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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그들이 썰매를 잘 타는 진짜 이유 – 봅슬레이, 스켈레톤이 월드컵 TOP CLASS에 오르기까지

 

 

 

 

 

 

글/이아영

 

 


 요즘 들어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보면 봅슬레이, 스켈레톤 기사 봤냐는 질문을 한다. 내가 선수였던 8년 전에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을 온 몸으로 설명해도 알아들을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 스켈레톤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여전히 아이러니 한 것은 한국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스켈레톤을 컬링와 헷갈려 한다는 것이다. 전혀 성격이 다른 종목인데 단지 외래어라는 이유만으로 스켈레톤은 이렇게 차별받기가 쉬운 종목이었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에 스켈레톤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스포츠 종목인 스켈레톤 보다도 게임이나 시계 종류의 검색결과가 상위에 나타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먼저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 대해 물어본다. 이유는 바로 최근 IBSF(International Bobsleigh Skeleton Federation) 1, 2, 3차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동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경기도 체육회, 파일럿)과 서영우(경기도 체육회, 브레이크맨)는 1, 2차 월드컵에서 동메달과 3차 월드컵에서 6위를 차지했고(6위까지 메달시상),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3차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좌측부터 서영우(봅슬레이 브레이크맨), 원윤종(봅슬레이 파일럿), 윤성빈(스켈레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자체가 그들의 실력을 입증한 것인데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진짜 실력에 대해서 질문을 해왔다. 정말 잘해서 순위에 든 것인지 단지 운이 좋으면 그럴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몇일 만 더 지나고 2016년이 되면 필자도 햇수로 이 종목에 발을 들인지 10년차가 되는 종사자이다. 그런데 그 세월 동안 우리 종목 선수들을 의심하는 질문은 수도 없이 들어왔기에 월드컵 동메달 소식에도 사람들의 궁금증이 들려오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얼마 전에는 한 선배로부터 종목에 대한 설명을 요구 받은 적도 있었다. 그 이유인 즉, 인터넷 상에서 우리 종목에 대한 상세 설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의 선전이 운이 아닌 실력임을 설명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썰매 3총사에 대한 기본 지식!
우선 종목에 대한 구분을 해보고자 한다. 먼저 썰매 종목이라 불리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루지와 같은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스포츠다. 쉽게 설명하자면 봅슬레이는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썰매 안에 앉아서, 스켈레톤은 직사각형 썰매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그리고 루지는 누워서 발을 앞에 두고 경기를 진행한다.

 

스켈레톤 윤성빈의 활주 장면(출처: IBSF 홈페이지)
*스켈레톤을 다른 말로 Headfirst라고 부르기도 한다.

 

앉아 있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루지와는 달리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정지되어 있는 썰매를 전속력으로 밀면서(평균 거리 30~50m) 가속력을 가한 후 썰매 위로 슬라이딩 하면서 탑승하는 것이 경기의 시작이다. 국제 규정집을 보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 상당 부분 비슷한 규정 및 규칙이 적용되지만 상이한 것이 있다면 바로 숫자 부분이다. 이를테면 선수의 수(스켈레톤 1인, 봅슬레이 2인과 4인)나 스타트하기 전까지 준비하는 시간(스켈레톤 30초, 봅슬레이 60초)이라던지 제한하는 썰매와 선수의 무게, 그리고 아이스박스(선수출발구역)에 들어올 수 있는 코칭스테프의 수(스켈레톤 1명, 봅슬레이 2명) 등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세계 탑클래스가 된 진짜 이유
필자는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까지 다양한 경험들을 했었는데 그 시초가 바로 스켈레톤 선수였다. 2007년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다가 당시 여자로써는 유일하게 경기에 출전하여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스켈레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으며 전망이 불투명했기에 그 누구도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였다. 그래서 운 좋게도 국가대표가 되어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린 북미컵에 참가하면서 현지에서 빌린 렌탈 썰매와 5치수나 큰 스파이크를 남자 선배들로부터 빌려 입고, 축 늘어진 유니폼을 입고 그렇게 국제 대회에 출전했었다. 심지어 헬멧까지 렌탈용이었던지라 시야를 제대로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내 상황이 그렇게 불만스럽다고 느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 함께 운동 했던 남자 1세대 선수들은 나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을 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선배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훈련에 참가할 수 있는 자체가 큰 기회라고 여겼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희귀한 경험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은 이 종목을 정말 좋아했다. 안정적으로 국가의 지원이 있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행기 티켓을 사서 해외에 나가 대회에 출전했었다는 일화도 들었었다. 선수 시절에는 그 소리가 정말 잔소리처럼 느껴졌었는데 지나고 돌아보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최근 뉴스 보도에는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의 후원과 평창올림픽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는 내용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왜 선수들의 경기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1) 기업의 후원
첫 번째로 기업의 후원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재정적인 서포트가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은 정부차원에서 재정적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훈련을 지원해오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추가적인 재정적 서포트 덕분에 우리는 2년 전에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경기에 사용하는 Eurotech사의 봅슬레이, 스켈레톤을 구매할 수 있었다. 우리 종목은 올림픽 종목에서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얼음 위의 F1 경기다. 0.001초 단위로 순위를 가르는 섬세한 종목이기에 우리는 장비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독일의 BMW사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위해 직접 썰매를 제작하고 연구소에서 공기역학적인 실험을 하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질세라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에서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그 것은 바로 현대자동차 자체 기술을 통한 썰매 제작!이었다. 그들은 수많은 연구진을 소집하여 현재 썰매를 만드는 작업 중에 있다. 그리고 지난 여름, 현재는 평창 알펜시아 스타트 경기장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스타트 훈련용 썰매를 자체 제작하여 후원한 바 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의 숨은 비밀이었다.

 

2)스타트 기록
필자는 한국체육대학교 석사 졸업 당시 [봅슬레이 선수들의 근력과 스타트 기록과의 관계]라는 논문을 썼다. 당시 국내에서 훈련 중인 선수의 수가 많이 않아서 연구에 상당한 제한이 있었지만, 스타트 기록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연구였다. 통상적으로 국제 경기의 결과를 살펴보면 초반 가속을 내는 구간에서 나오는 스타트 기록이 빠른 팀일수록 상위권에 랭크되는 결과가 보였다. 이는 전 세계의 모든 썰매 종목 선수들이 자신의 피니시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한 요소로써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국제 경기에서 사실상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썰매를 구입하기 바로 직전 시즌부터였다. 이유는 2012년 8월 24일에 평창 알펜시아에 스타트 훈련을 할 수 있는 스타트 연습장이 준공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 훈련장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 설명을 덧붙이자면, 선수들이 눈이 없는 계절에도 스타트를 훈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육상 트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타트 경기장에는 기찻길처럼 두 개의 선로가 설치되어 있는데 바퀴가 달린 스켈레톤이나 봅슬레이를 선로에 끼운 후 썰매를 밀어서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이스 트랙과 유사한 환경을 갖추기 위해 스타트 경기장은 질주 구간(30~50)은 평지로, 그 이후는 점차 아래 방향으로 하강하도록 각도가 설계되어 있고, 이후 썰매를 다시 스타트 지점으로 용이하게 가져오기 위해 후반부에는 오르막으로 경사를 만들어서 썰매가 자동으로 출발 지점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게 만들어져 있다. 훈련장에는 선수들의 연습 기록을 알아볼 수 있는 전자 측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1세대 선수들은 대부분 이 스타트 경기장이 생기기 이전에 운동을 은퇴했기 때문에 사실상 실제 대회에는 스타트 부분을 충분히 연습하지 못하고 대회에 출전해야만 했다. 그러나 경기 결과에 큰 역할을 하는 스타트를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훈련장이 3년 전에 한국에 생겼었으니, 선수들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게 된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는 하나의 증거이다. 또한 선수들은 스타트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육상 코치의 지도를 받고, 또 체육과학연구원의 과학적인 분석을 통한 피드백을 통해 자세 교정에 대한 시도 역시 해오고 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파워를 내기 위해 선수들은 온 몸을 근육으로 만들기 위한 식단 조절과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는 정말 오랜 시간 공을 들이지 않으면 좀처럼 결과를 내기 어려운 종목이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장비의 중요성과 스타트의 중요성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요소보다 마지막 세 번째 요소 때문에 더더욱 더딘 시간이 들 수 밖에 없는데 그 것은 바로 “드라이빙 기술”이다.

 

3) 드라이빙 기술
드라이빙이란 쉽게 말하면 운전이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선수들이 그냥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봅슬레이는 4개의 러너(Runner: 날) 중에 전방의 두 개의 러너가 좌우로 조종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는 파일럿(조종사)가 봅슬레이 내부에 있는 두 개의 손잡이로 운전을 하여 봅슬레이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종목이다. 그리고 스켈레톤은 2개의 러너가 있는데 그 두 개의 러너는 중간 지점부터, 그러니까 선수가 엎드렸을 때 무릎이 닿는 지점부터 가장 아랫부분까지 러너 가운데에 날카로운 홈이 파여져 있다.

 

보통, 사람들은 스켈레톤과 봅슬레이의 날이 스케이트 날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워서 피부에 닿으면 상처가 날 정도로 예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것은 마치 계단 손잡이를 지지하는 기둥 뼈대처럼 둥글둥글하게 생겼다. 그런 둥글둥글한 날 사이에 세로로 길게 두 줄로 움푹 파일 줄 때문에 스켈레톤의 러너에는 날카로운 하나의 선이 생긴다. 선수는 자신이 가고자 가는 방향의 러너를 얼음에 박음으로써 방향을 조종한다. 그리고 정확한 조준을 위해 무릎의 반대쪽 어깨를 동시에 눌러줌으로써 전반부의 썰매가 공중으로 뜨지 않도록 방지한다. 시속 130km/h에 달하는 속도 속에서 방향 조종하는 것은 정말 곡예 수준의 묘기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초보 시절 너무 빠른 속도에 못 이겨 얼음에 얼굴을 처박히는 것은 일상이었으며 현재 어느 코너를 지나고 있는지를 까먹는 바람에 조종에 실패한 경험도 다수 있었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을 시키기 위해서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1년 중에 봅슬레이를 탈 수 있는 계절이 오직 겨울 한 철 밖에 없기 때문에 시즌인 겨울 동안에는 경기가 열리는 세계 각국의 경기장을 투어하면서 새로운 경기장에 대한 적응을 하느라 바쁘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 어떤 경기장도 동일한 코스와 형태를 갖춘 경기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신기록이 없는 희한한 올림픽 종목이다. 단지 경기장 별 스타트 신기록과 피니시 신기록만 있을 뿐! 국제 규정집에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경기장을 짓는데 있어서 제한하는 각종 규정이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몇 미터여야 하고 코너와 코스는 몇 개여야 하는 정해진 규격은 없다. 단지 규정에서 제공하는 범위를 어기지만 않으면 OK!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트랙에 훈련을 하거나 시합에 참가하려면 선수들은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드라이빙 기술 익히는 비법!
봅슬레이, 스켈레톤 종목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존하는 올림픽 스포츠 중에서 가장 시속이 빠른 종목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장은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이 열렸던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이다. 봅슬레이는 최고 시속 약 150km/h, 스켈레톤은 약 130km/h이다. 그러나 이 것은 실제 측정 속도다. 중요한 것은 바로 체감 속도인데, 선수들은 실제 경기장에서 주행 시 위 속도의 3~4배에 달하는 중력을 경험하기 때문에 400~600km/h의 속력을 체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얼음 위 질주 속에서 썰매를 조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은 드라이빙 기술을 익히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할까?

 

1) Track Walking
선수들은 연습일에나 경기일에 트랙 위를 걸어내려 갈 수 있는 Track Walk 시간을 이용해 실제 트랙에 들어간다. 평소처럼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운동화 위에 아이젠(얼음이나 눈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스파이크 형태로 만들어진 보조 장비)을 신은 뒤 코스를 하나 하나 익히는 시간이다. 트랙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이 Track Walk 시간은 보통 그날 훈련이나 경기 전 1시간 동안 모든 선수, 코칭 스텝에게 제공된다. 선수들은 이 때 개인 수첩을 지참하여 코스별 특징들을 기록하는데, 트랙의 경사 정도나 길이 그리고 코스의 방향 등을 기록하여 실제 주행 시 어떻게 드라이빙을 할 것인가에 대해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는다.

 

선수들은 훈련이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날씨가 안좋거나 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트랙 안으로 들어가서 Track Walk 시간을 가짐으로써 드라이빙 기술을 향상시킨다.

 

2) 영상 분석
또 하나의 향상 방법은 바로 비디오 분석이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을 미디어 매체에서 한 번 쯤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전체 주행 장면을 한 장소에서 보는 것이 불가능한 경기 중 하나다. 그래서 어떤 경기장은 구간별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선수들의 전체 주행을 비디오로 전파해준다. 보통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그리고 올림픽 수준의 모든 경기에서는 국제연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비디오 영상을 촬영하여 실시간으로 온라인 매체 혹은 TV로 중계한다. 그렇지 않은 수준인 북미컵, 인터컨티넨털컵, 유럽컵, 각 국가별 국내 경기 수준의 경우에는 공식 영상이 중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월드컵 이상 수준에 참가하지 못하는 초보 선수들은 자신의 연습 영상을 획득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해당 소속의 코칭 스텝들이 트랙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난항을 겪는 어려운 코스에서 직접 캠코더나 휴대용 기기로 영상을 촬영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선수단은 드라이빙 기술을 발달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말이 쉽지, 춥고, 빠르고, 무서운 상황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앞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들다. 그렇게 주행하다가 별 탈 없이 잘 내려오면 괜찮지만 만에 하나 얼음 벽에 어깨나 손을 스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바로 화상을 입어서 오래토록 쓰라린 통증을 털어내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자, 앞서 우리는 썰매 종목의 기본을 공부해보았으니 이제 진짜 선수들이 탑클래스에 오르게 된 진짜 이유를 들을 차례다!

 

썰매 천재 원윤종과 윤성빈의 등장

사진출처: 아리랑TV 중계 장면 캡쳐

 

봅슬레이 원윤종과 윤성빈은 이 종목에 발을 들인지 이제 고작 3년차 밖에 되지 않은 초보 선수들이다. 한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정도의 평균 기간이 소요되는데 그에 반해 어떻게 이들은 3년이라는 시간 안에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었을까? 원윤종과 윤성빈 선수가 기존에 다른 운동을 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으나 이들은 다른 운동이라고는 해보지 않은 순수 평범한 학생이었다. 원윤종은 성결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해 체육교사를 꿈꾸던 임용 준비생이었고 윤성빈은 고등학교 다니고 있었던 일반 학생이었다. 그들의 미래 목표에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 없었는데 우연한 도전이 이렇게 자신의 인생이 되었다.

 

사실 이들의 등장 전에 대한민국은 4번의 올림픽 출전이라는 공식 기록이 있었지만 메달권에 진입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의 실력을 갖춘 상황이었다. 단지 올림픽 출전이나 본선 진출이 최고 목표였던 대표팀이었다. 그러나 정작 자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남의 나라 잔치가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천재들의 자발적인 소환 덕분에 지금 대한민국은 신났다. 두 선수는 신기하리만큼 코스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났다.

 

스켈레톤은 종목의 특성상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조종이 어렵다. 그래서 초반 가속력을 내는 질주 구간에서는 폭발적인 힘을 내며 달려야 하지만 드라이빙을 하는 주행 구간에서는 몸에 힘을 부드럽게 잘 빼면서 물 흐르듯 몸을 썰매에 맡기면서 조종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늘 새로운 트랙에 적응하더라도 금방 트랙의 특성을 캐치하는 윤성빈 선수는 사실 소치 올림픽 경기장에서 공식 연습 당시 연습 순위 3위에 올랐던 날도 있었다. 당시 윤성빈 선수는 스켈레톤을 탄지 채 2년도 안된 초짜 중에 초짜였는데도 말이다. 겁 없고, 과감하며, 당찬 윤성빈 선수는 이번 시즌 월드컵 첫 동메달을 통해 남은 시즌과 다가오는 올림픽에서의 청신호를 밝혔다.

 

봅슬레이 원윤종 선수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봅슬레이는 스켈레톤과는 달리 조금은 과감하게 드라이빙을 해야 한다. 썰매 자체의 무게가 200키로에 달하여 선수의 무게를 합치면 300키로가 훌쩍 넘는다. 원윤종 선수는 뒤에서 밀어주는 브레이크맨인 서영우와 한 조를 이루어 계속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기록을 내고 있다. 브레이크맨 서영우는 국내 브레이크맨 중에서 가장 스타트 기록이 빠른 선수다. 보통 이렇게 스타트 기록이 빠른 선수들이 뒤에서 브레이크맨을 하는 이유는 파일럿이 조종을 위해 먼저 봅슬레이 안으로 뛰어 들어간 후에 몇 미터를 혼자 더 더 질주해야 하기 때문에 발이 조금이라도 더 빠른 선수가 마지막 스퍼트까지 밀어줘야 봅슬레이 가속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원윤종 팀은 국제 경기에 나가면 스타트는 무조건 상위권이다. 두 선수의 무게를 합치면 2톤이 넘는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후반 가속력에 상당한 도움이 있기 때문에 상당수의 팀이 봅슬레이 자체에 모래추를 싣고 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원윤종 팀은 철저한 식단관리를 통해 몸 속에 무게를 채웠다. 어떤 날은 8끼 까지 챙겨먹으며 혹독한 노력을 했다. 스피드에 필요 없는 지방은 최대한 섭취하지 않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했다고 한다. 어떤 선수들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후반 가속력에서 유리하지만 초반 스피드를 내야 하는 스타트 구간에서 몸이 무거워 스타트 기록이 느린 선수들도 있다. 그렇다면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후반 가속도가 빠른 것이 유리할까? 아니면 몸이 가벼워서 잘 달리는 대신 후반 가속도가 덜 나가는 것이 더 유리할까? 정답은 없다. 사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서 후반 가속도도 좋으면서 스타트 기록도 빠른 것이 최고의 답안이다.

 

그런데 이 최고의 답안을 가진 팀이 바로 원윤종 서영우 팀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서영우 선수는 한국에서 발이 가장 빠른 봅슬레이 브레이크 맨인데 스타트 기록을 측정해보면 원윤종 선수도 선수들 중에서 2~3위 수준의 스타트 기록을 가지고 있다.

 

 

봅슬레이 선수로써의 최고의 기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 드라이빙 기술, 스타트 기록, 근육! 이 3가지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최고의 수준의 결과를 얻어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스 트랙의 숨은 비밀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경기장에 관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올림픽에서의 메달 현황을 살펴보면 올림픽 개최국이 항상 메달을 1개 이상은 획득하는 추세이다. 그 단적인 예로 러시아를 들 수 있다. 러시아는 밴쿠버 올림픽 시즌 이전에는 국제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출전국이었다. 그러나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되고 난 후 선수단을 꾸려 올림픽 팀을 만들었고 밴쿠버 올림픽 이후에 열린 국제대회에 선수단이 대거 투입되더니 이윽고 소치 올림픽에서 사고를 쳤다! 봅슬레이 남자 2인승과 4인승에는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고, 스켈레톤 남자 역시 금메달을 획득했다.

 

총 5개의 금메달이 걸린 봅슬레이, 스켈레톤 종목에서 러시아가 3개의 금메달이라는 큰 수확을 한데 더하여 여자 스켈레톤에서는 동메달까지 추가했다. 이런 결과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린 우리 대표팀의 전망은 밝다.

 

 

 

그런데 자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해서 선수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냐고? 궁금증을 가질 수가 있다. 그래서 답변을 준비했다.

 

IBSF의 국제 규정 1.4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1.4 ········The Organisers of the Winter Olympic Games to be staged on newly constructed tracks shall offer a number of at least 40 training and competition runs prior to the Games to all Members. These training
runs and competition runs must be offered in the form of two or more International Training periods and/or test events, scheduled throughout the season.············

 

동계올림픽경기 개최를 목적으로 새롭게 건설된 트랙의 올림픽 주관 단체는 올림픽을 앞두고 모든 선수들에게 최소한 40회 이상의 훈련과 경기 주행을 제공해야 한다. 이 트레이닝 주행은 시즌 전 시간에 걸쳐 계획되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국제 공식 훈련 기간”의 형태와 혹은 “테스트 이벤트”의 형태로 제공되어야 한다.

 

국제연맹의 공식 규정을 인용해보면 타 국가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최소한 평창 경기장을 40회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여기서 최소한의 횟수만 나오지 최대치 숫자는 공식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 주관단체는 당연히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다. 평창 조직위원회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최고의 경기 성적을 위해 규정에 의거하여 타국 선수들의 비공식적 연습이나 허용하지 않거나 경기장 시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올림픽 개최국의 선수들은 타국 선수들보다 새롭게 건설된 올림픽 트랙에서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있었고 보다 더 많은 주행 경험 덕분에 올림픽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재도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평창 트랙에서 원없이 주행하여 눈 감고도 탈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세계의 그 누구도 우리 선수들을 따라올 자가 없을 것이다. 정말 반가운 소식은 우리나라 트랙이 바로 이듬해 2월에 완공된다는 소식이다! 그러니까 2개월만 있으면 우리 선수들이 국내에서 올림픽 트랙에서 원 없이 훈련할 수 있다는 사실!!

 

 

이 정도면 그들이 썰매를 잘 타는 진짜 이유에 대답이 되었으리라 예상됩니다!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은 1월부터 열리는 국제 연맹 월드컵 시리즈에 계속 참가할 예정이니 선수들을 향한 사랑과 응원을 아끼지 말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려보겠습니다. 이상 IBSF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 이아영 국제심판의 명쾌한 분석이었습니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