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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아카데미를 지키는 도쿄대 야구팀의 승리 아카데미를 지키는 도쿄대 야구팀의 승리

 

 

 

 

글/김학수

 

 

 

 칠레 광부 33명이 캄캄한 구리 광산 지하 700m에서 한 달여간 넘게 갇혀 지내다 기적적으생환한 지 수주일후인 2010년 10월2일, 일본 최고 명문 도쿄대 야구팀은 와세다대를 4-2로 꺾은 이후 연패의 깊은 터널속으로 빠져들었다. 35연패 끝에 얻은 승리의 기쁨도 잠시였다. 패배, 패배, 그리고 또 패배. 날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좀처럼 연패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승리의 그날이 찾아왔다. 5년만에 승리의 광명을 다시 누리게 된 것이다.

 

<출처: google , 도쿄대 야구팀 >

 

 

 지난 5월 23일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도쿄 6개대학 리그 호세이대와의 경기에서 도쿄대는 연장 승부 끝에 4-4로 맞서던 10회초 두 점을 뽑아 6-4로 감격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날 도쿄대는 5회 2-1로 전세를 뒤집은 뒤 7회 3점을 내주었지만 8회 2점을 만회해 균형을 되찾은 뒤 연장전에서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로써 도쿄대는 리그 최장기록인 94연패에 빠졌다가 5년여만에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도쿄대는 1987년부터 1990년까지 70연패라는 종전 리그 최다기록을 작성한 뒤 지난 해부터 이 기록을 새로 써내려갔다. 도쿄대가 감격적인 승리를 거두자, 일본 스포츠 신문 등 언론 등은 스포츠면 톱 뉴스로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하마다 가즈시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주 행복하다. 마침내 터널을 통과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출처: google , 도쿄대 전경 >

 

 도쿄대는 역대 수상 등을 비롯해 많은 정치인, 의사, 법조인, 심지어는 프로 야구단 사장을 배출한 일본 최고의 대학이다. 가장 어려운 입학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다른 대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는 명예와 지위를 보장받는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 모인 도쿄대이지만 일본  국민의 대표적인 스포츠인 야구에서만은 예외다. 국립대학인 도쿄대 야구팀은 1925년 일본판 ‘아이비리그’인 도쿄 6개대학리그에 참가한 이후 단골 패배팀의 수모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해 70연패를 기록했을 때, 특집 기사를 내보냈던 미국 뉴욕 타임스는 도쿄대팀을 ‘원초적 패배자(Ultimate Under)'라고 이름 지었다.


 도쿄대의 전력이 이처럼 허약한 것은 국립대라는 특수한 사정 때문이다. 최고의 고교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사립대학 게이오, 와세다대 등 라이벌팀과는 달리 스카우트를 하지 못한다. 일본 고교 최고 야구대회인 고시엔 대회 출전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장학금도 받지 못하는 도쿄대 선수들은 야구 배트와 각종 장비도 직접 개인이 사야한다. 훈련을 5천시간 갖는 다른 대학선수들에 비해 절반 이하밖에 못한다. 공부 시간을 쫓개서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동네북 신세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도쿄대는 지난 89년간 244승, 1550패, 55무를 기록해, 평균 승률이 13% 정도에 머물러 있다. 도쿄대가 일본 야구의 발상지라는 사실은 현재의 부진한 성적을 감안한다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일본야구는 1872년 도쿄대 미국인 교수 호레이스 윌슨에 의해 미국으로부터 들여와, 오늘날 최고의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세계적으로 명문대 스포츠팀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도쿄대가 처음은 아니다. 일본의 교토대 야구팀도 바닥을 헤매고 있으며, 한국의 최고 명문 서울대 야구팀도 지난 2004년 송원대를 2-0으로 꺾은 게 유일한 1승이다. 미국의 서부 명문 공과대 캘리포니아대 야구팀은 2013년 228연패의 기록에서 벗어났으며, 남자농구팀은 2011년 26년간 310연패의 사슬에서 벗어났다.


 귀중한 1승을 향해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도쿄대 야구팀을 성원하는 학생, 동문, 매니아 등은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랴 소리를 지르며, 경적을 울리기도 한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땀으로 가득한 도쿄대 야구선수들의 매료돼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공부는 1등, 야구는 꼴등이지만 도쿄대는 대학의 목적을 아카데미에 두고 선수들이 자신의 삶을 야구에 몰입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공부 우선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 도쿄대 야구팀은 우리나라의 서울대 야구팀과 함께 ‘공부 안하는 운동 선수’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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