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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체조국가대표 박민수, 그림자를 지울 수 있을까

 

 

 

 

 

 

 

글/이태권

 

 

 

  약 1년이 지났다. 작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도마 동메달과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렸던 체조 국가대표 박민수(22∙한양대)가 다시 한번 일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박민수는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세계 기계체조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주종목인 평행봉과 철봉 이외에 다른 4가지 종목도 두루 잘해, ‘포스트 양학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민수는 지난 7월 국가대표 기계체조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해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게 되었다. 공교롭게 국가대표 에이스 양학선이 부상으로 인해 참가하지 못한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단체전 8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가능성을 보인 10년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체조를 시작한 박민수는 올해로 딱 10년차에 접어들었다. 태껸 관장님의 권유로 체조를 시작했다는 박민수는 처음 접하는 체조가 마냥 재미있었다고 한다. 부단한 노력 끝에 체조 명문으로 불리는 수원 농생명과학고에 진학해 기량을 성장시켰다. 고1때부터 국가대표 에 발탁된 그는 2012 중국 푸텐 아시아선수권대회, 2013 벨기에 앤트워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국제무대 경험을 쌓은 끝에, 작년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과 개인전 안마종목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도마 동메달을 딴 박민수

 (출처 : 박민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insu1121)

 

 

힘겨웠던 슬럼프
박민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 평균 8시간의 연습으로 여행은커녕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 MT, 소풍을 한번도 가지 못했다. 어린 마음에 이런 부분이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만큼 연습을 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라는 말에서 담담함이 묻어났다. 이렇듯 체조선수로서의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는 박민수이지만, 그에게도 슬럼프는 힘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국가대표에 발탁 되었는데, 6개월만에 퇴촌 당했어요. 그때 첫번째 슬럼프가 왔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체조가 이제는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체조연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가진 기량에 비해 대회마다 성적이 잘 나지 않으면서 멘탈이 약한 선수로 낙인 찍혔다.
부상도 박민수를 가만두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때 손가락 골절로 인해, 주종목인 평행봉과 철봉 연습이 어려웠다면, 고등학교 3학년때는 척추 측만증, 척추 분리증, 척추 전방전위증이 합병증으로 나타나 선수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었다.


“그땐 정말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냥 생활하는 것 조차 힘들었거든요. 나이가 어려서 병원에서도 수술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재활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다행히 재활을 하고, 주변 근육이 잘 버텨준 덕분에 체조를 계속 할 수 있었어요.”


박민수는 재활을 하면서, 정신적인 면으로도 성숙해졌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실수를 해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재활을 하면서 뒤떨어졌다는 생각을 덜어버리기 위해 ‘내가 최고다’ 라는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 또한 작년부터는 선수촌 내 심리 클리닉에 다니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다.

 

롤모델은 우치무라 고헤이
박민수의 롤모델은 일본의 체조 영웅 우치무라 고헤이(25)다. 몸이 뻣뻣한 자신에 비해 훨씬 유연하게 체조연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루 링 평행봉 철봉 도마 안마 가릴 것 없이 고루 잘해 작년까지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5연패를 달성했다.

 

          일본의 체조영웅 우치무라 고헤이 (출처: 연합뉴스)

 

 박민수는 우치무라와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박민수는 개인종합 22위에 그친 반해 우치무라는 금메달을 차지했다. 반면 박민수가 메달을 땄던 작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우치무라가 불참하면서 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번 롤 모델과 경기를 앞두게 된 박민수로서는 각오가 남다르다.

 

박민수의 그림자 지우기

`박민수의 뒤에는 ‘물음표 (?)’와 ‘제 2의 양학선’이라는 단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작년 인천아시안 게임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치무라 등 탑 클래스의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메달을 땄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열린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7위에 머무르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민수는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끝난 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겨냥해 8월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지난달 열린 전국체전에서 주종목인 철봉과 평행봉 1위를 차지하며, 자신감을 찾았다. 독일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16일 글래스고에 입성한 박민수는 컨디션 조절을 하며, 현지 적응 훈련중이다. 과연 박민수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를 지워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출처 : 박민수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minso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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