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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시대와 사회 상황에 따라 변한 운동회






글/이원주






 학창시절 운동회 전날은 매우 설레고 기대되었다. ‘혹여 비는 오지 않을까?’가 걱정하면서도 운동회 날 학교 가는 길은 그야말로 별천지가 따로 없다. 형형색색 솜사탕부터 하늘 높이 걸려있는 만국기까지. 운동회의 백미는 청백 계주이다. 엎치락뒤치락 달리는 모습은 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요즘 운동회를 보고 있으면 과거의 기억은 어디까지나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느낌이다. 무엇이 운동회를 변화시켰는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경쟁보다는 경험중심으로


과거 운동회는 청백으로 팀을 나눈 뒤 단체 경기에서 승리하면 점수를 획득, 우승팀을 가리는 경쟁적 요소가 강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의 경우 지나친 경쟁심 유발이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이유로 최근 체험형 운동회를 실시하는 학교가 늘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승패나 등수를 매기지 않고 참여를 통해 경험이나 성취를 강조하는 활동이 된 것이다.


광주광역시 학강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올해 운동회도 체험형 활동들을 기획해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석과 클립을 이용한 과자낚시, 발로하는 볼링 등 쉽게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종목들이 주가 되었다. 광주 학강초 서미나 선생님은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경쟁보다는 놀이나 체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며 “앞으로도 더 내실 있게 운동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90년대 운동회(청백 기마전) 출처 : 인터넷커뮤니티         2015년 체험형 운동회 과자낚시   출처 : 학강초



▲사회의 변화


사회의 변화도 운동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다수의 부모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맞벌이를 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학교는 ‘가을 운동회’ 대신 ‘봄 운동회’를 선택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운동회를 열어 학부모들이 학교에 올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학교 주변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신분확인이 필수가 되었고 상인들의 출입이 어렵게 되었다.


 운동회 날 볼 수 있던 솜사탕과 3색 아이스크림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분류하면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먹거리를 교문 밖으로 밀어냈다. 이 밖에도 교원의 업무 경감 정책의 일환으로 체육대회를 전문 용역 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추억의 솜사탕과 아이스크림 출처 : http://blog.naver.com/sonc88



▲과거 운동회의 문제점 개선


 김재일 선생님(천안 천남중학교)은 박사학위 논문 ‘학교 운동회의 역사적 고찰’(2008)에서 전통적인 운동회의 문제점을 몇 가지 언급했다. 첫째, 학생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학교 중심으로 운동회가 기획되고 개최되었다. 둘째, 보여주기식 운동회가 만연했다. 대도시의 경우 많은 학생들을 좁은 운동장에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축제를 즐기는 참가자라기보다 동원된 참가자의 느낌이 강했다. 셋째, 과도한 사전연습 과정에서 비롯된 수업 결손은 학습권을 침해했다.


운동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 급 학교는 저마다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 일산중학교의 경우 2013년 학교, 학생회,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체육대회+나눔장터’를 기획하였다. 학부모님들이 먹거리를, 학생들은 바자회와 각 종 활동 부스를 마련한 것이다.




 놀이마당 형태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놀이마당 형식의 경우 별다른 대형 유지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참여할 수 있어 대도시 학교의 문제점인 공간적 제약을 효율적으로 극복 할 수 있다. 사전 연습 없이 당일 참여해도 원활히 진행되어 학습권 침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광주학강초등학교 봄 놀이마당(물병볼링) 출처: 학강초




운동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해온 것 같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운동회가 스포츠 활동의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래 스포츠 경기는 경쟁적 요소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스포츠 경기에 참여함으로써 경쟁이 무엇인지 알고 승리의 기쁨과 패배에 대한 인정과 극복 등의 교훈을 깨달을 수 있다.


 물론 지나친 경쟁이나 비인간적인 방법으로의 무조건적인 승리를 지향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은 필수적이다. 운동회는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존재한다. 바로 아이들의 함성이다. 즐거운 함성소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운동회가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즐거운 활동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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