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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학생 선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 캐나다 오타와 농구팀 선수

 

 

 

 

글/김학수

 

 

 

 

 지난 6월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끝난 ‘KCC와 함께하는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는 한국 A팀이 러시아 유니버시아드팀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대학스포츠에서 ‘학생 선수’의 존재감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학생 선수’의 참 모습을 보여준 팀은 캐나다 오타와대학이다.

캐나다 대학리그 준우승팀인 오타와대학은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시차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일본에 졌다. 하지만 마지막날 한국 B팀을 누르고 일본, 한국 B팀과 함께 1승3패를 기록해 골득실에서 앞서 한국 A팀, 러시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광주 U대회에 주전 2명이 빠져 나간 오타와 대학팀의 성적보다는 관심을 끌었던 것은 선수들의 공부와 운동,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한국 A팀에 져 준우승에 머문 러시아 유니버시아드팀은 예전 사회주의의 폐습이 남은 듯, 선수들을 ‘운동기계’로만 내모는 듯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 오타와 선수들의 실제 생활이 드러났다. 선수들의 전공은 경영학, 재무학, 커뮤니케이션, 스포츠 관련 학과 등으로 다양했다. 오타와 선수들은 학과 공부를 정상적으로 하고, 하루 2시간 정도 팀훈련과 개인훈련을 한다고 했다. 운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전공도 결코 게을리 하지 않는다.

 

 

 팀 주장 가브리엘 드뷔에(24)는 운동역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5년 연속으로 아카데미 어워드를 수상한 엘리트 학생이다. 아카데미 어워드는 매년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 1명에게 수여한다고 한다. 11살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는 그는 농구팀에서 더 뛰고 싶어 졸업을 1년 미룰 정도로 농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팀 선수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면서도 팀을 이끄는 카리스마와 투지가 인상적이었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인 가드 마이클 엘 라플리크도 공부를 충실히 하며 뛰어난 농구선수로 활동한다. 그는 “운동 이전에 학생이 먼저다. 공부를 하고 남은 시간을 선수활동을 하는데 집중한다”며 “어릴 적부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타와 대학팀은 영국계, 프랑스계 등 백인 학생을 비롯해 모로코, 아프리카 등 다양한 인종의 선수들이 호흡을 이루면서 각국의 여러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임스 드로인 감독은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하면 창의적인 생각과 팀웍을 이끌어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며 “선수들은 경기를 하면서 개인 동작, 팀 플레이를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자신의 신체적, 지각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대회 4경기중 한국 B팀과의 경기가 가장 만족스러웠다”며 “캐나다에서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농구 관계자들이 좋은 대우를 해줘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학생들 대부분도 한국 체류기간중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포츠 선진국인 캐나다 대학팀의 실제 사례는 오랫동안 특기자 위주로 운영하는 대학스포츠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참고할만한 부분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1970~80년대 체육 특기자 정책으로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해 왔던 우리나라 대학스포츠는 공부를 하지않는 선수들을 양산해 여러 사회, 문화적인 문제를 낳았다. 선수 은퇴이후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인성을 상실하고 선수간 구타와 폭력, 승부 관련 범죄에 연루된 이들도 있었다.


 경희대 농구팀 최부영 총감독은 “사실 선수들에게 공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장차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선 운동과 함께 공부를 해야 한다”며 “ 선수 생활을 할 때는 공부가 중요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공부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학스포츠는 수년전부터 대학스포츠의 정상화를 위해 대학리그 홈앤드 어웨이, 주말 경기제 등으로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미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학 선수 대부분은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과 수업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이번 아시아- 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에서 캐나다 오타와팀 선수들을 직접 보면서 우리 선수들은 앞으로 어떤 방향과 목표를 갖고 학교 생활을 해야 하는 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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