만드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4학년 때까지는 항상 4열로만 줄을 섰다. 나는 운동을 잘 못하기 때문에 만날 뒤에만 서게 되었다. 앞에 있는 선생님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집중도 안 된다. 혹시 앞에 섰더라면 운동에 신경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원희의 체육일기/2009.04.08> |
학생들은 4열로 이루어지는 수업대형이 소수의 학생들에게는 유익할지 모르지만, 다수의 학생들에
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즉, 운동기능이 좋은 학생은 앞쪽에 서고, 운동기능이 부족한 학생은
중심으로부터 멀리 서도록 만든 하나의 요인임을 지적하였다. 이는 체육수업의 가치에서 제시하고
있는 학생들의 정신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수업대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학생들은 수업대형의 획일성을 탈피할 것을 주장하면서 원형으로 이루
어진 수업형태를 제안하였다.
그림 3. 수업활동의 구조도
5학년부터는 체육수업을 할 때, 원으로 서서 활동을 한다. 그 전에는 항상 두 줄로 서서 키순서대 로만 섰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 따로 따로 서게 되고, 준비운동이나 활동을 할 때, 선생님 설명이 잘 들리지 않았고 항상 같은 친구들과 서니까 다른 친구들하고도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빈이의 체육일기/2009.04.09> |
학생들은 수업대형이 원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순서적인 계열성보다는 순환성이 바탕이
되어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부분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였다. 즉,
자신이 옆 사람보다 순서적으로 부족하지 않다는 인식을 느낌으로써 부정적인 정서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좋고 긍정적인 정서가 수업에 활력소를 제공한다고 하였다.
셋째, 참여기회의 확대: 과제제시의 주체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과제제시는 교사의 교수활동 중의 하나로 수업목표, 수업상황 소개, 수업조직 등의 구성 요소를
소개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학습자의 운동수행 능력을 가져와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초가
된다. 학생들은 과제가 자신의 수준보다 난이도가 높을 때 소극적인 참여를 보이는 반면, 과제가
학생들의 수준에 적합한 활동이 제공될 때, 학습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에 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과제를 학습자 수준에 적합하도록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만약, 과제의
난이도가 높았다면 학생 개인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모둠원들이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과제는 모둠 내에서는 협동을, 모둠 간에는 경쟁을 유도하면서
수업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만약 주어진 과제가 학생들이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다면, 학생들이 특성을 고려하여 학생들이 활동에 쉽게 접근해 갈 수 있도록 문제를 정렬해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때, 학생들의 참여는 적극성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적극성은 다른 신체활동을 하게 되는 유인책이 된다.
학생들이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현실적인 측면에서 가능함을 제공하는 것은 좋은 수업의 원천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갈등하는 삶보다는 성취의 삶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학습자 수준을 고려한 배려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체육수업을 보면 교사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다 보니 학생들이
흥미를 잃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시범을 보이는 경우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시범은 고난
이도의 시범보다는 학생들이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적합하다. 시범을 보이는 과제제시의
주체도 반드시 교사일 필요는 없다. 활동내용에 따라서는 오히려 학생들이 적절한 역할모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세심하게 고려된다면 시범을 보이거나 체육수업을 진행하는데
소극적인 경향성을 보이는 교사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교사가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학생과 함께 체육수업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체육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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