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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아슬아슬한 스포츠게임과 합리적 선택

 

 

 

 

 

글/김학수

 

 

 

 

다양한 사례와 관점이 쏟아져 나왔다.

 

올 1학기 모 대학 스포츠산업정보론 기말고사 시험 얘기다. 20여명의 수강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수학자 존 내시의 ‘균형 원리’를 스포츠에 적용,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는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출제했다. 균형 원리에 대한 이해도와 분석 및 적용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함이었다.


 균형 원리는 상대의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면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는 균형 상태를 말한다. 게임의 당사자들은 본인의 이익이 최대가 되는 ‘최고의 선택’이 아닌, 상대의 선택을 고려해 자신의 피해가 최소화하는 ‘최선의 선택’을 하게된다는 것이다.

 

 내시의 균형 원리는 기존 경제학이 해내지 못했던 인간 행동의 수학적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경쟁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대한 이론으로, 일상 생활에서부터 정치, 경제 등 매우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내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뷰티플 마인드’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가 미국 프린스턴 대학원 시절, 친구들과 들렀던 술집에서 한 금발 미녀와 다른 여자들을 두고 친구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진다. 친구들은 현대경제학의 시조 애덤 스미스의 “경쟁에서 개개인의 야망은 집단의 이익에 이바지한다”한 말을 인용하면서 모두 금발 미녀에게 접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금발의 미녀에게 모두 거절당할 것을 예측한다면, 처음부터 미녀의 친구들에게 접근해 친구들끼리 쟁탈전을 벌이지 않고 여자들의 기분도 맞춰주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하는 행동은 집단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애담 스미스의 학설에 뭔가 허점이 있음을 느낀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다보면 결과적으로 서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새로운 생각을 갖게된 그는 이 영감을 토대로 해 박사 학위 논문에서, 참여자의 수에 상관없이 모든 비협력게임에서 적어도 하나의 균형점이 있다는 것을 마침내 입증했다. 그는 균형 원리이론으로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존 내시  ⓒ 연합뉴스

 

 학생들이 제출한 기말고사 답안지는 균형 원리를 적용해 여러 사례들을 다양하고 충실하게  논술형으로 서술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균형 원리를 잘 이해하고 사례를 접목시켜 구체적인 이야기 형식으로 표현한 학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었다. 비록 상대평가라 A학점은 수강학생의 30%를 주었지만 B학점을 받은 학생들도 균형 원리를 잘 적용해 설명했다.


학생들이 사례로 소개한 것을 살펴보면 구단문제 및 선수 이적시장,  드래프트 제도 등 프로 스포츠와 관련한 것들이 많았다. 또 올림픽 승부 조작, 약물복용문제, TV 중계권 협상, 체육단체 통합 협상, 프로복싱 타이틀 매치 등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 불거진 여러 문제들도 포함됐다. 


 한 학생은 국내 프로야구단 제9,10구단 NC와 KT 창단은 기존의 8개 구단과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8개 구단들이 각각 다른 구단들의 결정을 예상하고 자신들에게 가장 최선의 될 선택을 통해 결정을 했다며 경쟁성 증가, 프로야구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 증가, 야구 시장 규모 확대 등을 고려해 롯데를 제외한 7개 구단이 찬성을 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생은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고 이적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제도와 트레이드는 전형적으로 균형 원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FA와 트레이드는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당사자들, 즉 구단간, 선수간 서로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으며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눈치 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향후 선수생활과 연봉을 결정짓는 중대한 기회이며 구단의 입장에서는 FA는 강력한 전력 보강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 NBA와 한국 KBL 등 프로농구는 각 구단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드래프트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Tanking’이라고 불리는 고의 패배 전략을 쓰면서까지 다음 시즌에 대비해 좋은 선수를 뽑는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경기에서 세계 랭킹 8위의 김하나를 포함한 4팀이 고의패배 의혹으로 실격처리된 것은 서로 균형적 이익을 꾀하려다 모두 손해를 본 사례라고 지적했으며 배리 본즈, 로저 클레먼스와 같은 메이저리그 스타들과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 한국의 수영대표 박태환 등이 금지 약물을 투약한 것은 일시적으로 성적을 올려 좋은 선택이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화려한 명성을 실추시킨 ‘최악의 결과’였다는 의견을 펼쳤다.

 

                                                               김하나ⓒ MK스포츠

 

스포츠 독점 중계와 관련, SBS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때 독점 중계를 했다가 비싼 중계권료를 전부 부담하느랴 재정적으로 큰 손해를 입은 뒤,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KBS, MBC와 경기를 돌아가면서 순차 중계방송을 실시한 것은 균형 원리 측면에서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분석했다.


선진 스포츠 시스템 구축을 위해 행해지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에 대해, 대립과 갈등보다는 협력과 도움의 자세로 양 단체가 균형 원리를 지혜롭게 적용해 보기를 주문하기도 했다.


또 세기적 대결로 전 세계의 복싱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가 싱거운 승부로 비판을 받은 파퀴아오와 메이웨더 프로복싱 세계타이틀전은 두 선수가 최소한의 손해와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균형점에서 탁월한 비즈니스 수완을 발휘한 경기였다는 해석을 내려 전문가를 빰치는 분석력을 보여주었다.

 한 학생의 표현이 단연 눈에 들어왔다. ‘스포츠는 승패가 결정되는 완벽한 제로섬 게임이다. 하지만 승부의 결과 이전에 스포츠에도 구단, 선수, 스폰서, 팬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으며 스포츠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와 정보 속에서 내시의 균형 이론을 찾아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스포츠도 신중한 검토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학생들은 내시의 균형 원리를 통해 스포츠에서 생각의 확장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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