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병진 (국민생활체육회 정보미디어부장)
햇살이 시리도록 눈부신 휴일. 땀이라도 흘려야겠다는 마음에 작은 배낭하나 멨다. 산행하는
사람들이 앞 다퉈 걷고 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는 사람, 혼자 가는 사람, 아이들 손을 이끄는
가족들의 모습도 간혹 보인다. 봄꽃마냥 화려한 등산복을 입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간편한
일상복으로 물병하나 달랑 든 사람도 있다. 관록 있는 중년의 동호인들이 거침없이 오른다.
뒤질세라 젊은 친구들이 바짝 붙어 오른다.
마음을 비울수록 많은 것들을 얻는 것이 ‘산행’
예닐곱 살 쯤 돼 보이는 꼬맹이가 다리 아프다며 징징거린다. “조~ 위에 올라가면 음료수를
주겠다”며 아빠가 아이를 꼬드긴다. 도대체 산 위에는 뭐가 있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오르고 또
오르는 걸까. 하긴 산 위에는 웬만한 것들이 다 있다. 그러나 잔뜩 기대를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그 무슨 선문답 같은 소리인가. 과연 무엇이 있고 또 무엇이 없다는 걸까. 그 ‘무엇’을 글로는 잘
표현하기 어렵다. 물맛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물은 마셔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같은 물이라도 갈증이 날 때와, 그냥 한 모금 마실 때 다른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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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가서 얻는 것들은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마음을 비울수록 많은 것들을 얻는다.
굳이 글로 표현하자면 산 정상에는 희열이 있고, 상쾌함이 있고, 보람, 자신감, 행복감이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시야가 열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도 보인다. ‘다시 뛰자’는 용기가 샘솟고
꿈과 이상이 부풀어 오른다. 그 많은 것들이 산 위에 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언가를 잔뜩 기대하고 산에 오른 사람은 그 기대의 부피만큼이나 허탈하다.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집착함을 의미한다. 법정 스님은 ‘만사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에 있다’고 설파했다. 어떠한
소유도 없고 집착하여 취할 일이 없는 것이 바로 피난처라고 했다. 땅에 발을 딛고 서 있기는
산 아래나 산 위나 매 한가지인걸 뭘 더 바라는가. 세상사가 그렇지 않은가.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선생의
짧은 시 <그 꽃> 전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앞만 보고 간다. 산행이든 인생살이든 모름지기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야 하지 않을까.
위만보고 살수는 없는 법. 나보다 못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참으로 많다. 위에 오르는 것, 혹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에 순응하려는 곳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누리꾼들은 ‘산행에도 급수가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회자되는 말들인데, ‘산행에도 급수가 있다’고 한다. 타의입산(他意入山)은 가장 낮은
급수인 8급이다. 말 그대로 남이 가자고 해서 가는 경우다. 7급은 증명입산(證明入山)인데,
등산보다는 기념사진 찍으러 간다고 한다. 6급인 섭생입산(攝生入山)은 배낭 가득히 먹거리를
챙겨 계곡에 퍼질러 앉아 즐기는 부류요, 5급 중도입산(中途入山)은 산행을 하긴 하되 꼭 중도에서
하산한다고 한다. 이 부류는 제 다리 튼튼하지 못 함을 탓하지 아니하고 꼭 뫼만 높다 한다.
진달래 철쭉꽃 피는 봄철이나, 가을 단풍철에 산을 찾는 화초입산(花草入山)파는 4급이며, 산행을
마치면 꼭 "하산주"를 먹어야 산행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음주입산(飮酒入山)파는 3급이다. 2급
선수입산(選手入山)은, 산을 마라톤 코스로 생각하고 산을 몇 개 넘었다느니 몇 ㎞를 걸었다느니
하는 것을 자랑하는 단계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자기가 계획한 산행은 꼭 하는
스타일은 1급 무시입산(無時入山)이라고 한다.
산을 이기려 하지 말고 산과 호흡하면서
어디까지나 웃자고 하는 이야기일 뿐 어찌 절대적인 공인등급이랴. 산을 좋아하고 산행을 즐겨하면
어느 급인들 어떠하랴. 집안에 박혀 TV보느라 시간을 깨먹는 것보다는 등산이 좋지 아니한가.
산이 좋아 사진 한 컷 남기는 것도 의미 있고, 꽃구경․단풍구경삼아 산에 오르는 것도 얼마나
낭만적인가.
먹는 것이 산행의 목적이라면 문제가 있겠지만, 간식을 챙겨 오르는 것도 즐거운 일이며, 비록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나 자신의 체력에 맞춰 적당하게 오르면 그 또한 기쁨이리라. 산행
마치고 가벼운 반주 한잔도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이 화창한 봄날. 머리로만 산을 그리지 말고, 당장 산행을 실천하자. 가족단위로, 혹은 벗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산행을 하면 기쁨이 배가된다. 다만 산을 이기려 하지 말고 산과 호흡하면서,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생활체육이란 그렇게 자연스런 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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