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종훈
근대 5종 첫 세계선수권 챔피언 정진화를 뒷바라지한 조세훈 트레이너
대한민국 스포츠에 새 역사가 쓰였다. 2017 근대 5종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정진화(28· LH) 선수가 사상 최초로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사상 최초로 우승한 업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더욱 새삼 주목할만한 일은 종목의 특성에 있다. 근대 5종은 1일 동안 펜싱, 수영, 승마, 크로스컨트리, 사격을 순서대로 진행하여 각 종목별 기록을 환산했을 때 총득점이 높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즉, 특정 한 종목만 월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5 종목 모두 성적이 좋아야 한다. 다양한 종목에서 높은 성적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종목의 특성에 따라 운동 하는 방법이 다르고 운동에 따른 선수의 체력관리, 부상방지, 컨디션 조절 등을 하지 않으면 높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에 5 종목을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체력과 컨디션은 더욱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이다.
선수들의 성적향상은 감독과 코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선수들의 부상방지, 체력관리, 컨디션을 관리해주는 승리의 ‘숨은 주역’인 근대 5종 국가대표 트레이너 조세훈(27·대한체육회) 씨와 얘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 선수트레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대학교 다닐 때 ‘스포츠 의학’이라는 책 표지를 보고 선수트레이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철없고 막연하다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책 표지에서 선수트레이너가 선수의 부상을 평가하고 처치하는 모습이 가슴 벅차오를 만큼 저에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전공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고 지금의 자리에 올수 있게 되었습니다.
- 선수에게 선수트레이너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무엇입니까?
▲ 감독님, 코치님께서 지도하는 훈련 이 외의 파트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모든 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매일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부터 경기 수행 능력을 위한 체력훈련, 부상 선수의 재활훈련, 경기 때의 컨디셔닝 등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모든 것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 근대 5종은 5개의 종목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각 종목별로 다르게 훈련을 하는 건가요?
▲ 네 맞습니다. 수영, 펜싱, 승마, 레이져 런(육상,사격) 모두 필요로 하는 전문체력군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한 종목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펜싱을 위해 보강으로 하체 운동을 했을 경우에 승마할 때 말과 컨택이 둔해질 수 있습니다.
- 경기 전 중 후 각각 트레이너의 역할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경기를 진행하시나요?
▲ 경기 때에는 선수의 컨디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경기 전에는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주기 위해 뻐근한 부분을 풀어주며 심리적 부담을 덜어 주려 하고 경기 중에는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칩니다. 경기 후에도 지속적인 컨디셔닝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 경기 중 선수의 부상, 문제 등 돌발 상황이 발생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나요?
▲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선수를 안정시켜주면서 부상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응급처치를 시작합니다. 부상은 보통 승마 경기에서 발생하기 쉬워 다른 경기보다 더 긴장하며 비디오 촬영으로 경기력 분석과 혹시 모를 부상의 정보를 얻습니다.
- 선수들의 부상방지와 재활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선수의 지속적인 평가와 커뮤니케이션으로 부족한 부분을 찾게 되고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개인별 스트레칭부터 웜업, 체력훈련까지 프로그램을 제시해줍니다. 부상 선수는 의사의 진단에 포커스를 맞춰 통증 조절, 움직임 개선 등의 단계별로 트레이닝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감독, 코치님과 상의하여 기술 훈련량을 조율하고 다시 필드로의 복귀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 체력훈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 경기나 훈련 일정을 고려하여 주기화에 맞춰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정화, 근력, 파워 단계의 모델과와 준비기, 시합기, 전이기의 주기화 프로그램으로 최종 목표인 시합까지 체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일반 준비기는 보통 비시즌기(동계) 때이며 높은 수준의 운동수행능력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적 적응단계로 기초 전술 전략을 향상시킵니다. 이후 특수 준비기에서는 종목 특성에 맞는 기술과 기능훈련에 집중을 하며 기술적인 요소의 지속적인 발전과 완성도에 포커스를 맞추고 시합기에는 신체적 운동 수행력 능력뿐만 아니라 심리적 특성 및 전술 등을 최대한 발휘하여 시합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이기 단계에서 신체적, 정신적 피로회복을 하며 다음 시합을 위해 재충전하는 시기로 접어들며 시합 일정에 맞춰 주기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 경기 전후 또는 훈련 시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올해 월드컵 4차 해외 시합을 앞두고 김xx선수가 승마훈련 중 발목 인대에 큰 부상을 입게 됐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컨디션을 올려주었고 끝내 결승까지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레이져 런(육상+사격)경기 결승선을 앞두고 너무 힘들었는지 눈물을 훔치며 이 악물고 뛰는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부상 직후부터 시합을 뛰기까지의 꿋꿋이 견뎌냈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울컥합니다.
- 선수트레이너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마쳤을 때입니다. 부상으로 인해 온전하지 못한 컨디션으로 아랑곳하지 않고 5가지의 경기를 하나하나 마치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큰 자극제가 됩니다.
- 선수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역량이 필요한가요?
▲ 요즘은 대학 이 외에도 여러 협회의 커리큘럼이 내실 있게 구성된 것 같습니다. 저는 기능 해부학, 운동생리학, 역학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공부했고, 대한체력코치협회에서 실시하는 자격과정과 스터디 활동으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몸으로 직접 느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던 것 같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을 유지하고 새로 배우는 전문적인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여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너가 가져야 할 역량은 ‘따뜻한 인간미’라고 생각합니다. 감독, 코치님은 전술로 선수는 경기력으로 결과물을 드러내지만 트레이너는 중간에서 가교 역할로 결과물을 보충합니다.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선수의 몸과 마음을 책임질 수 있어야 트레이너의 전문성(지식, 실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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