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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위기의 전국체전, 이대로 놔둘 것인가







글/김학수



 


 매년 10월이면 종합스포츠대회인 전국체전이 열렸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기간중에도, 5· 16과 5· 18의 격동기에도 쉬지 않고 개최됐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마추어 선수라면 한 번쯤은 출전하고 싶은 스포츠 축제의 한 마당이었다.


 참가 선수들은 개인 기량과 함께 출신 시도의 명예를 위해 아름다운 경쟁과 감동의 레이스를 펼쳤다.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하고, 시도 지사들이 몸 담고 있는 지자체의 승리를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문과 방송 등 중앙과 지방의 언론사들은 체전 특별 취재팀을 꾸려, 특집및 기획기사를 체전 기간 중 연일 내보냈다.


 전국체전 공식 홍보 포스터/ 출처: 전국체전 공식 홈페이지


 대한민국이 86 서울아시안게임 종합 2위, 88서울올림픽 종합 4위를 차지하며 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전국체전으로 가능했다.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몬주익 영웅’ 황영조, 레슬링 그랜드슬래머 심권호, 금메달 4개를 획득한 ‘양궁 여왕’ 김수녕 등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전국체전에서 꿈과 희망을 키웠다. 금메달리스트들은 전국체전에서 세계를 향한 초석을 다지며 금메달의 뿌리를 든든히 내렸다.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게 했던 건 23일 막을 내린 제96회 전국체전 때문이었다. 강릉종합운동장 등 강원도 일원 71개 경기장에서 펼쳐졌던 올해 전국체전은 예전의 그 모습이 분명 아니었다. 역동적이고 활기에 넘친 과거의 체전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필자는 대한농구협회 홍보이사로 체전 기간 중 농구경기가 열렸던 춘천의 호반체육관, 한림대체육관, 한림성심대체육관 등 3곳의 경기장을 찾았으나 몹시 실망했다. 대회 관계자및 각 시도 관계자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관중들의 열기를 좀처럼 찾기 힘들 정도로 휑하고 썰렁한 느낌이었다


“체전이 예전 같지 않다. 대회 운영도 그렇고, 국민들의 관심도 그렇다. 체전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앞날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회관계자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체육관 밖 풍경도 사정은 비슷했다. 체전을 알리는 현수막과 포스터 등만이 주요 도로변에 간간이 눈에 띄었을 뿐이었으며, 춘천 시민들도 별반 체전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체전 기간 중 언론의 보도 빈도도 아주 적었다. 지상파와 종편 채널 모두 체전 기사를 거의 내보내지 않고 프로야구와 청소년 대표축구 보도를 했다. 주요 신문들도 비슷한 보도 양상을 보였다. 전국체전 기사는 1~2단 정도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인터넷이라고 크게 사정은 나아 보이지 않았다. 체전 기사는 인터넷 스포츠매체가 올린 몇 건에 불과했을 뿐이다. 각 시도 농구 기사와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선 현장에 있는 관계자를 통해하는 것이 빨랐다. 다른 종목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필자가 스포츠 취재기자로 활동하던 15년전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당시는 체전 기간 중 스포츠면 톱기사나, 사이드 톱 기사와 스케치 기사, 박스 기사 등을 다양한 모양으로 내보냈다.



전국체전 / 출처: 뉴시스


현재의 상황을 보면서 전국체전이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같은 모습은 시대적, 사회적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않다.


경제력에서 압축 성장을 이루고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엘리트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던 1980년대이후 지난 30년간 전국체전은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최고의 무대였다. 하지만 경제가 장기 침체를 보이고, 세계 최저 출산과 고령화 단계에 접어든 현재의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하듯, 전국체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많이 줄어들었다. 몇 년전부터 언론에서도 체전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은 이같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엘리스 스포츠의 사정은 전국체전이 한창 맹위를 떨쳤던 예전과 같지 않다. 저출산 현상으로 1가구당 2자녀 이하로 낳는 현실에서 다출산 시대처럼 우수 선수를 발굴, 육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축구, 농구, 배구, 야구 등 인기스포츠 조차도 어린 선수들을 확보하는 것조차 힘들다.


 ‘풀뿌리 스포츠’가 밑바닥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엘리트 스포츠의 본산인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이끄는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작업은 이런 맥락에서 한국스포츠의 흐름을 다시 바꿔 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전국체전을 홀대하고서는 결코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지켜나갈 수 없다. 아무리 시대적, 사회적 상황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은 국민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따라서 스포츠의 저변을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선 전국체전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을 쏟아야한다. 각 시도가 뜨거운 경쟁을 벌이며 많은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스포츠의 토양을 튼튼히 하는데는 전국체전만한 무대가 없다. 대한민국의 체육 백년을 이끌어온 전국체전이 앞으로 미래의 체육 백년을 환하게 밝히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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