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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올림픽과 여성

올림픽과 여성

 

글 / 김신범(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팀/ 출처 : olympicchannel.com)

   2018년 겨울,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 이라는 모토를 표방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참가 국가의 수, 그리고 참가선수의 수도 가장 많았다. 국내외신에서 칭찬도 받았다. 그러나 평화와 화합을 이뤄낸 올림픽이라는 의의와는 상반된 모습도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여성 차별의 문제였다. KBS, SBS, MBC 등 지상파 3사의 중계방송에서 성차별적인 발언들이 만연했던 것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올림픽 기간이던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지상파 3사의 325개 경기 중계방송을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문제성 발언은 모두 30건. KBS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MBC와 SBS가 각 5건으로 뒤를 이었다. 성차별적 발언자의 비율은 남성 중계진이 27명으로 여성 중계진(7명)의 4배에 달했다고 한다. 중계진은 여성 선수를 향해 “여성한테는 나오지 않는 자세”, “아 지렸… 아 팬티를 갈아입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남성 선수 못지않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 성숙하지 않은 행태임이 분명하다. 이번 기사는 올림픽에서 만연했던 성차별의 역사와 내용, 극복기,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다룬다.

 

올림픽 성차별 역사
   성차별은 고대 올림픽에서부터 시작됐다. 여성은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지 못했다. 관람도 불가능했다. 그리스의 남자들이 나체로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여성들은 그 경기를 볼 수조차 없었다. 한 선수가 우승하자 몰래 관람하던 어머니가 기쁨에 겨워 뛰쳐나왔던 사건이 있었는데,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전해진다. “올림픽에서 여성의 주 역할은 우승자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일 뿐이다, 계집애들로 이루어진 올림픽은 흥미 없고 아름답지도 않으며 되레 무례한 일이다.” 올림픽을 부활시키고 보급했던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인 피에르 드 쿠베르탕(Pierre de Coubertin)도 여성의 올림픽 참여를 격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1900년 제2회 파리 올림픽에 22명의 여자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는 그 수가 290명으로 늘었다.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최초의 여성 금메달리스트
   1900년 개최된 제2회 파리올림픽에서 스위스 출신의 요트선수 헬렌 드 포탈레스(Helene de Pourtales)는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스위스 남자 요트팀의 일원으로 참가해서 금메달, 은메달을 획득했던 것이다.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미국의 골프 선수인 마거릿 애벗(Margaret Abbott)도 올림픽에서 골프 여자 개인 종목에서 우승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영국의 테니스 선수 샬롯 쿠퍼(Charlotte Cooper)도 좋은 실력으로 금메달을 획득하게 된다.

 

(스위스 출신의 요트선수 헬렌 드 포탈레스/ 출처 : racingnelliebly.com)

 

IOC의 행보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와 각 NOC(National Olympic Committee)들, 그리고 IFs(International Federations)는 성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IOC는 남성과 여성의 평등함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에서 스포츠의 모든 수준 및 구조에 걸쳐 여성스포츠를 격려하고 후원할 임무 및 역할을 가진다”고 하는 올림픽 헌장 제2조 7항을 근거로 하여 평등 활동을 전개한다. 2014년 12월에 발표된 올림픽 아젠다 2020에서는 올림픽 여성 참여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림으로써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독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올림픽에서의 여성 선수 비율은 리우 하계 올림픽에서 45.2%,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40.3%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올림픽에 여성들이 참가하다

   1900년 파리 하계올림픽에서는 테니스와 골프가 여성들에게 허용됐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하계올림픽에서는 양궁이, 1908년 런던 하계 올림픽에서는 테니스가, 1912년 스톡홀름 하계올림픽에서는 수중스포츠가, 1924년 파리 하계올림픽에서는 펜싱이, 샤모니 동계올림픽에서는 피겨스케이팅이, 1928년 암스테르담 하계올림픽에서는 육상과 체조가, 1936년 베를린 하계올림픽에서는 다이빙이, 가미쉬-파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서는 알파인스키 종목이 여성참가를 허용했다. 1948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는 카누, 1960년 스쿼밸리 동계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는 배구,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에서는 루지,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에서는 조정, 농구, 핸드볼이 추가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에서는 배드민턴, 유도, 알레르빌 동계올림픽에서는 바이애슬론,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는 프리스타일 스키, 1996년 애틀란타 하계올림픽에서는 축구, 소프트볼, 비치발리볼,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는 컬링, 아이스하키, 스노보드,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에서는 역도, 근대5종 경기, 태권도, 철인3종 경기, 수구가 신설됐으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에서는 레슬링,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는 복싱,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스키점프, 2016 리우 하계올림픽에서는 골프와 럭비 종목에서 여성들의 경기가 실시됐다. 특히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은 양성평등을 일궈낸 대회로 유명하다. 근대올림픽 역사상 여성이 모든 세부종목에 출전한 것이 처음이었다. 시상 도우미 역시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던 의미 있는 올림픽이었다.  

 

여성도 마라톤을 즐기고 싶다, 캐서린 스위처(Katherine Switzer)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곤욕을 치른 캐서린 스위쳐의 모습/ 출처 : Getty Images)

   캐서린 스위처는 여성 스포츠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67년 그녀는 겁 없이 미국에서 가장 전통 있는 대회 중 하나인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대회에서는 여성의 출전이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라톤 참가자 명부에 ‘K. V. 스위처’라고만 작성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여성인 줄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주위의 시선을 이겨내고 여성 최초로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녀는 자신을 코스 밖으로 내몰려는 시도를 피해서 뛰어야만 했었으며, 그 장면이 사진으로 남아 사람들의 세간에 오르내리게 됐다. 최초 관계자들은 그녀의 기록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사람들의 끊임없는 민원으로 결국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됐다. 이후 보스턴 마라톤 조직위원회는 그녀가 달고 뛰었던 번호인 261번을 영구 결번함으로써 존중을 표현했다. 캐서린 스위처의 노력에 힘입어 여성들은 1972년 마라톤 참가를 허용 받게 됐으며, 올림픽 마라톤은 1984년부터 뛰게 됐다.

 

여성스포츠 발전과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

 

(“Giving Women and Girls a Sporting Chance”/ 출처 : olympic.org)

   1995년 설치된 IOC 여성스포츠분과위원회(IOC Women and Sport Commission)는 국제적인 여성스포츠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IOC 위원장과 집행위원회가 여성스포츠 증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올림픽 여성참여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특히 이들이 힘주어 진행하는 IOC 여성스포츠 프로그램(IOC Women and Sport Programme)은 개발도상국의 NOC(National Olympic Committee)가 자국 여성 스포츠 권익증진을 위한 과제를 설정하고 직접 실행하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IOC는 2014년 발표된 <올림픽 아젠다 2020>에서 제 11항 ‘성 평등 제창(Foster Gender Equality)’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IOC가 국제연맹 및 국가올림픽위원회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여성 스포츠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올림픽에서 여성선수 비율이 50%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0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IOC 여성 스포츠상(Women and Sport Award)도 여성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매년 대상 1명, 5개 대륙별 수상 각 1명씩을 선발하여 시상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네트워킹 포럼 등을 주기적으로 개최하여 여성들의 올림픽 활약을 고무시킨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젠더 평등을 외치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

   대한체육회의 임원 47명 중 여성 임원은 7명으로 총 14.89%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IOC의 요구사항인 30%에 아직 미치지 않는 수치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우리나라 공중파 3사 해설진의 성차별적 발언들 역시 아직 양성평등을 위해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음을 시사한다. IOC, NOC, 중계방송사, UN, 각 국제단체, 협회, 연맹, 선수, 코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여 양성 평등 정착을 위해 힘써야 한다. 고대올림픽에서부터 존재했던 여성 차별적 사고방식은 많이 희석되었으나,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또한 여성들의 스포츠나 올림픽 참여 독려에만 그치지 않고, 스포츠를 통해 실제 사회에서 얻는 권익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스포츠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