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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챔피언 아무나 하나?

 

 

 

 

글/김학수

 

 

 

 


“21살 밖에 안 먹은 어린 애가 아주 침착하네. 얼굴까지 잘 생기고 말이야”

미국 텍사스 출신의 조던 스피스가 지난 6월 22일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제115회 US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하자, TV 생중계를 보던 대부분 골프팬들의 반응이었다. 그는 이날 4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치며 최종 합계 5언더파를 기록, 한 타차이로 우승을 차지하며 지난 4월 매스터스대회에 이어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스피스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한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 1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무리,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사진 제공=2015 프레지던츠컵 사무국>

 

 이에 반해 골프팬들은 스피스와 영 대조적인 더스틴 존슨의 경기 모습을 보곤, 챔피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것인가를 새삼 실감했다. 스피스보다 10살이나 많고, 프로경력이 훨씬 풍부한 존슨의 마지막 18번홀 경기후 “ 아! 너무 아쉬웠겠다. 이글만 성공했다면 우승까지도 할 수 있었는데”며 아쉬움의 탄성이 쏟아져 나왔을법하다. 존슨은 두 번째 샷을 핀 4m에 붙여 이글 기회를 잡아 스피스를 1타차로 뒤집을 수 있었으나 ‘통한의 스리 퍼팅’으로 파를 기록,  1타차의 2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특히 미 PGA 프로라면 거의 100% 성공시킬 수 있는 1.2m 버디퍼팅까지 놓쳤던 것은 그에게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 출처=AFP/BBNews>


 US오픈 골프에 못지않은 극적인 승부가 미국 프로농구서도 펼쳐졌다.

 마이클 조던이 뛰었던 1998년이후 17년만에 최고 시청자수를 기록했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올 시즌 미국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은 지난 6월 17일 최종 6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가 승리하며 40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골든스테이트가 플레이오프에 올랐을 때만해도 챔프전 우승까지 생각하는 이는 별로 많지 않았다. 큰 경기에 강한 스타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반해 클리블랜드는 당대 최고의 선수 르브론 제임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내가 세계 최고의 선수다”며 우승을  장담했던 제임스는 자신의 6번째 챔프전에서 평균 30점 이상의 득점력을 보여주며 맹활약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해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사진 출처=안드레 이궈달라 인스타그램>

 

 영예의 챔프전 MVP는 제임스가 아닌 골든스테이트 ‘식스맨’ 안드레 이궈달라에게 돌아갔다. 제임스는 팀 우승과 함께 최고라는 명예와 자존심도 짓밟혔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 한 번도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던 이궈달라는 챔프전 4차전부터 선발로 등장, 3점슛 4개 등 22점을 넣고 리바운드를 8개나 잡았다. 수비에서도 제임스를 20점으로 묶었으며, 5,6차전서도 선발로 나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예상을 깨고 MVP를 차지할 수 있었다.
대회나 경쟁에서 우승한 사람이나 단체를 말하는 챔피언은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골프에서 마스터스대회 우승자는 ‘신만이 점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얘기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챔피언을 이끄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6월 세계적인 메이저 프로골프대회와 프로농구 챔프전을 보면서 챔피언을 만드는 동력에 대해 생각했다. 많은 선수들이나 팀들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챔피언이 되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하며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이 세상에 챔피언을 한 번 정도 꿈꾸지 않은 선수나 팀은 아마도 없을게다. 모두 우승에 대한 염원과 꿈을 갖고 도전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우승을 차지하는 이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승의 기쁨과 행운을 누리는 것은 극소수이다. 어떤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는 것인가에 대해 명쾌하기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조차도 무엇이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내 기량을 믿고 나름대로의 방법을 펼쳤다” 등의 멘트가 대부분이다. 보통 선수들은 최상의 경기력를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평범한 실력으로 성적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든 종목에 걸쳐 챔피언에 오른 상황은 똑같지 않다.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 꿈을 이루는 경우가 종목마다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챔피언을 만드는 요소들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챔피언의 보이지 않는 ’필요충분조건‘은 정신력, 노력, 마음, 기술이라는데는 별 이의가 없다.

정신력은 선수들에게 용기, 결심, 힘을 쏟아나게 한다.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루게 하는 것이 정신력이라고 할 수 있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챔피언에 오르는 것은 선수의 특별한 정신력이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챔피언들에게는 그들만의 기질이 있다.


 챔피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 하루 훈련이 끝난 이후라도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피, 땀, 눈물을 모르고선 결코 챔피언에 오를 수 없다.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챔피언의 꿈은 그만큼 가까워질 수 있다. 챔피언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이미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챔피언이 끝없는 노력의 산물을 방증해주는 셈이다.
모든 운동 종목은 마음, 즉 멘탈에 의해 결과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승리를 확신하며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게 한다. 자신감을 가진 선수들은 한 타 한 타, 슛 하나 하나에 결정력을 발휘하고, 자신도 믿기 어려운 괴력의 힘을 쏟아나게 한다.


마음 무장이 된 선수들은 자신의 현재 위치와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이 뜻한 바대로 경기력을 풀어나간다. 하지만 제대로 마음이 정리가 안 된 선수들은 자신감 없는 경기력으로 평소보다 못한 성적을 내게된다.
기술은 챔피언이 되는 데 당연히 요구되는 요소이다. 1인자가 되기 위해선 특별한 기술의 노하우와 경험이 있어야만 한다. 남보다 뛰어난 기술을 보유해야만 월등한 기량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기술이 상대적으로 뒤지면 결코 챔피언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챔피언은 정신력, 노력, 마음, 기술 등 이 하나로 뭉쳐져야한다.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빠지면 결코 챔피언이 될 수 없다. 1.2m 퍼팅을 놓친 더스틴 존슨이나, 최고의 개인기를 보여주고도 우승컵을 내준 제임스나 이번의 뼈저린 경험을 통해 이러한 것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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