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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생각하며 쓰는 스포츠글쓰기

 

 

 

 

 

글/김학수

 

 

 

 

 오래전부터 신문 부고 기사는 빼놓지 않고 읽는다. 부고 기사라면 국내 신문, 미국 신문 등을 가리지 않고 즐겨 본다. 한 사람이 평생을 어떻게 살았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부고 기사 형식에서 국내 신문과 미국 신문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국내 신문은 ‘사람’섹션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인 경우 2단~4단 정도의 크기의 기사로 보도하고, 평범한 이들은 부고 동정으로 처리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미국 신문은 ‘Obituaries'라는 섹션에서 부고 기사는 인생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깊이있는 내용으로 다룬다. 기사 양도 국내 신문보다 훨씬 많다. 뉴욕 타임스가 몇 년 전 세기의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타계했을 때, 수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영화담당 기자가 생전에 썼던 기사를 약간 손질해 보도한 것은 부고 기사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글쓰기, 생각쓰기 저자: 윌리엄 진서>

 

 지난 12일 미국 뉴욕 맨하탄 집에서 92세를 일기로 영면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작가, 편집자로서, 1백50만권이상 팔린 베스트 셀러 ‘On Writing Well(글쓰기, 생각쓰기)’의 저자이기도 한 윌리엄 진서의 부고 기사는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필자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프로야구에 관한 책도 저술한 바 있는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는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는데, 미국에선 글쓰는 사람들의 필독서였다. 이 책은 논픽션과 저널리즘 글쓰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여러 가지 형식으로 적용해 쉽게 풀어놓았다. 간결하고, 생생한 글쓰기를 강조했던 진서는 저널리스트, 작가, 소설가를 꿈꾸는 많은 이들의 멘토였다. 1970년대에 모교인 예일대에서 글쓰기를 가르쳤던 진서는 여러 학생들을 유망한 작가로 키워내기도 했다. 진서는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를 쓰고 싶어하는 경영진, 공감을 가진 인생 스토리를 가진 변호사, 좋은 일을 하려는 열망으로 가득찬 예비 목사 등을 상대로 글쓰기를 지도하는 것을 즐겼다.

 

 명료하고, 간소하고, 그리고 간결하며 인간미 넘친 글쓰기를 기본으로 내세웠던 진서가 존경했던 인물은 야구 칼럼니스트로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레드 스미스와 야구 선수 조 디마지오이다. 두 사람이 자신의 글쓰기 표본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뉴욕 헤럴드 트리분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던 레드 스미스를 흠모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오십 오년 동안 스포츠에 관해 쓰면서 뭔가 심각한 것에 대해 써야만 한다는 압력에 굴하지 않고  감성이 풍부한 최고의 스포츠 기사를 엮어냈다는 점이다. 전 뉴욕 양키스 선수로 메이저 리그 기록인 56 경기 연속 안타의 주인공이자 영화 배우 마릴린 먼로의 남편이기도 했던 디마지오를 높게 평가했던 것은 그가 기본기에 충실하며 성실하게 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진서는 ‘글쓰기, 생각쓰기’에서 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성실한 필자에 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의는 조 디마지오에게서 얻은 것이다. 그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디마지오는 내가 본 최고의 선수이며, 누구도 그만큼 편안하게 경기하는 이는 없었다. 그는 외야에서 광범위한 수비 영역을 책임졌으며, 우아한 걸음으로 움직였고, 언제나 공보다 앞서 와 있었으며, 가장 어려운 공도 아무렇지 않게 잡았고, 타석에서 엄청난 힘으로 공을 쳐내면서도 전혀 애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의 힘들이지 않는 듯한 모습에 감탄했다. 그것은 매일같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진서는 1988년 ‘spring training(춘계훈련)’이라는 야구책을 썼다. 평생의 직업과 관심을 결합한 작업이었다. 그가 야구라는 주제 중에서 작은 부분으로 춘계훈련을 택한 것은 그 기간이 선수에게나 팬에게나 다시 태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었다. 이 시기는 가르치고 배우는 때로써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 한 팀을 다룬 것은 선수 지도를 중시하는 매니저와 함게 새롭게 태어나려고 하는 젋은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야구가 얼마나 존경할만한 직업이라는 전제 위에서 그 직업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는지 알고자 했던 것이다.

 

 

 글쓰기는 어떻게 배우는 것인가?  진서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글쓰기는 모방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글쓰기를 시작하던 무렵, 자신이 닮고 싶은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그들이 어떻게 쓰는지 연구하면서 배웠다고 밝혔다. 글쓰기를 종이위에서 생각하는 행위로 본 그는 생각이 명료한 사람이면 누구나 깔끔한 글을 쓸 수 있다며, “여러분이 쓰는 글은 여러분의 것이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여러분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자기 존재를 걸고 그것을 지키자. 여러분의 재능이 얼마나 될지는 편집자가 아니라 여러분만이 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 글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여러분은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서가 추천하는 대표적인 글쓰기 용법을 살펴보면 명사보다 동사가 더 활력이 있다는 것, 수동 동사보다 능동 동사가 더 낫다는 것, 짧은 단어와 짧은 문장이 긴 것보다 읽기 좋다는 것, 모호한 추상화보다 구체적인 디테일이 더 전개하기 좋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진서는 “전통적인 글쓰기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새로운 기술과 환경이 만들어졌지만 글쓰기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글쓰기는 삶을 흥미롭게 만든다”고 생전 자신의 블로그에서 밝혔다.


 스포츠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미국에서 글쓰기 멘토로 수십년간 큰 궤적을 남긴 진서의 글쓰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