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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를 통해 본 미국문화 아이콘 요기 베라

 

 

 

 

 

글/김학수

 

 

 

 

 

 

 미국 최고 권위의 신문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를 온라인으로 즐겨본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꼭 빼 먹지 않고 찾아 읽는다. Obituaries'란 컷제목의 부고 기사는 많은 이들의 죽음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되짚어보며 새로운 삶을 깨우칠 수 있게 한다. 개인의 이력서나 단순한 경력 나열 중심의 국내 신문의 부고기사와는 달리, 뉴욕 타임스는 고인의 삶을 다양한 모습으로 포착해 자세하게 묘사하며 흥미로운 기사꺼리로 만든다. 뉴욕 타임스의 부고기사가 인터넷판과 종이신문에서 모두 분량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장문의 수준높은 기사들이 많은 것은 독자들이 그만큼 즐겨 읽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음을 뉴욕타임스는 부고란을 통해 입증해 보인 셈이다.

 

 지난 9월 23일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야구의 영웅 요기 베라의 부고 기사는 야구 선수로써, 미국 문화의 아이콘으로써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그의 일대기를 인상깊게 잘 묘사했다. ‘기술 90%와 나머지 절반을 위트로 스타덤을 누린 요기 베라가 90세로 별세하다’라는 제목으로 부르스 웨버 기자가 쓴 부고 기사는 10단락 이상의 아주 긴 글이다.


기사 첫 문단에서 고인의 남긴 업적을 간명하게 잘 표현했다. 첫 문단은 “명문 양키스를 10번이나 챔피언으로 올려놓은 미국 야구 최고의 포수이며 인물이고, 감독으로서 양키스와 뉴욕 메츠를 월드시리즈로 이끌었으며, 사랑스러운 문화계 인사로 더 많이 알려져 만화 카툰 인물 소재가 됐고, ‘요기이즘’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위트넘친 어록을 남긴 요기 베라가 별세했다”고 돼 있다.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의 전형적인 특징답게 첫 문단에 고인의 업적을 압축적으로 정리했다.

 

 

고인의 선수생활을 언급한 다른 언론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는 내용도 소개했다. “베라의 선수 생활 초창기였던 1949년, 그의 감독이었던 캐시 스탱겔은 스포팅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라는 주목할만한 능력을 가진 매우 이상한 친구다’라고 밝힌 바 있었다. 그의 감독이 평가한 것처럼 베라는 그런 길을 걸었다”고 언급했다. 그가 야구뿐 아니라 다른 능력에서도 탁월함을 짐작케해주는 대목이었다.


요기이즘과 관련한 그의 유명한 코멘트는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가 결점에도 불구하고 야구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이 그의 인기의 원천이었다. 예민하고 엉뚱한 발상의 어록은 야구팬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감독으로서 자신의 전략을 설명하면서 ‘직접 봐야지만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했으며, 위대한 슬러거인 프랭키 로빈슨의 타격자세를 흉내내는 어린 선수들에게 ‘그를 따라할 수 없으면 모방하지도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집으로 가는 방향을 가르키면서 ‘길위에서 돼지를 만날 때, 그것을 바로 잡아라’며 ‘어떠한 길이든 당신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중 음식점에 대해 말하면서 ‘사람이 많으면 더 이상 갈 수가 없다”며 프로리그서 많은 팀의 숨막히는 경쟁과 스트레스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의 삶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을 포착해 자세하게 묘사한 대목들도 눈길을 끌었다. “1947년 월드시리즈 3차전, 브루클린 다저스와의 경기 때다. 그는 월드시리즈 역사상 처음으로 대타홈런을 때렸다. 4차전서는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포수로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9회말 투아웃, 포볼후 주자 2명을 두고 양키스 선발투수 빌 빈스가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루타를 허용하며 치명적인 패배의 빌미를 불러왔다. 1951년 9월, 그는 다시 치명적인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날려보내는 실수를 범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알리 레이놀즈가 9회말 2사후까지 노히트를 기록했다.

 

 이때 보스턴 테드 윌리엄스가 홈플레이트와 양키스 덕아웃 중간으로 파울볼을 날렸다. 이 볼만 잡으면 레이놀즈는 시즌 두 번째 노히트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첫 번째 이 기록을 달성하는 투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볼이었으나 바람의 영향을 받아 그만 글로브서 놓치고 말았고 그는 넘어졌다. 다음 타석에서 그는 레이놀즈의 배트를 맞고 튀어 오르는 볼을 잡았다. 1955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양키스가 다저스에게 6-4로 앞선 8회초, 다저스의 재키 로빈슨이 홈을 훔칠 때, 주심 빌 섬머스는 세이프를 선언했다. 그가 주심에게 격렬히 항의하면서 이 사건은 미국 프로야구사에 유명한 일화로 남았다. 50년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그는 아웃이었다’는 자신의 사인을 해주었다.”고 소개했다.


 기사 말미는 그의 노히트 기록과 관련한 얘기로 마무리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1999년 7월 18일, 양키스는 요기 베라 데이를 열었다. 라르손이 시구를 했고 베라는 포수를 맡았다. 믿을 수 없게도 이날 양키스의 데이비드 콘은 퍼펙트 게임의 대기록을 세웠다. 그의 굴곡많은 야구 인생에 적합한 에피소드처럼 다시 보는 데자뷰같은 순간이었다”고 끝을 맺었다.


 요기 베라의 부고 기사를  살펴보면서 앞으로 우리 나라 스포츠인에 대한 부고 기사가 좀 더 개인의 삶을 넓고 깊게 들여다 보는 완성도 높은 내용의 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리라.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