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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매력적인 직업,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

매력적인 직업,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

 

글 / 김신범(연세대학교 스포츠응용산업학과)

 

   1990년대, 국내 축구계는 이미 걸출한 선수들을 보유했었다. 그 중 서정원은 빅 리그에 소속된 구단 스카우터들이 직접 경기를 보고 영입을 시도했었던 명실상부 당대 최고의 선수였다. FC 바로셀로나(FC Barcelona), 바이엘 레버쿠젠(Bayer 04 Leverkusen) 등 유수의 팀들에서 이적 제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축구계에는 선수에 관한 모든 권리가 구단에게 주어지던 분위기가 만연했다. 서정원의 소속팀이었던 안양 LG치타스는 미지근한 태도를 연신 비추었다. 이적료가 적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1997년에는 포르투갈의 벤피카에서 등번호까지 받으며 현지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까지 소화했지만, 벤피카와 대한축구협회 간의 이해관계 및 협상 부족으로 결국 이적이 결렬되었다.

 

(바르셀로나 등 해외팀들과 이적설이 있었던 서정원/ 출처: yachuk.com)

 

   그 이후로 서정원은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의 RC스트라스부르(RC Strasbourg)로 이적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SEO’라는 이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감독과의 불화, 팀과의 불화 등 여러 이유로 결국 국내 복귀를 고려하게 된다. 와중에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F.C. Bayern Munchen), 스페인의 발렌시아 CF(Valencia C.F.)와 같은, 소속팀보다 더 규모가 큰 빅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게 됐다. 하지만 전부 무산됐다. 서정원은 당시를 많이 아쉬워하며 본인에게 에이전트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후술했다.

 

  서정원이 활약할 당시에는 에이전트란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그 이전부터 선수가 오로지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는 각종 애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에이전트라는 개념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만약 당시에 그를 온전히 담당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있었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가 경기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게 도와주고,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는 계약 문제, 법률 문제, 생활 문제 등 여러 방면에서 에이전트가 세심히 도와줬더라면, 서정원은 박지성보다 먼저 유럽의 빅 클럽에 진출한 선수가 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
   스포츠 에이전트란 프로 선수가 구단이나 대기업 실업팀과 입단, 연봉협상, 또는 스폰서 및 초상권 계약을 할 경우 선수에게 최대의 이익을 확보해 주기 위해 계약 테이블에 직접 나서는 선수 대리인을 의미한다. 이들은 경기·팀·선수 등의 부가가치를 높여줌으로써 업무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도모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적시 선수들을 관리하고, 계약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고객의 재능을 이끌어내고, 고객의 전반적 부분을 다루는 개인적 매니저들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탤런트 에이전트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입단, 연봉, 인도스먼트, 미디어 접촉 정리 및 관리, 구단 및 스폰서와의 관계 중재, 선수의 훈련 집중 지원 및 담당, 선수의 브랜드 가치 제고 및 향상, 선수의 개인 재무관리 컨설팅, 선수의 경력 관리, 선수의 은퇴이후 관리, 경기 외적 법률문제 중재 및 해결, 경기 내·외적 상황 중재 등이 선수 에이전트의 업무에 해당한다.

 

   프로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발굴하여 그들을 걸출한 스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에이전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피겨 스케이팅과 수영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기 힘든 종목이었고, 대중적 관심 또한 다른 종목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종목들보다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이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김연아, 박태환 등의 걸출한 스타선수들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의 후광 효과도 있겠지만, 그들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들의 능력만은 아니었다. 지금 같은 레벨의 경기 수행을 펼칠 수 있게 지원한 에이전시들과 에이전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었다.

 

   에이전트들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유명선수들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 선수들을 발굴하여 훈련 프로그램 관리, 명확한 비전 제시, 국제대회 참석, 이미지 제조 등의 각종 방법으로 선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해당 종목에서 최고의 경기 몰입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역사

 

(시카고 베어스의 레드 그랜지/ 출처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

 

   스포츠 에이전트의 역사는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 확실히 정의 할 수 없지만, 현 시대의 에이전트 개념은  1926년 미국에서 풋볼선수 레드 그랜지(Red Grange)의 이적 배경을 두고 시작되었다. 당시 레드 그랜지는 프로구단과 계약 협상을 위해 에이전트를 고용하여, 구단과 전례 없는 연봉과 보너스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레드 그랜지의 계약을 성사시킨 극장 관계자 찰스 파일(Charles C. Pyle)이 최초의 에이전트라고 일컬어진다. 찰스 파일은 레드 그랜지가 경기마다 3,000달러를 받고, 홍보와 영화 저작권으로 3,000,000달러의 추가 수입을 받을 수 있도록 시카고 베어스(Chicago Bears)와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 이후 1960년 후반 메이저리그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Detroit Tigers)의 투수로 활약했던 얼 윌슨(Earl Wilson)의 조언자였던 밥 울프(Bob Woolf)는 얼 윌슨의 고민이 있거나 구단과 상의할 일이 있으면 동행하여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줬다. 이처럼 팀 스포츠에서 1960년대까지 선수들은 에이전트를 가지는 것이 매우 드물었다. 지금의 스포츠 에이전트의 개념보다는 조언자로서의 역할로 시작했던 것이다.

 

(프랑스 테니스 선수 수잔나 랑글랑/ 출처 : Region Hauts-de-France)

 

   하지만 이와 다르게 개인 스포츠(골프, 테니스 등) 종목 선수들은 오래전부터 에이전트에게 의존해 왔다. 찰스 파일은 1926년 당시 프랑스 테니스 스타인 수잔나 랑글랑(Suzanne Lenglen)이 미국 투어 참가의 대가로 50,000달러를 받을 수 있게 도와  주었으며, 그 결과 수잔나 랑글랑은 프로 테니스에서 자신의 뛰어난 실력을 맘껏 뽐냈다.

 

(마크 맥코맥과 아놀드 파머/ 출처 : arnoldpalmer.com)

 

   IMG설립자인 마크 맥코맥(Mark McCormack)은 골프 선수인 아놀드 파머(Arnold Palmer)를 자신의 첫 고객으로서 계약했던 스포츠 마케팅의 대부다. 그는 주로 팀스포츠의 선수보다, 개인 스포츠의 선수들을 대리함으로서, 에이전트의 개념을 더욱 공고히 했다. 단순히 선수의 연봉, 계약기간, 대회출전, 법적인 문제 등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확장시켜 선수를 이용하여 광고를 하기도 하고, 해당 선수를 통해 만들어진 스폰서십 과 인도스먼트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냈다. 그는 이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 들였다.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에이전트의 개념을 인식하게 됐으며, 그 무한한 경제적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이후 미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스포츠산업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선수들을 위해 일을 해줄 전문 에이전트들이 많이 필요하게 됐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유형
   스포츠 에이전트는 우리가 영화나 TV에서 접하던 것처럼 선수를 위한 에이전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선수 에이전트에서 선수를 위한 대리인 개념이 처음 시작됐고, 지금의 고도화된 스포츠 산업에서는 코치 및 감독의 에이전트, 국가와 국가, 클럽과 클럽 간의 경기를 성사시켜 주는 에이전트들도 등장했다. 더 나아가 구단의 업무의 일정 부분을 배정받아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구단 에이전트들도 생겨나게 됐다.

 

*선수 에이전트
   선수 에이전트는 해당 선수를 대신하여 대리인의 자격으로 이적 추진, 연봉 협상 등의 전반적 업무를 대행함으로써 선수들은 오로지 운동에만 몰두하게 한다. 이를 통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뿐 아니라 법률문제, 재무 관리, 보증광고 협상 등의 경기 외적인 문제들 또한 대행함으로써 선수의 경기 몰입도를 높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최근에 더 강조되고 있는 각종 미디어 대응 및 미디어 노출에 따른 긍정적 선수 이미지 형성도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되고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그의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 출처 : 90min.com)


   스폰서십 계약을 할 경우, 선수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선수의 잠재력을 미리 보고 새로 나오는 신인 선수들을 발굴하여 육성하기도 한다. 국내의 경우, 에이전트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는 구기 종목은 축구다. 피파에서 주관하는 「FIFA Player's Agent」 일정 시험에 합격하여 라이센스를 취득하면 정식 에이전트로 활동할 수 있다.

 

*코치 및 감독 에이전트
   아직 국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유형의 에이전트다. 현재 성장하는 프로스포츠 산업의 추이를 고려해 보았을 때, 코치와 감독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이른바 ‘코치 및 감독 에이전트’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 유럽의 경우에서는 축구계에서 코치 및 감독의 에이전트들을 볼 수 있다.

 

(조세 무리뉴 맨체스터 유너이티드 감독과 그의 에이전트 호르에 멘데스/ 출처 : Daily Express)

   대표적으로 조세 무리뉴, 라파엘 베니테즈, 스벤 고란 에릭손 등 유럽에서 저명한 축구 감독들이 자신만의 에이전트를 따로 두어 연봉 협상과 재무 관리, 광고 출연 등 경기 내, 외적인 업무를 대행하게 만든다. 프로스포츠 구단에 소속된 코치와 감독들은 팀의 성적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많으며, 코치와 감독은 직업의 특성상 쉽게 구직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개인 에이전트를 두는 경우가 많다.

 

*매치 에이전트
   매치 에이전트는 올림픽,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와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 성격에서 벗어난 국가 간, 클럽 간, 대륙 간의 경기를 추진하고자 할 때 양쪽의 중간에서 가교역할을 해주는 에이전트다. 즉, 매치 에이전트는 경기를 주선하는 에이전트라고 할 수 있다. 매치 에이전트의 활동이 활성화 된 종목은 역시 축구다. 축구가 국가 또는 클럽 팀 간의 경기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파에서는 에이전트의 유형을 선수 에이전트(FIFA Players' Agent), 매치 에이전트(Match Agent) 두 종류로 양분하여 공식적인 에이전트로서의 활동을 공식화하고 있다. 매치 에이전트는 앞서 이야기한 월드컵, 올림픽, 세계선수권 대회와 같은 종류로 분류되는 대회를 제외한 A매치 또는 친선 경기 등 대회의 성격에서 벗어난 경기를 주선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피파의 규정에는, 같은 연맹(예-아시아축구연맹)에 소속된 두 팀의 경기를 추진할 경우, 연맹 고유의 룰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다른 두 연맹에 소속된 팀의 경기일 경우에는 피파의 자격을 부여 받은 에이전트만이 주선 및 수행을 가능하게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매치 에이전트는 아직 국내를 포함한 외국의 경우에도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의 세계화 및 국제화의 추이를 살펴볼 때 그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구단 에이전트
   구단 에이전트의 개념이 수립되기 전까지는 구단의 소속된 스카우터와 구단 관계자들이 직접 비시즌 또는 정규 시즌 사이에 경기를 잡았다. 자기 팀의 경기력 향상과 선수단 단합의 목적으로 동계훈련, 하계훈련 등 연간 필수 스케줄을 정리했던 것이다. 해외나 타 지역으로 훈련을 떠날 때는 직접 훈련장, 숙박 장소, 연습경기 상대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단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구단 에이전트라는 개념이 조금씩 도입되어 구단으로 위임을 받아 이러한 문제들을 담당하며 해결해주고 있다. 에이전트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정보와 글로벌한 네트워크로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자질
*전문적 지식과 정보
   농구, 축구, 야구 등의 단체종목 또는 체조, 육상 등의 개인종목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에 해당하는 종목별 특성에 대한 해박한 이해도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다. 에이전트는 단순 대리인을 넘어 선수의 컨디션 관리나 경기몰입도 상승을 함에 있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하는 종목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없다면 선수와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선수를 관리할 때 에이전트로서 활동에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외국어 능력
  글로벌 사회에서 에이전트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이 필수다. 선수의 해외 이적을 추진할 때나, 해외 에이전트 또는 에이전시와 정보를 공유할 때 언어능력은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할 경우에는 국내에서만 활동을 해야 하는 장벽을 맞게 될 것이다. 만약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가 해외 팀의 러브콜을 받았을 때, 해외 방송 또는 광고 등의 섭외가 들어 왔을 때, 협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법률적 지식
   에이전트가 해당 법률이나 규정에 정통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계약에 관련된 조항들이나 기타 법률적인 상황과 요소들을 잘못 이해한다면, 큰 손실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반면에 법률적인 면에 정통하다면, 그 장점을 현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다. 협상테이블에 앉아 더 유리한 조건으로 선수의 가치를 최대한 평가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에이전트가 법률 전문가가 아닐 경우, 혹은 법률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전문가에 자문을 구함으로써 법리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치밀함 또한 필요하다.

 

*대인 / 언론관계
   대인관계는 스포츠 에이전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다. 대인관계는 아주 중요한 정보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제다. 언론과의 관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선수를 어떻게 관리하고 노출시키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시선과 광고주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대인관계와 언론관계가 좋은 에이전트는 선수를 긍정적으로 알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