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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마린보이 박태환, 다시 한 번 비상하라

마린보이 박태환, 다시 한 번 비상하라

 

글 추민선 (이화여자대학교 체육과학부)

 

 

 27일부터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올해 8월 개최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 경기 출전 국가대표 선발대회가 열렸다. 30일까지 남녀 34개 종목이 치러지며, 종목별 1위 선수에게만 아시아경기 출전자격이 부여된다. 이 중 한국에 주어지는 아시아경기 출전 쿼터에 따라 대표선수 최종 명단이 결정된다.

 

(사진 출처: 광주=뉴시스)

 

 박태환은 29일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6초6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자유형 400, 100m에도 출전한 박태환은 출전 종목마다 1위에 오르며 독주하고 있다. 박태환의 나이는 29살, 10년이나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는 노장이지만 국내에서 그를 위협하는 선수가 없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메달이 간절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하며, "수영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기록이다. 기록이 좋으면 좋은 색깔의 메달도 따라올 것" 이라고 말했다. 덧붙여서 그는 "나는 아직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라는 걸 알릴 수 있는 좋은 해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우리나라에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재다. 그는 17살에 국제 수영 연맹 월드클래스에서 챔피언이 되었으며, 체급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유형에서 동양인 최초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어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선수이다.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그가 2014년 9월 3일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불시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박태환이 맞은 주사는 테스토스테론, 즉 남성 호르몬을 증가 시켜주는 '네비도' 라는 주사다. 해당 약물을 고의로, 알고 주입했느냐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도핑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는,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범법행위이다. 박태환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따낸 메달 6개(은 1, 동 5개)를 모두 박탈당했고, 세계도핑기구 FINA(국제수영연맹)에 의해 1년 6개월간 선수자격이 정지되었다. 사건 이후 대다수는 박태환 선수에 대해 '약쟁이'라고 치부했다. 일단 '워딩'이 씌여지면, 상황과 고의성인지에 대한 고려는 철저히 배제된다. 문제의 본질에 대해 주목하기보다, 한 사람 자체를 부정하고 증오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그는 일반 대회에서는 이전과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만,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에서는 선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으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는 죄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렀고, 우리는 선수 개인을 맥락 없이 증오할 권리는 없다. 더군다나 박태환 선수의 도핑문제를 오로지 한 개인 선수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박태환은 투지와 노력 그리고 천재성으로 동양인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해내고 금메달을 수차례 따내었다. 우리 국민들은 그런 그의 신화를 보며,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꼈고, 우리는 그러한 박태환 선수의 선전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수영의 전설로 기억될 마린보이, 박태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아시안게임에서 불명예를 씻고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