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허창혁 (대림중 교사)
3월 한 달 만 무사히 잘 보내면 1년의 반이 갔다는 소릴 할 정도로 다른 어느 곳보다 3월을
분주하게 보내는 곳이 학교다. 새로운 1년을 시작하기 위해 부서업무, 담임업무 등을 파악해야
하고, 1년간 함께 할 아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3월은 교사에게는 잔인한 달이다.
3월을 바쁘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연간교육계획을 작성하는 일이다. 매년 하는 일이니
특별히 어려울 일도 고민할 일도 없는 듯하지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천을 전제로
모든 교사의 고민을 담아 연간교육계획을 만드는 일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혹자는 연간교육계획은 평가계획 혹은 수행평가계획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데 굳이 그것을
또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평가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재
체육수업의 모습을 반영할 뿐 결코 바람직한 방식이라 볼 수는 없다.
요즘은 체육부나 예체능부실의 벽면에 붙어 있는 ‘체육과 연간 수업 계획’이라는 커다란
게시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평가 기준을 객관적이고 더욱 치밀하게 만드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금, 그 내용 보다는 만든 사람의 수고를 먼저 생각하게 했던 게시물들이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연간계획을
작성하는 것은 분명 불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연간교육계획 작성 그 자체가 불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 연간교육계획은 체육과교육과정의 완성이다.
학교에서 연간교육계획을 작성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학년별 지도내용을 나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국가에서, 시도교육청에서, 지역교육청에서 내려온 교과의 교육과정을 학교에
맞게 다시 재구성하여 학교단위 교육과정을 수립하는 일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다시
해석하고, 우리 학교의 아이들, 시설여건,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우리만의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이 바로 연간교육계획 작성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각 교과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수준 교육과정 문서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그것을 적용할 수 있도록 다소 포괄적인
형태로 진술되어 있다. 때문에 국가에서 제시하는 교육과정을 학교현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을 우리 학교에 맞게 해석하는 작업이 바로 연간교육계획을 작성하는 일이다.
결국, 연간교육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국가수준의 체육과교육과정을 학교수준에서 그리고
교사수준에서 완성하는 일이 된다.
○ 연간교육계획은 체육수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학교와 관련된 수많은 경구 중에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수긍할 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특히, 교육환경
혹은 여건을 이야기하는 ‘19세기 교실’은 최근 들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그 말을
운동장으로 바꾼다면 거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체육수업과 관련된 학교의 교육자원은 아직도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운동장이라는 큰 교실
하나를 모든 체육교사가 사용하는 상황에서 학년별 지도내용의 선정과 배치가 잘못될 경우,
수업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밀하게 연간교육계획을 작성하는
일은 그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된다.
○ 연간교육계획은 체육수업을 반성하는 기준이 된다.
1년 단위로 반복되는 학교의 업무 특성으로 인해 똑같은 1년을 10년동안 반복해서 산다고
이야기하는 교사도 있다. 물론, 형식으로 보면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사에게 반복되는 1년이란 없다. 특히 교사의 수업은 같은 학년,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수업한다 하더라도 똑같이 진행될 수 없는 법이다. 교사는 끊임없이 반성하고 그 반성을
통해 수업을 변화시켜 간다. 더디지만 꾸준하게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연간교육계획은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된다. 즉 자신의 수업을 평가함에
있어 연간교육계획에서 설정한 목표의 달성 여부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특히, 2007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의 경우 가치 중심으로 목표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업을 통해 그 목표를 달성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며, 그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연간교육계획이다.
2010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은 상당한 변화를 담고 있다. 내용영역이 줄어
지도할 종목의 수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영역의 지도 종목도 교사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전보다는 더욱 융통성있게 학교교육과정을 작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주어진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 스포츠 둥지
'분야별 체육이야기 > [ 학교체육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셸콴 인터뷰] Have goals, Dream big, Work hard and Have fun (4) | 2010.01.12 |
---|---|
체육수업 연간교육계획수립의 기본내용과 고려사항은 무엇일까? (0) | 2010.01.07 |
운동장에서 즐길 수 있는 테니스~ (0) | 2009.12.31 |
체육수업,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2) | 2009.12.30 |
앞구르기로도 맞춤교육을 할 수 있을까. (수준별 수업 2) (0) | 2009.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