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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스포츠서 칼라코드의 의미

 

 

 

 

글/김학수

 

 

 

                                                          사진 출처: 스포츠 조선

 

 꽃피는 봄, 프로야구가 열리는 경기장은 울긋불긋한 색깔로 넘쳐난다. 빨간 색 티셔츠, 파란색 진, 하얀 색 모자, 주황색 잠바 등 다양한 패션으로 치장한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열며 각기 개성을 뽐내기 위한 듯, 화려한 색채의 경연장이다. 색깔이 다른 유니폼을 입은 두 팀의 선수들과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은 관중들이 엮어내는 야구장의 색깔잔치는 주목할만하다.

 

인터넷, 모바일 환경의 등장으로 스포츠에서 색깔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아날로그때보다 더 커졌다. 더욱 선명해진 모니터 화면으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대부분의 경기들을 실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재연한다. 미세한 색깔의 차이도 촘촘히 투사되는 카메라망에 그대로 옮겨진다. 스포츠팬들은 TV망에 잡힌 색으로 우군과 적군, 응원팀과 대항팀을 손쉽게 구별하고 경기에 몰입한다.

 

 

 원래 스포츠에서 색깔이 중요하게 된 것은 현대 사회에서 프로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부터였다. 경쟁의 정신없이 스포츠를 즐기던 아마스포츠와 달리 프로스포츠는 경기력으로 치열하게 승부를 펼치면서 색깔로 피아 구별을 하는게 분명하게 필요했다. 스토리를 표방하는 스포츠서 색깔이 갖는 의미는 크다. 색깔은 자연히 스포츠에서는 중요한 상징물의 하나가 됐다. 국가색, 지역색, 인종색을 반영하기도 하고, 팀및 개인 특성과 상황 등을 알리는 신호의  도구적 수단이 되기도했다.

 

 따라서 색깔 코드요소에는 정치적, 문화적, 상업적 이념 등이 숨어 있다. 스포츠팬들은 색깔을 통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표방하는 이념에 영향을 받는다. 색깔과 스포츠팬들이 만나는 접점에서 다양한 코드가 이념으로 배어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세계 축구계를 제패했던 축구황제펠레가 주축이 된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노란색 유니폼은 브라질 국기색을 그대로 본 딴 것이었으며,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농구의 신마이클 조던이 이끈 미국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의 붉은색 유니폼은 세계 최고의 소 도축시장으로 알려진 시카고를 상징하는 색깔로 유명해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 세계를 놀라게했던 한국축구 대표팀의 붉은색 유니폼과 함께 700만 붉은 악마 응원단의 길거리 응원도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잉글랜드 프로리그의 첼시의 파란색 유니폼과 맨유의 빨간색 유니폼, 스페인 프로리그의 레알 마드리드의 하얀색 유니폼과 바르셀로나의 빨간색 유니폼 등은 각각 라이벌팀 색깔로 잘 알려졌다. 한국의 사학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 유니폼으로 오랫동안 정기전을 벌였다.

 

 

                                          출처: 아시아투데이/ 사진제공=미디어블랙스

 

 개인적으로 빨간색과 인연이 깊은 선수들이 있다. 골프서 최근 미 LPGA 대회 4라운드서 신예 김세영이 긴 빨간 바지를 입고 기적같은 두 번의 샷을 성공시켜며 빨간색과 깊은 관련성을 보여주었다. 김세영은 2년전 국내 투어서도 6타로 뒤졌다가 샷이글과 홀인원으로 역전 우승을 할 때도 빨간색 긴 바지을 입었다. 지금은 세계랭킹서 밀려났지만 타이거 우즈가 빨간 색 셔츠를 입고 호랑이샷을 날리며 최정상으로 군림했던 것은 이미 유명한 얘기다.

 

 

 빨간색은 전통적으로 용기, 용맹, 공격, 도전의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스포츠서 유니폼 색깔을 붉은색으로 치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스포츠의 전통적인 색깔이 붉은색이고, 역사적으로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 스포츠도 국기인 오성홍기뿐 아니라 대표선수 유니폼도 붉은색으로 단장했다. 한국과 중국에게 붉은색은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두루 포함하고 있다고 하겠다.

 

파란색은 행복과 희망, 신뢰 등을 의미하는 고귀한 칼러로 첼시, 한국프로축구 수원 삼성,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 등 국내외 유명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이 상징적 색깔로 채택했다. 빨간색과 대비되는 현대적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서 색깔은 상징성과 고유한 의미를 내포한 코드 기호라 부를만하다. 선수들은 유니폼을 그냥 입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속에는 다양한 코드가 작동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헌신, 승리와 도전에 대한 의지, 승부에의 열정, 개성과 고유한 캐릭터 등이 배어있다. 특이한 색깔코드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며 초인적인 승리를 불러오면서 현대의 신화로 자리잡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대표적 저서 현대의 신화에서 신화란 어떤 문화 속에서 진실이라고 믿어지는 것이다. 신화를 통해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과 세계에 있을 듯한 자연적인 것,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포츠에서 색깔이 지속되는 이유는 신화와 영웅탄생을 고대하는 현대인의 감성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시대적인 색깔코드가 굳어져 신화로 빛을 발하며 굳어지면서 스포츠는 더욱 큰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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