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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알츠하이머, 규칙적인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다








글/원준연







“나는 나를 잃어 버렸어요.”


최초의 알츠하이머 환자 아우구스테 데터(Auguste Deter)가 자신을 잃어버린 지 100년이 지난 현재 매 4초마다 한 사람이 머릿속의 지우개로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1분에 15명, 한 시간에는 900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을 잃고 있다.





 2012년 4월 WHO(세계보건기구) 총재 마가렛 찬(Magaret Chan)은 알츠하이머의 위협이 쓰나미가 덮쳐오는 것처럼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알츠하이머는 세계가 현재 직면한 도전과제라고 명명했으며, 알츠하이머 퇴치를 ‘공중보건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의 위협은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명 이상의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으며 이 숫자는 2050년에 1억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알츠하이머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0년에 47만 명이 알츠하이머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올해는 이 숫자가 61만 명으로 증가했다. 10년 후에 환자 수는 약 2배까지 증가해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알츠하이머가 전 세계를 위협함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치료법 및 예방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 우리나라도 알츠하이머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 출처 : KBS1 >


전 세계가 급속한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현재 알츠하이머의 발병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규칙적인 운동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라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매릴랜드 대학(University of Maryland)의 운동과학과(Department of Kinesiology) 교수 카슨 스미스(J. Carson Smith) 연구팀이 출간한 논문 ‘알츠하이머 질병위험이 높은 노인들의 신체활동과 두뇌기능과의 관계(Physical Activity and Brain Function in Older Adults at Increased Risk for Alzheimer’s Disease)’에 의하면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들에게 운동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높은 신체활동 그룹(High PA)의 전반적인 두뇌활동이 낮은 신체활동 그룹(Low PA)의 활동보다 훨씬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빨간색이 두뇌 활성화를 나타냄) / 출처 : Physical Activity and Brain Function in Older Adults at Increased Risk for Alzheimer's Disease(2013, Smith., et al) > 



스미스 교수 연구팀은 65세에서 85세의 노인들을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 대상으로 나누어 기억 테스트 도중 두뇌활동을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로 비교해보았다. 그는 이 그룹들을 운동에 참가하는 빈도에 따라 나누었다. 일주일에 2일 미만으로 낮은 강도의 운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낮은 신체활동’ 그룹, 3일 이상 중강도에서 고강도의 걷기, 조깅, 수영, 테니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높은 신체활동’ 그룹으로 나누어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과제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유명한 이름들 <ex.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과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택한 일반인들의 이름을 제시하여 구별하게 했다.


이 실험의 결과에 의하면 높은 신체활동 그룹에 속한 노인들에게서 활발한 두뇌활동이 나타났다. 특히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은 환자들(APOE 4 유전 보유자)이 꾸준히 신체활동에 참여했을 때 뇌의 기억 관련 부위들이 활성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뇌 부위의 활성화는 인지기능 감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논문은 밝히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신체적으로 활발한 생활방식이 알츠하이머 질병을 예방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어떠한 원리로 운동이 알츠하이머 질병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들이 일시적으로 뇌의 지능적인 활동을 활성화시키거나, 신체활동이 기억 관련 뉴런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추측하고 있다.




< 꾸준한 신체활동은 알츠하이머 예방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 출처 : 한국치매협회 >




 나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우개처럼 지워버리는 질병, 알츠하이머. 현재까지 알츠하이머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약물요법이 널리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약물요법은 질병을 막아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알츠하이머는 전 세계의 위협이 되는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노인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알츠하이머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규칙적인 운동이 효과적인 질병 예방책이라는 사실은 공중 보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운동이 알츠하이머 질병을 예방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노인들의 규칙적인 운동이 사회적으로 장려된다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운동이 알츠하이머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더 많은 연구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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