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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바람이 불면 9점을 쏘아도 괜찮아'

‘바람이 불면 9점을 쏘아도 괜찮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지원 김영숙 스포츠심리학 박사 인터뷰

 

글 / 김예은(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출처: 연합뉴스)

 

  막히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 지난 달 중순 끝났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남녀 국가대표 8명이 확정됐다. 치열한 선발전을 거친 양궁 국가대표들은 아시안 게임에 대비한 본격적인 심리훈련에 돌입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구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스포츠심리 지원시스템에 의해 선수 개인별 심리 프로파일을 만들고, 심리기술훈련과 개인 상담에 들어갔다. 특히 단체전에 대비하여 선수 간 신뢰와 의사소통 등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포츠심리학 전문 연구원인 김영숙 박사님의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심리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 김영숙 박사님>

 

 

- 체력, 기술적인 부분보다 스포츠심리지원은 뒤늦게 부각된 느낌이 있습니다.

▲ 스포츠 코치나 감독들이 국제 경기에 나갔을 때, 미국이나 독일 등 스포츠 선진국에서 스포츠과학 전문가들이 선수들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고 스포츠과학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 것 같다. 스포츠과학 부분에서 체력적인 부분은 운동생리학 분야에서 맡고 있고, 기술 분석에 대한 부분은 운동역학 분야에서 다루고 있다. 체력과 기술 분석은 완전히 경기력에 기초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지원 요청이 있다. 하지만 체력과 기술이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심리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체력과 기술면에서 그 실력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중에 누가 제일 안정적으로 평소에 연습하는 것처럼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여 개인의 경기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점점 스포츠심리가 경기력 관리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심리 현장지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저 기본적인 스포츠심리 현장지원으로는 총 4단계가 있다. 1단계에서는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스포츠심리 적용의 필요성과 심리요인에 대한 교육을 수행하고, 다양한 심리 척도(성격, 불안, 자신감, 자기관리, 스포츠 수행전략 등)와 상담을 통해 선수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후 개인별 심리 프로파일을 작성한다. 1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사가 선수와 지도자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통해 선수와 지도자들이 마음을 열고 신뢰를 쌓아야만 스포츠심리 현장지원의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2단계로는 심리 프로파일을 바탕으로 개별 선수에게 적합한 심리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훈련 현장에서 연습하도록 한다. 3단계로는 훈련에서 적용하던 심리기술훈련을 실제 경기에 적용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정 및 보완을 하여 선수에게 맞는 최적의 심리기술을 적용한다. 4단계는 대회 기간 중이므로 이 기간에는 수시로 스포츠심리상담을 한다.

 

 

- 올해 다가올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대비하여 스포츠심리 현장지원 중에서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와 차별화된 점이 있나요?

▲ 양궁은 리커브 종목과 컴파운드 종목 총 2가지 종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일반적인 양궁이 바로 리커브 종목이고,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최초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종목이 컴파운드 종목이다. 2014 아시안게임에서는 리커브 종목과 컴파운드 종목에서 모두 개인종목과 단체종목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컴파운드 종목에서 개인종목이 없어졌다. 게다가 리커브와 컴파운드 종목에서 남녀 혼성 종목이 새로 생기게 되었다. 따라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와는 달리 개인적인 부분보다는 보다 더 단체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의사소통, 팀 간의 갈등해결, 동질감, 신뢰 형성 등 단체전을 중점으로 하는 스포츠심리 현장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 상담을 주로 합리적 인지정서행동치료(REBT)의 이론적 접근을 근거로 진행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는 무엇인가요?

▲ 합리적 인지정서행동치료는 인간의 생각(인지), 감정(정서), 행동이 서로 영향을 끼치고,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와 비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합리적 인지정서행동치료를 통해 비합리적인 생각이나 신념을 합리적으로 바꾸게 되면 이에 대한 감정과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양궁 선수가 '바람이 불어도 10점을 쏠 것이다'라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경기 중에 실수를 한다면 더욱 긴장이 되어 경기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바람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와 같은 논박을 통해 선수가 '바람이 불면 9점을 쏘아도 괜찮아'라는 합리적인 생각을 유도하여 몸의 긴장을 낮추고 경기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리기술훈련의 주요 내용 중 수행 루틴 만들기는 행동 루틴과 인지 루틴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행동 루틴과 다르게 인지 루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인데 이는 주로 어떤 식으로 개발하고 훈련하고 있나요?

지 루틴은 대부분 생각과 관련된 루틴인데,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더 효과적인 선수가 있고 혼잣말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선수가 있다. 이미지가 더 효과적인 선수에게는 좀 더 성공적인 수행과 관련된 이미지를 그리게 하고, 반면 이미지보다는 말이 더 효과적인 선수에게는 혼잣말을 넣는 편이다. 이것은 선수들과 얘기하면서 자신감을 향상시켜주고, 불안을 감소시켜주는 인지 루틴을 만들어서 적용해보고, 이후에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여 최종 루틴이 만들어진다. 인지 루틴을 개발하게 되면 연습 상황에서 훈련이 계속 이루어지고, 이후 국내 대회나 국제 대회에서 적용을 해본 뒤 반복적으로 선수와 얘기를 하면서 수정하는 편이다.

 

 

- 선수가 만약 과도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 스포츠 심리학자로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나요?

▲ 징크스와 루틴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징크스는 특정한 것을 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미신적인 믿음인 반면, 루틴은 특정한 것을 하면 경기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험 당일 미역국을 먹으면 미끄러진다는 말과 같이 양궁 선수들 사이에서는 빵을 먹으면 빵점을 쏜다는 말이 있다. 이 때 양궁선수들에게 빵을 아예 먹지 않도록 하기보다는 선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루틴에 좀 더 초점을 두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징크스를 아예 바꾸려고 하거나,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루틴에 좀 더 집중하여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려고 한다.

 

- 혹시 선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징크스를 루틴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인가요?

▲ 징크스를 루틴화 시키기보다는 징크스와 루틴을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나달의 경우, 휴식 시간에 물병 라벨을 일정 방향으로 돌리는 징크스가 있다. 물병이 쓰러져 있든, 라벨이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 있든 신경 쓰지 않고,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자신의 루틴을 만들어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이와 더불어 타이거 우즈같이 선수들이 아주 오랫동안 했던 무의식적인 루틴이 있는 반면에, 선수들이 당황스럽거나 불안한 상황에서 하는 의식적인 루틴도 있다. 의식적으로 행하는 루틴은 '이것만 하면 된다' 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여 선수들이 본인이 하는 루틴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양궁 선수들 같은 경우 불안한 상황에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거나 혹은 다른 생각이 많아질 때, 자신의 루틴 카드를 봄으로써 생각을 좀 더 단순하게 만들어 본인의 수행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