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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가 소외청소년의 삶을 바꾼다







글/원준연






 


지난 9월 19일 토요일 부산시 수영구에 위치한 망미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 무리의 중학생들이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얼굴에 활짝 핀 함박웃음, 모래 범벅이 된 운동화. 영락없는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 학생들과는 다르다.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다. 스포츠는 아이들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반창고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드림버스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이다. 국제피스스포츠연맹에서 주관하는 ‘드림버스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은 사회적 소외계층 아이들(장애인, 저소득층 가정, 한 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컴퓨터 게임 중독)을 대상으로 순수한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대학생들이 멘토가 되어 스포츠를 매개로 주말마다 함께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멘티들은 학교 복지사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선발되거나 학생들이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선발된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려하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이 어린아이들에게는 무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기자라는 말 대신 멘토들 또래인 대학생 형이라고 필자를 소개하자 학생들은 조금씩 긴장을 풀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한바다중학교 A군에게 있어 야구공과 야구글러브는 분신이다. 언제 어디서든 공과 글러브를 항상 들고 다닌다.  야구 이야기를 시작하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팀,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며, NC나 넥센 같이 끈끈한 플레이를 하는 팀을 좋아한다는 설명을 해박한 해설위원처럼 설명했다.


A군과 친구들은 원래 학교에서 쉬는 시간만 되면 친구들과 야구를 즐겼는데, 어느 날 야구를 하다 야구공이 지나가던 학생을 강타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이 후로 안전상의 문제로 학교에서 야구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주말에 진행되는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을 손꼽아 기다린다.


멘토링 시간 덕분에 A군에게는 꿈이 생겼다. 야구선수가 되고 싶단다. 설령 야구선수의 길을 걷지 못하더라도 야구와 관련된 직장을 가지거나, 사회인 야구팀에 들어가서 야구를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꿈이 없었어요.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야구를 지속할 수 있게 되어 야구가 더 좋아졌고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요. 꿈이 생긴 거죠.” 그는 주말만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꿈을 먹고 산다.


다른 학교의 B군은 최근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은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다. B군을 담당하는 복지사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스포츠 멘토링 활동 중 친구들과 달리기 경기를 하는 사진을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놨더라고요. 평소 프로필 사진을 해놓지 않는 학생인데 멘토링 시간에 운동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보니 멘토링 시간이 B군에게 소중한 시간인지 알 수 있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상담선생님인 저에게만 털어놓고 아직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어린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겪어 많이 힘들 텐데 그 아픔을 스포츠를 통해 시간으로 승화시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 멘토링 시간이 그 아이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해주지는 못하겠지만 큰 힘이 되는 것은 확실해요. 이번 멘토링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 많이 밝아지고 있습니다.” 


 청각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C군은 자신보다 2살 어린 동생과 같은 학년, 같은 반에 재학 중이다. 정상적으로 학교에 진학을 했었더라면 지금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해야 정상이지만 지금 중학교 3학년으로 다니고 있다.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과 자신들 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주위 친구들은 C군을 가까이 하기 힘들어했고, C군 자신도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우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자 C군의 학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런 C군이 이번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C군은 친구들과 함께 매주 야구를 하면서 우정을 쌓고 있는 것이다. 야구를 함께하면서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사회성도 기른다. 캐치볼을 하는데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야구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고, 자연스레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먼저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스포츠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고, 공통의 관심분야가 생김으로서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다. 또한, 대학생 형, 누나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기회도 갖는다. 자신의 또래가 아닌 대학생 형, 누나들과 함께 시간을 지냄으로써 성숙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생 멘토들을 통해 자신의 시야와 지식의 범주를 넓힐 수 있다.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학생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 주로 앉아서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보내던 주말을 뛰어놀면서 활동적이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사회적 소외계층으로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거나 자신의 사정 때문에 낮아진 자존감을 스포츠를 통해 높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특정한 동작을 수행하는 것을 성공하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한바다중학교 복지사 선생님은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전반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울증을 겪거나 무기력증을 겪는 상황이었습니다. 한 학생은 컴퓨터 중독이 너무 심해 선생님과 상담시간에서 조차 컴퓨터를 하러 가야되기 때문에 빨리 마쳐달라고 요구할 때도 있었죠.


그 학생은 컴퓨터 게임을 하루 종일 날이 새도록 하다 보니 수업시간에는 깨어있는 적이 드물 정도로 항상 피곤해하고 무기력했었습니다. 그랬던 학생이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 게임보다는 운동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학생의 담임선생님께서도 아이가 조금씩 밝아지고, 학교에서 생활태도가 좋아졌다고 하셨습니다. 그 학생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학생이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드림버스 스포츠 멘토링’은 멘티들 뿐만 아니라 멘토들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번  스포츠 멘토링 부산5기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는 코디네이터 안준용씨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많은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밝혔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스펙 쌓기, 취업걱정에만 몰두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삶이 팍팍해지고 에너지가 없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습니다. ‘나도 저렇게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지’ 라고 회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아이들과 지내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뿐만 아니라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기수 코디를 맡고 있는 박형준 씨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특별한 경험이라고 밝혔다.


“저는 미래에 축구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인데 이번 멘토링을 통해 지도자의 필수 자질인 의사소통 방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록 소규모 그룹이지만 그룹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이번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멘토들이 가장 소중한 경험으로 꼽는 것은 자신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다는 사실이다. 이번 기수 멘토를 맡은 김은실씨는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갖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제가 그들이 변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중요한 삶의 경험인거죠.”


 ‘드림버스 스포츠 멘토링’은 멘토, 멘티 모두가 Win-Win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포츠가 사회적 소외계층 학생들은 삶을 변화시켜 줄 수 있는 시발점 역할을 하며, 멘토들도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이번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 ‘드림버스 스포츠 멘토링’ 프로그램.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진행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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