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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남녀 혼성반 체육수업, 재미있고 쉽게 한다

 

 

 

 

 

 

글/이원주

 

 


 남녀 공학에 합반으로 이루어진 중학교를 다녔다. 한창 사춘기로 모두가 예민했던 터라 선생님들은 늘 수업하기가 어렵다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체육시간은 말 할 것도 없었다. 남학생들은 왕성한 혈기로 움직이고 싶어 했고 여학생들은 부상, 체육수업의 높은 난이도, 변화하는 신체 등의 이유로 대부분 체육 시간을 기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체육 선생님은 남학생들에게 축구공을 던져주며 이른바 ‘아나공’ 수업을 했고 여학생들에게도 피구공을 던져주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적절한 종목 선택과 수업전략으로 혼성반 수업을 훌륭하게 이끌어 가셨던 체육선생님도 있었다. 개인적 경험이지만, 미래 체육교사를 꿈꾸며 모인 대학 동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몇 일전 여학생 체육 수업 제고와 효과적인 혼성 학급 체육수업, 두 마리 토끼를 잘 좇고 있는 선생님 한분을 만날 수 있었다. 10년차 베테랑 김한일 선생님(광주 지산중)은 변형 스포츠를 통해 혼성학급 체육수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는 혼성학급 체육수업에서 핵심 요소를 두 가지 정도로 정리했다. 첫 번째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유발이 확실해야 한다.”, 두 번째 “남녀 간 사춘기 신체 발달 진행의 차이와 스포츠 숙련도 편차를 규칙이나 용구 변형으로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자신의 배구수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하며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김한일 선생님은 “언더, 오버 패스 기능 향상을 위한 전통적인 배구수업과 다르게 규칙과 용구를 변형하여 게임 위주의 배구 수업을 진행해 왔다.”라고 전했다. 이 수업 과정은 자신이 제시한 혼성학급 체육수업을 위한 두 가지 요소에도 확실하게 부합한다. 게임위주의 수업과 스파이크부터 시작하는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동기 유발에 확실한 역할을 한다.

 

 “공격을 먼저 가르치게 되면 아이들은 보다 쉽게 흥미를 가지고 배구수업에 임하고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언더, 오버 패스를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되더라.”라며 발상의 전환이 수업을 효과적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리고 용구 사용과 규칙 변형에도 공을 들였다. 네트는 2m10cm로 여자 중학교 정규 규격 2m15cm 보다 낮추어 쉽게 스파이크를 성공 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 중 여학생 역할 비중을 늘려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여학생이 두 번째 공을 올려주는 세터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서브 리시브가 된 공을 잡아서 던져주는 형태로 팀 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또, 여학생의 공격 득점은 2점으로 환산되어 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규칙을 변형했다. 이 밖에도 바운드 된 공에 리시브를 허용하고 이마 위에서 오버 패스로 공을 잡는 경우는 2초 정도 홀딩이 가능하도록 규칙을 변형 했다.

 

 김한일 선생님은 “학교 교육과정 현실 상 한 종목을 12차시 이상하기 힘들다. 기능의 완전 숙달은 어려웠기 때문에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선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규칙을 변형해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해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춘기 이성 간 다소 서먹하고 쑥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기 중 팀 구호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거나 모여서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태도 점수를 가산하여 이러한 분위기를 독려한다.”고 전했다. 혼성 학급 체육 수업을 하다보면 기능이 뛰어난 남학생이 여학생이나 기능이 떨어지는 학생에게 질타를 하지 못하게 해 이 학생들이 주눅이 들거나 무기력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수업 전략이다.

 

 

 

 변형 배구수업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광주광역시 체육교사 연구회’에서는 워크샵을 열어 김한일 선생님의 수업전략을 공유했다.

 

배구수업 이외에도 축구, 티볼, 농구 등을 변형하여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 학기 축구 수업을 함께 했던 한윤아(2학년, 여학생)는 “제가 골을 넣으면 2점이어서 남자애들이 저에게 패스를 많이 해줬고 무엇보다 못해도 응원을 많이 해줘서 정말 즐겁게 축구를 했다.”고 전했다.

 

 

김한일 선생님은 “혼성 학급 체육수업이 잘 운영되려면 교사가 힘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나 학교의 전반적인 수준을 파악하여 교사는 심사숙고 끝에 끊임없이 알맞게 규칙이나 용구를 변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수업이 다소 여학생 중심이다 보니 남학생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현재 연구 중인 과제이고 해결해 나갈 숙제다. 나태해지지 않고 아이들이 행복한 체육수업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체육교사로서 사명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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