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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 경기장에 수많은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글/이원주

 

 

 

 

 

며칠 전 배구경기 관람 중에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늘 밝게 웃으며 응원하는 치어리더 의 표정이 다소 일그러졌다. 관람객중 한 명이 치어리더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 할 수 있는 각도에서 사진을 찍은 것이다. 반면 ‘Press'라는 목걸이를 차고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들이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소 민망한 포즈에도 웃으면서 응원을 계속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Press' 비표는 경기장의 보이지 않는 권력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


사진기자 이외에도 경기장 안에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바로 감독과 심판이다. 감독은 작전을 지시하기 위해 타임을 요청하여 경기의 흐름을 끊을 수 있다. 작전타임 중에는 선수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여 선수들에게 그대로 움직일 것을 주문한다. 선수들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다면 큰소리로 지적하거나 화를 내어도 선수들은 묵묵히 이를 따를 뿐이다.


심판은 사법부와 같은 강력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 경기장 내에서 규칙에 어긋나거나 비신사적인 행위를 보면 가차 없이 재제를 가할 수 있다. 휘슬 한 번에 경기 승패를 뒤엎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권력을 가진 셈이다.


이들은 특별한 권력을 가진 만큼 차별적인 의복을 입고 있다. 감독은 스포츠라는 특성과는 이질적인 정장을 입고 경기에 참여한다. 심판은 선수들과 확연히 구별될 수 있는 심판복을 입는다. 이들이 눈에 띄게 옷을 입는 이유는 의사가 흰 가운을 입는 것, 군장교가 병사들과 다른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가진 전문성을 대변해준다.

 

             선수에게 판정을 내리는 심판 출처: K리그         선수들에게 작전지시 하는 감독 출처: KOVO

 

 

▲힘에 따른 물리적 공간의 제약


경기장 내부의 관중석은 다 똑같은 자리가 아니다. 경기가 제일 잘 보이고 탁자가 있는 자리는 돈을 더 지불하고도 앉을 수 없다. VIP나 기자들을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벌어지고 있는 스포츠 경기에 더 많이 기여하고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권리를 보장 받는다. 관중이 앉을 수 있는 자리도 티켓 가격에 따라 매우 다르다. 경제력에 따라서 좌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경제력이 부족한 학생들이나 경제적 약자들은 상대적으로 선수들과 먼 자리에서 관람할 수밖에 없다.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좌석 출처 : KOVO

 

 

▲권력자들의 스포츠 이용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은 지금과 같이 화합이나 축제의 장이 아닌 제사의식이었다. 따라서 당시 권력자인 왕과 제사장은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였다. 근대에 들어와서 규칙을 준수하고 권력에 순응하는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체육교육을 시작했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상대를 존중하며 때론 승리를 위해 경쟁을 펼치는 모습은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인간상이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스포츠는 교육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돌리는데 사용되기도 하였다. 80년대 한국 정부는 프로스포츠를 출범시켰다. 그러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정치보다 스포츠에 맞춰졌고 그들은 목표를 달성했다.

 

경기장에서 그간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사회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일 수 있다. “정해진 규칙 내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스포츠의 특성과는 반대되는 일들이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것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현상이다. 이렇게 숨어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 스포츠를 두 배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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