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손석정 (남서울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겨울스포츠로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키나 스노보드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설경의
자연 속에서 내리 쏘는 그 짜릿한 스피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맛을 아는 이들은 눈만 봐도
맘이 설렐 정도라고 하니 그 매력이야 말로 어찌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겨울스포츠의 꽃이라 불리고 있는 스키나 스노보드의 진수를 마음껏 즐기고 느끼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스키와 스노보드는 위험스포츠라는 인식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무모하리만치 용감한 우리 주변의 많은 이들은 아직까지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단순 유희성 레저로 여기다가 불행한 사고를 당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올해 소비자원의 위해감시시스템(CISS)을 통해 수집된 스키장 안전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06/’07시즌 165건이었던 사고는 ‘07/’08시즌 161건으로서 전년대비 2.4%가 줄었으나
‘08/’09시즌에는 302건으로서 전년대비 87.6%(141건)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로는 리프트 이용 중의 발생하는 추락사고와 승하차시에
넘어지는 사고, 슬로프에서 스키어끼리의 추돌 또는 충돌사고, 안전시설물과의 충돌사고,
과도한 스피드나 부주의로 넘어지는 사고 등을 들 수 있다. 소방방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2003~2008) 발생한 스키장의 안전사고의 95% 이상이 미숙련 초보자의 부적절한
코스 선택, 방향전환 미숙 등으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발생하고 있으며 또한 이용자 상호
충돌 등으로 발생한 안전사고가 증가 추세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반 이용객들의 활주 시의 속도는 보통 시속 50km 이상 이른다고 한다. 안전장비 없이 빠른
스피드로 슬로프를 내려오다가 넘어지거나 부딪힐 경우, 그 충격으로 인하여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스키장에서 일어난 몇몇 사고를 들어보면 2004년 12월 30일 강원도
한 스키장에서 김모(9세)양이 강모(13세)양과 부딪치는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고, 2005년
1월 2일 횡성의 한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던 서모(28세/서울)씨가 넘어지면서 그 충격으로
사망하였고, 2005년 1월 11일에는 춘천의 한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진 정모(21세/서울)씨가
뒤따라오던 김모(22세/대구)씨와 충돌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으며 최근에는 캐나다 토론토
북부의 ‘스노 밸리’ 스키 리조트에서 스키를 타던 한인 초등학생(13세)이 나무에 부딪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외에도 충돌로 인한 다발성 외상인 각종 골절, 인대파열 등의 중대사고도
심상찮게 발생하고 있다.
스키장에서 스키어끼리의 충돌로 인한 가벼운 상해인 경우는 치료비 보상 등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해 해결되지만 중상 또는 사망 등의 중대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합의보다는 소송에
의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교통사고처리의
사례처럼 가해자와 피해자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게 되며, 민사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 직접적인 치료비뿐만 아니라 휴직에 따른 손실, 정신적인 피해보상인 위자료
등 간접피해까지도 배상토록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스키장에서의 추돌이나 충돌사고가 발생할 경우 슬로프 내에는 신호등이 없고,
현장보존도 어렵고 또한 목격자의 협조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역주행, 음주스키 등 명백한 과실이 있다거나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경우 등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주된 과실이 있다고 보여지는
추돌이나 충돌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며, 사고 상황에 따라 과실 상계되고 있다.
스키관련 판례를 보면 앞서가는 스키어는 뒤에 오는 스키어의 동태를 살필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뒤에 오는 스키어는 앞에 있는 스키어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다른 스키어 등에게
위험하지 않도록 안전한 진로와 속도를 선택해 진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반 과실사건뿐 만 아니라 교통사고에서도 충돌사고 발생 시 책임비율에서 가해자 측의
100% 과실로 보지 않고 쌍방 과실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키사고에서도
민사상으로는 상방과실로 보고 과실 상계됨으로써 가해자에게 70%에서 50% 정도의 책임을
묻고 있다. 즉, 앞서가는 스키어가 갑자기 S자 턴을 하거나 중급자 코스에서 스키연습을 했다든지
하는 등 사고를 유발시킨 구체적인 사정을 감안할 경우에는 피해자의 책임을 중하게 여겨
뒤에서 충돌한 후행자의 책임을 50%로 공제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할 경우에 안전벨트를 매야 하며, 신호를 준수하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고, 차량이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도로변으로 이동해서 안전
경고판을 세워 사고를 방지해야 하며, 과속을 하지 말아야 하며, 역주행 및 음주운전을
하지 말아야 함은 다 아는 상식이고 또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규칙이다.
스키장의 슬로프는 신호등 없는 도로이고 스키어는 후시경이 없는 자동차로 봄이 바람직하다.
스키어는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고, 스키어와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도록 앞서가는 스키어의
동태를 잘 살펴 활강하고, 슬로프에서 넘어졌을 경우 가능한 빨리 일어나며, 좁은 코스로부터
메인 코스로 합류할 때에는 안전 확인을 위해 서행 또는 일단 정지하고, 코스 중앙에서의 급정지,
휴식은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코스 가장자리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제어 가능할 정도의 스피드로서 활주하며, 역주행이나 음주스키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 스키어는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준수하듯이 슬로프에서는 교통법규에 준하는
스키장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설경과 함께 어우러지는 우리 스키어들이 보다 성숙하고
안전한 스키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내 몸처럼 다른 스키어들의 안전을 배려할 수 있도록,
자연을 닮은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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