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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생활체육 ]

밥 세끼 먹으면서 운동은 왜 안하세요?


                                                                            글 / 김혁출 (국민생활체육회 전략기획실장)  

만물이 생동하는 춘3월 꽤나 포근한 아침이다. 휴일이라 모처럼 산행이라도 해야겠다고 집을 나섰다.
가족단위로, 직장동료들과 혹은 친구끼리 그룹을 지어서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고, 저 앞에
가는 초로의 부부 뒷모습이 정답다. 부모를 따라나선 꼬마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뒤편에서
유난히 청명하게 들려온다.


산행을 하며 생활체육을 생각하다

너른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노라니 산 아래로 툭 튀어나온 도심의 빌딩 군락이 얽히고
설켜있다. 문득 앞만 보고 쉴 틈 없이 달려온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연세 드신
분들이 들으면 큰일 날 이야기지만, 돌이켜보면 참으로 덧없는 게 인생이다.

동년배의 몇몇 지인(知人)은 벌써 유명을 달리했으니, 낡은 자동차처럼 육신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어찌 그리 놀랄 일일까. 나이 들어서 골골거리며 자식들에게
짐 되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사람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섭리를 우리가 어찌 거역하겠는가.
그러나 삶의 태도나 일상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의 건강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으니,
바로 생활체육이다.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거창한 계획도 필요 없다. 그저 땀이
촉촉하게 나고 적당하게 숨찰 때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선택해서 하는 것이 생활체육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운동할 수 있을 때 운동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운동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운동은 시간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서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루 세끼 밥을 먹듯 운동도 밥 먹듯이 해야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매일 할 필요는 없다. 운동효과는 약 이틀정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스포츠 7330의
원리도 여기서 나왔다.

운동(exercise)이든 신체활동(physical activity)이든 우리 몸에 나타나는 효과는 같다.
운동은 ‘계획된 신체활동’정도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 자가용을 타는 대신 가까운 거리는
걸어보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대신 계단 오르기를 하자. 휴일 집안에서 뒹굴뒹굴
TV를 보거나 잠자는 대신 가까운 산에 오르면 그 동안 잠자고 있던 생각도 함께 깨어난다.


생활체육의 위력은 메가톤급

물론 운동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암학회(ACS)에서는 건강한 식습관과
활발한 신체활동을 한다면 전체 암 사망의 3분의 1을 줄일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하버드대 졸업생 1만 7천명을 25년 간 추적 조사․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30분, 주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 참여시 하루 2시간이상의 수명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암연구소는, 규칙적인 체육활동은 장의 기능을 높이고 음식의 체내 체류기간을 줄여
위암발병 가능성을 50%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만하면 눈이 번쩍할 일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서구 선진국에서는 생활체육을 단순한 체육정책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국민 복지차원에서 접근하여 적극 육성․장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의료보험수가 인상, 청소년들의 체력저하, 노인 여가프로그램의 부재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스포츠 참여를 교육권이나 노동권과 같은 국민기본권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 열 사람 중 예닐곱 명은 생활체육에 참여하고 있다. 스포츠가 보통 사람들의
삶의 가장 큰 부분이고, 가족과 이웃을 이어주는 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입춘이 지난 지금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한기(寒氣)가 살갗까지 파고든다. 이런 계절에는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기 십상이다. 특히 노인들은 외부활동이 없다 보니 마냥 집에서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집안에서라도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져 피부가 축 늘어진다. 지구력, 유연성, 민첩성과 균형감각이
크게 떨어진다. 몸이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능 저하가 꼭 노화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운동기능이 상당히 뒤쳐진 경우를
왕왕 본다. 바꿔 생각하면, 노인들도 운동기능을 최대한 살리면 건강한 성인과 비슷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새는 맞춤운동이라고 해서 자신의 건강과 체력을 테스트해 주는 곳도 있다. 운동처방에
따라 알맞은 종목과 운동방법을 고를 수 있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오랜 벗도 좋고
부부끼리, 혹은 자녀들이 함께 참여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가까운 공원에 가서
배드민턴을 즐겨도 좋고, 학교운동장을 가볍게 뛰어보자. 맑은 날에는 산에 올라 일상의
찌든 상념을 잠시나마 지워보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깔깔거리던 아이들이 벌써 저만치 앞질러 가고 있다. 저 티 없이 맑은 아이들로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국민모두가 스포츠를 친구 삼아 함께 즐기며 함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녕 아름다운 세상은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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