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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생활체육 ]

폼~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란?

                                                                             글 / 이병진 (국민생활체육회 정보미디어부장)

호모 루덴스 (Homo ludens)를 아시나요

인간의 학명(學名)에는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 생각하는 인간), 호모 폴리티쿠스
(Homo politicus, 정치적 인간), 호모 파베르 (Homo faber, 도구적 인간)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호모 루덴스 (Homo ludens)가 눈에 띈다. 유희적 인간이란 뜻의 이 학명은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J. 호이징가’가 도입한 개념으로서, 원초적으로 문화는 유희(遊戱)로부터
발달했다는 것이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유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희를 즐기기 위해 문화가 발달했고
심지어는 노동자체도 유희의 연장선상에 있었음을 전통사회의 민속놀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가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유감스럽게도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유희는 악덕으로 치부되었고, 일(노동)과 여가(놀이)는
확연히 분절되었다. 전(前)산업시대에는 일과 여가라는 것이 서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으며,
일터와 가정, 작업과 여흥은 서로 혼재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작업과정은 엄격한 노동규율(work discipline)과
최소한의 효율적 휴식을 강조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전 산업시대에 존재하였던 노동․
여흥의 자연적 공존리듬은 파격 되었다. 그리고 ‘여가’개념이 본격 등장하게 된다.

‘여가’는 노동해방 시간에 주어진 자아실현을 위한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었으며,
이로 인해 전 산업시대의 노동자들이 즐기던 전통적 놀이와 여흥은 여러 종류의 ‘합리적이고
건전하며 생산적인 행위와 놀이’로 대체되었다.

과학화․전문화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한층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갖게 되었다.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문화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관광문화가 번성하게 되었으며, 연극․영화,
오페라, 음악, 미술이 발달하고, 스포츠의 대중화도 두드러지게 되었다.


스포츠의 대중화는 여가문화의 혁명

스포츠는 곧 민초들의 갈구요, 자기표현이자 자기실현이었다. 150년 이상이 된 독일의 스포츠클럽이나,
미국에서 19세기 말부터 공원 중심의 생활체육 운동이 일어난 것은 여가문화의 큰 진전이자, 화려한
스포츠문화의 서곡이었다.

스포츠가 지니는 가치는 제 문화영역 중에서도 확실히 파괴력이 높았다. 단순한 개인차원에서의
유희에 그치지 않고 전인교육, 활력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 심지어는 기업생산성을 높이는데도
큰 몫을 차지하게 되자, 이제 스포츠는 국민복지 차원에서 육성․장려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왜 놀이문화에 편협했을까

돌이켜보면, 우리사회는 유독 ‘놀이’에 관해서만큼은 편협했다. 특히 기성세대들의 경우 ‘논다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죄책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 있을 정도다. 그 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우리민족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온 유교 이데올로기의 영향이 커 보인다.

고래로 귀족층이나 선비들에게는 형설지공의 학문자세가 고결한 가치였다. 평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육체적인 활동은 놀이와는 무관한 노동의 연속이었다. 명절이나 추수감사제 등 특정 기간에
행하는 전통놀이가 놀이문화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치하, 한국전쟁, 전후 혼란기를 거치면서 노동은 미덕이었다. 때문에, 사회통념상 놀이를
문화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라고 한 고대철학자의
말처럼 역시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

우리 사회도 20여 년 전부터 서서히 스포츠를 놀이문화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폼 나게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문화를 바꾸어야

스포츠는 이제 자신의 기호에 맞게 주체적으로 즐기는, 가장 인간적인 여가의 하나로 부상하게
되었다. 많은 국민들은 스포츠를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할 여가활동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경제적인 풍요도 주 동인이었다. 국민소득의 증대는 노동의 연속으로 인해 박탈당했던 자유에
대한 보상심리를 자극시켰고, 놀이문화의 영역을 확대시켰다. ‘스포츠 활동과 건강’의 함수관계가
줄이어 발표된 것도 생활체육 활성화의 일등공신이었다.

이제는 스포츠문화에 대한 ‘품격’을 높이는 일만 남았다. 생활체육은 아무데서나 아무렇게 하면
되는 것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요즘은 동네야구도 룰을 적용해서 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달리기 시합을 하더라도 우레탄 트랙 위에서 한다. 자전거 동호회 활동하는 칠순의 어르신도
장비와 복장을 완벽하게 갖추고 페달을 밟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요즘은 저마다 기호가 달라 스포츠 종류도 부지기수다. 200개가 넘는 종목들이 동네방네 깔려있다.
놀이종류가 많이 생겨날수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발 빠른 대응을 해야 한다. 시설은 부족한
점이 없는지, 프로그램은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지, 생활체육지도자는 더 확대 배치할 필요가
없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스포츠정보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스포츠시스템의 선진화도 모색해야 한다. 법적․제도적인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개선해야 하며,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
국민생활체육회의 법정법인화가 필요하다면 망설일 이유도 없다. 국민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사회, 스포츠 7330이 생활화된 사회,

그것이 곧 선진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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