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야별 체육이야기/[ 국제체육 ]

외국인 선수의 한국 귀화, 그러나 한국 스포츠계는 냉정하다!

                                                                                               글 / 김연권 (경기대학교 교수)


오늘날 국제 스포츠계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귀화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으며,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998년 월드컵 우승컵을 거머쥔
프랑스 대표 팀은 다국적·다인종 출신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지단과 앙리뿐만 아니라
주전 선수 11명 대부분 아프리카권 국가에서 건너온 이민 2세대였다.

한국의 스포츠 현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 선수의 국내리그 유입은
1983년 프로 축구를 필두로 1997년 프로 농구, 1998년 프로 야구, 2005년 프로배구로 확대되었다.
국내 거의 모든 프로 스포츠 영역에서 이제는 외국인 용병 없이는 리그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2007년 프로축구는 득점 랭킹 1-8위가 외국인 선수였다는 사실이 그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가면서 외국인
선수들은 새로운 사회적 아이콘으로 대두되고 있다. 예컨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트의 로이스터
감독과 가르시아는 시민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팬들의 사랑을 받음에 따라 몇몇은 귀화를 시도하며 한국 땅에 영원히 뿌리를
내리려는 생각까지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축구에서는 신의 손, 이싸빅, 이성남 등이
한국인으로 귀화를 해서 국가대표가 되고자 시도한 바 있고, 농구에서는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혼혈 선수들이 대거 귀화를 추진해 국가대표 혹은 소속팀으로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와 같은 외국 국적의 혼혈 선수와 외국인 용병의 귀화 현상은 한국 사회의 다문화 현상의
추세와 밀접한 관계
가 있다. 즉 외국인 선수의 국내 유입과 귀화 과정과 시점은 199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 여성이 대거 유입되는 과정과 시점과 거의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에도 한국 사회에서 외국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K-리그에서 활약한 몇몇 귀화 선수들의 대표 팀
발탁의 시도가 있었지만, 이들이 전력강화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문화적, 인종적 차이가
대표 팀의 팀워크를 해친다는 목소리에 불발되고 말았다. 즉, 국가대표팀은 문화와 인종이
다르면 따돌리고 장벽을 쳐야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같은 민족인 추성훈에게 가한 따돌림을
돌이켜 보면 보면 아직 한국 체육계는 다문화현상을 포용할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물론 중동국가처럼 오일 머니를 내세워 외국의 우수 선수를 자국의 국가대표로 끌어들이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외국 선수가 한국이 좋다고 한국인으로 귀화하고
또한 실력이 대표 자격이 충분하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한국에서도 약간의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중국 출신의 당예서가 논란 끝에 탁구 대표 팀에 발탁되었고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 많은 국민이 성원과 기쁨을 보였던 점을 보면 국가대표팀의 순혈주의는 점차
극복될 수도 있으리라 예견된다.      

다문화 사회에 직면한 한국사회에서 장차 귀화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국가 대표로
발탁되어 활약하는 모습이 실현될 경우 내국인과 이주민 사이의 거리감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국가대표팀에 귀화선수나 혼혈 선수가 토종 한국인 선수와 팀워크를 이루며 더욱 강한
팀으로 성장할 때 한국 사회는 한 단계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며 인종적 소수자들에게 희망도
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스포츠 엘리트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스포츠가 사회통합의
진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스타보다는 학교 체육과 생활 체육의 정상화와
활성화를 통해 사회 소수자의 스포츠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데 많은 관심

쏟아야 할 것이다.   


   
특히 체육교육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교생활 적응에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교실에서
한국어나 사회 등의 과목은 한국어 능력이 모자라는 다문화가정 자녀에겐 고역의 대상이지만,
 체육과 수학 과목은 한국어를 몰라도 크게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예컨대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축구를 하거나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할 때에는 일반 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 모두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쉽고 어우러질 수 있다. 그럴 때 다문화
가정 자녀는 소외감과 편견에서 벗어나 쉽게 친구들을 사귈 수 있으며 학교와 한국 사회에
애착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를 오바마와 강수일의 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오바마는
인도네시아에서 하와이로 돌아온 이후 정체성 혼란과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
농구는 흑인 학생이 몇 명에 불과한 학교에서 어린 오마바에게 아버지의 부재를 잊게 할 수
있는 편안함과 위로를 제공했고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해 준 구세주였다. 또한 국내 프로 축구
2부 리그 MVP로 오른 강수일은 어릴 때 검은 피부색을 놀려대는 친구들을 주먹으로 제압하려는
문제아였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하면서 혼혈의 편견을 극복하고 훌륭한 선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교에서의 다문화 교육 정책에서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없다. 정규
교과에서나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에 다문화체육 프로그램을 조속히 개발하여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스포츠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적응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