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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저는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글 / 천항욱 (배명고등학교 교사)


나는 매일 가르친다. 매시간 마다 학생들에게 활동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 활동들을 통해 배우기를
희망한다. 내가 가르치고자 했던 것들이 몸 속에 남아 그들의 행동이 변화되기를 바란다.

 
나는 학생들의 행동이 변화하기를 희망한다. 어떤 행동은 변화가 되고 어떤 행동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다 획일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지양한다. 그들이 지금의 상태보다
나아지기만을 바란다.

나의 희망과는 다르게 어떤 학생들은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 일부는 엉뚱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내가 잘못 가르친 것일까? 그런데 또 일부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어떤 학생은 변화하고,
어떤 학생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어떤 학생은 변화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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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가르치는 나를 다시 돌아 볼 수밖에 없다. 돌아보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 가르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가?

․ 그것은 학생들이 배울 수 있었던 것인가?
․ 학생들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첫째 질문의 확인.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명백하다. 그들이 평생 동안 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신체활동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것을 연습하는 장이 바로 수업시간이다.

두 번째 질문의 확인. 일부의 학생들이 배웠다면 내가 가르치고자 했던 것은 학생들이 배울 수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왜 다른 결과가 나타날까? 내가 가르치는 것을 어떤 학생은 이해할 수 없으며 또 어떤
학생은 오해를 하는 것은 아닐까? 동일한 수업에 대해 학생들은 왜 서로 다른 이해를 할까?

나의 이런 고민에 대구카톨릭대학교의 서근원 교수의 이야기는 내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학생이 놓여 있는 상황이 저마다 다르다. 학생이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 다르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는 상황과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이
교사의 지도를 따라 열심히 동일한 행위를 하여도 학생이 인지하는 상황이 다르다면 학생이
배우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에 따라 같은 공간이 아닐 수 있다.

학생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그 상황은 유사할 수도 있으며 전혀 다른 상황일 수도
있다. 유사한 상황에 있는 학생들의 학습 결과는 유사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상황이라면 학습의
결과도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면 ‘학생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가’를 이해하는 일은 나에게 대단히 시급한
과제이다.

상황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상황이라고 하는가? 상황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상황에 대해 서근원 교수는 어느 곳에 있는가(공간), 언제 있는가(시간), 누구와 함께 있는가(사람),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사물),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가(제도), 무엇을 하는가(행위)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체육수업이 운동장에서 진행되고 있다하더라도 운동장을 좋아하는 학생, 체육관을
좋아하는 학생 또는 교실을 좋아하는 학생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또는 내 연습파트너
가 누구 인가? 내가 어떤 모습에서 활동하게 되는가에 따라 학생들은 상황을 달리 인식하게 된다.

그렇기에 수업에는 학생 개개인마다 각기 다른 상황이 존재하게 된다. 학생이 36명이면 36개의 서로
다른 상황이 존재한다. 36개의 상황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르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배우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명백하다. 그들이 체육수업이라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적합한 교수법을 개발하여 수업을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내가 학생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뉴스포츠나 새로운 수업모형을 통해 수업을 한다고 할지라도 나는 또 가르치지 못할 것이다.

상황을 이해하는 학생의 안목. 나에게는 학생의 눈이 필요하다. 내가 학생의 안목을 얻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나는 비로소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선순환적 구조에 뛰어드는 셈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와 학생들 모두 수업에서 만족을 얻게 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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