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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내가 먼저 하지 않으면 학생도 할 수 없습니다

                                                                                                       글 / 천항욱 (배명고 교사)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태권도 체육관에 다닌 지 벌써 2년째다. 발차기도 제법이고 품새도 볼 만하다. 내가 아이를 태권도에 보내는 이유는 운동 때문이다. 요즘은 운동도 학원에 가서 하지 않으면 함께 할 친구들을 찾기 힘들다. 체육관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돌아오는 아이를 보면 내 선택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난 아이가 태권도장에서 신체활동을 충분히 하고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그런데 태권도에서는 예절교육에 꽤나 신경을 쓴다. 교육계획이나 가정통신문에는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 가끔 체육관에 갔을 때 아이들이 사범님께 하는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체육관에서의 아이들은 정말 집이나 학교에서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정말 바른 예절과 인성을 갖춘 학생들로 보인다. 사범님께 하는 인사, 국기에 대한 경례, 우렁찬 기합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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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연구실에서 야근을 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육관에 다녀오면 먼저 깨끗이 샤워를 해야 하는데 씻지 않고 팽이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내가 오죽했으면 야근하고 있는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전화를 바꾸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당장 씻지 않으면 태권도 사범님께 전화할거야.”라고 말했다. 퇴근 후에 아내에게 듣기로 아이는 전화를 끊자마자 샤워를 했다고 하였다.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태권도 체육관에서 받은 교육들이 왜 집에서는 실천되지 않을까? 태권도 체육관에서만 예절을 실천하고 집에서는 변화하지 않는다면 예절교육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사범님에게 하듯이 다른 곳에서도 어른들에게 깍듯하게 순종 할 수 있을까?

또 ‘상황’이 떠오른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행동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엄마와 사범님. 이번에는 인물이 그 상황을 지배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상황(인물)이 바뀌지 않는다면 체육관에서 배운 많은 예절들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체육관에서의 교육은 체육관용일 뿐. 태권도 체육관에서는 더 이상 예절교육을 홍보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학교 교사인 나에게도 이런 비슷한 경험들이 있다. 학교에서 나에게는 너무나 예의바른 학생이 나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께는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던지. 학교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만났을 때는 학생들이 훨씬 까분다던지, 자신 있는 행동을 보인다던지. 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열심히 스포츠를 배웠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체육관에서만 예의바른 내 아들과 똑같지 않을까?

규칙을 준수하고 친구들과 협동하고 배려하고 최선을 다하는 행동들이 체육시간에만 나타난다면 그것은 과연 교육이 된 것일까? 교육이 된 것인지 아닌지 보다 중요한 문제는 내가 바라는 교육은 그것이 아니란 것이다.

소중한 가치를 늘 언제나 어디서나 실천하는 학생.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학생. 그런 학생들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교육에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 역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즉 어떠한 상황에서 그것을 익혔는가에 따라 학생들의 행동은 나타나기도 하고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이 배웠던 상황과 유사할수록 학생의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상황은 현실의 상황을 반영하여야 한다.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스포츠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게 하려면 수업의 상황이 일상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 수업의 목표가 생활체육의 실천이라면 교사는 생활체육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구성하고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생활체육과는 동떨어진 상황에서 학생들이 스포츠를 경험하고서는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이 가까워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체육교사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행동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상황에서 실천되는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생활체육에 참여하지 않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생활체육을 가르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계가 있기에 수업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사가 실천하지 않는 것을 가르친다는 것은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모르는 것을 가르친다면 학생들은 잘못 배울 수밖에 없고 그것은 교사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게 될 것이다.

체육관에서만 예의바른 아이는 일상생활에서도 예의바른 사범님이 제공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예절교육을 받고 연습할 때 예의바른 학생이 될 것이다. 이렇듯 교사에게 있어서 구체적 상황의 제공은 교육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며, 구체적 상황은 교사의 일상생활에서, 실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이란 얼마나 다양한 구체적 상황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교사가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서 본인의 실천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이 실천하지 않는 것을 가르쳐서는 안되고 가르칠 수도 없다.

성공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의 실천이 앞서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이란 자신이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자신의 삶에서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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