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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필요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저니맨(journeyman)'






글/조승윤





 이적, 부적응, 불화, 방랑자... 이 단어들은 '저니맨(journeyman)'을 표현할 때 함께 자주 쓰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 저니맨은 ‘해마다 또는 자주 팀을 옮기는 운동선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저니맨 선수들이 부정적 이유만으로 팀을 자주 옮기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팀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다


 원하는 팀이 많아 이적을 자주 한 대표적 한국 선수가 이영표다. 그는 국내를 포함해 총 6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안양FC에 데뷔한 이후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 토트넘 핫스퍼 FC(잉글랜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 FC(사우디아라비아), 밴쿠버 화이트캡스 FC(밴쿠버)에서 활약했다.


            ▲아인트호벤, 토트넘, 벤쿠버 시절 이영표 선수의 모습. (사진=OSEN, 뉴시스, 게티이미지코리아)


 많은 이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팀에서 원하는 선수였다. 특히 현역 마지막 클럽 팀인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는 그의 은퇴를 적극 말렸지만 선수 의사를 꺾지 못했고, 대신 성대한 은퇴식을 치러줬다. 또한 현역 시절 프리미어리그의 에버튼, 아스톤 빌라, 뉴캐슬 유나이티드, 세리아A의 명문 AS 로마 등 다수의 팀에서 이영표를 원했었다.
 선수 생활을 했던 팀마다 국가가 모두 달랐던 이영표지만 그는 언제나 등 떠밀리듯 혹은 마지못해 이적하는 경우는 없었다. 항상 그를 향한 뜨거운 러브콜이 있었고, 그가 팀에서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증명한 저니맨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선택


 많은 러브콜이 있어 행복한 고민 끝에 이적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소속팀을 옮기는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한국 야구의 전설 박찬호다.
 LA 다저스 시절 승승장구하던 박찬호는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몸값과 많은 기대 속에서 그는 ‘먹튀’라는 오명을 받을 정도로 부진했다. 텍사스에서 보낸 끔찍한 시간을 뒤로하고 박찬호는 재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노력은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해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샌디에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박찬호 선수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005년 여름 텍사스 생활을 접고 샌디에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박찬호는 이후 뉴욕 메츠, 휴스턴 애스트로스, LA 다저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양키스, 피츠버스 파이어리츠로 이적하며 메이저리그에서 명예 회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결과적으로 메이저리그 초창기 LA 다저스에서 보여준 위력적인 모습을 재현하지 못하고 미국을 떠났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와 계약하면서까지 도전하고 노력했던 그의 모습에 많은 팬들은 격려와 박수를 보냈다.


 박찬호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그가 그토록 원했던 한국에서 보냈다. 미국과 일본을 거쳐 마지막으로 입은 한화 이글스는 그가 11번째 소속팀으로 입은 유니폼이었다. 2011년 한국 나이로 40살에 그가 팀을 옮긴 이유는 끝까지 자신의 ‘꿈’ 때문이었다. 명예 회복과 한국에서 야구 생활을 하겠다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박찬호는 저니맨으로 살았다.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며...


 전성기를 지나 선수 생활의 끝이 보일 때쯤 많은 이적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이 활약했던 리그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하위 리그로 이적하거나 혹은 자신의 고향 국가 혹은 고향 팀으로 돌아가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활약했던 소속팀에서 이적 한 라울과 델 피에로. (사진=뉴욕 코스코스 공식 홈페이지, 뉴시스)


특히 유럽 축구를 호령했던 선수들에서 이러한 이적이 많아 나타난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인 라울 곤잘레스는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줄곧 레알 마드리드 한 팀에서만 뛰었다. 그러나 전성기가 지나면서 그도 이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뒤로하고 FC 샬케 04(독일), 알 사드(카타르), 뉴욕 코스모스(미국)로 이적했다. 또한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유벤투스 FC에서 활약한 델피에로 역시 라울과 비슷한 이유로 시드니 FC(오스트레일리아), 델리 다이너모스 FC(인도)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이적을 경험하며 저니맨이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간 테베즈와 호나우지뉴. (사진=보카 주니어스 공식홈페이지, 플루미넨세 FC 공식홈페이지)


반면 고향으로 돌아간 선수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유벤투스에서 활약한 테베즈가 고국 아르헨티나의 보카 주니어스로 이적했고, ‘외계인’ 호나우지뉴 역시 유럽 생활을 뒤로하고 브라질로 돌아갔다.


 체육학 사전에서 저니맨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믿을 만한 경기 내용을 보여주는 선수, 또는 훌륭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 선수.’ 결국 저니맨이라는 수식어는 필요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붙는 수식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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