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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지금은 K리그 홍보대사!

 

 

 

글/김진엽

 

 

 

 

 

 축구를 좋아하는 오세원씨(26)는 현재 동국대 화공생물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른바 ‘취업 깡패’라 불리는 공대를 대학교 전공으로 선택할 때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취업 준비생인 4학년을 앞두고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얼마 전 휴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오세원씨는 막 개강한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2년 동안 휴학해 학교를 떠나있었다. 학교로 돌아오니 친구들은 학교를 떠나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취업 잘되기로 유명한 공대답게 선배, 동기는 물론 후배들도 좋은 직장에 진출해있었다.

 

 그런 학교 동문들의 탄탄대로를 보며 오세원씨는 생각이 많아졌다. 어린 시절 꾸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범한 대학생임과 동시에 K리그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K리그 명예기자’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축구를 맛보다
 오세원씨는 “서울대 같은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에 진학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어린 시절 저는 공부를 꽤 잘했어요”라며 재치 있는 유머로 입을 열었다. “여느 남학생처럼 나가서 노는게 좋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게 좋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고 싫어하셨죠. 그래서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축구를 하곤 했죠. 그냥 노는게 좋았을 뿐 그때까진 축구의 진정한 재미를 몰랐어요.”라며  회상했다.

 

 “사실 보는 건 그렇게 흥미가 없었어요. 그런데 부모님과 처음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축구 중계를 봤는데, 그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어요”라며 당시를 설명했다. “이른바 ‘도교대첩’이라 불리는 97년에 열린 경기를 지금도 기억해요. 당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1;0으로 일본에게 끌려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후반 막바지에 터진 서정원과 이민성의 연속골로 역전승을 거뒀어요. 그때 이민성의 결승골이 터졌을 때 느꼈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해요. 그렇게 축구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게 됐죠”라며 열변을 토했다.

 

#K리그를 접하다

축구의 매력을 느낀 그에게 K리그를 접할 사건이 있었다. “제 고향이 인천인데 그곳에 인천유나이티드가 창단됐어요. ‘인천utd 미들스타리그’라는 대회도 시작됐고요. 지금은 유명한 대회지만 당시 초창기여서 많은 인기를 얻진 못했어요. 그때 친구들과 참가해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어요.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해요”라며 벅찬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오세원씨는 '인천utd 미들스타리그'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K리그와 본격적인 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제대로 축구를 즐기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공부를 한 뒤 축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더 공부를 열심히했어요. 그때 K리그도 자주보러다녔죠"라며 어린 시절부터 축구와 K리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유럽 여행 당시 현지에서 사온 축구 클럽 뱃지들

 

#유럽에서 꿈을 찾다
  공부도하고, 축구도하고 K리그도 보러 다니다보니 시간이 흘러 오세원씨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군대를 가기 전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어요. 당연히 축구 여행이었죠. 그때 전 일생일대의 경험을 했죠”며 말문을 열었다. “스코틀랜드를 갔을 때였어요. 셀틱과 폴커크와의 경기를 직관했습니다. 당시 기성용과 차두리가 셀틱에서 뛰고 있어서 보러간 거였죠. 사실 폴커크이 2부 리그 소속이라 큰 재미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죠. 그때 전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어요”라고 설명했다.

 

 “당시 경기는 폴커크의 홈구장에서 열린 경기였어요. 폴커크가 패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홈 팬들이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을 안아주며 응원가를 부르는거에요. 그때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이런 것이 ‘우리 팀’이란 애정이란 것을 느꼈죠”라며 말을 이었다. “그걸 보다 문득 ‘K리그도 이렇게 될 순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K리그를 좋아했던 제겐 꿈을 찾은 순간이었어요. 축구계에 종사하며 K리그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입대한 뒤, 축구계에 들어가기 위해 닥치는 대로 공부했어요”라고 말했다.

 

▲축구 관련 서적으로 꽉 찬 오세원씨의 책장

 

#꿈을 쫓다
 오세원씨는 군에 입대한 이후 가리지 않고 축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공부했다. “선수들 자서전도 읽고, 축구 전술도 공부하고 또 혹시 외국어가 필요할까 영어도 공부했어요. 군에서 꿈을 쫓다보니 어느새 전역할 때가 됐더라고요”

 

 “전역과 동시에 축구계에 종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스포츠 취업박람회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만났어요. 그곳에서 만난 직원 분이 저에게 ‘명예기자’를 추천해줬어요.  ‘K리그 명예기자’에 지원했고, 명예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K리그 명예기자 사이에서도 열정 넘치기로 유명하다. 실제 우수 명예기자로 선정되기도 했고, 방송에도 출연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도 열심히 해요. 저는 제가 비전공자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어요.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것에 대한 보상이었다고 생각해요”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절충안을 찾다
 “요즘 정말 즐거워요. 당연히 저 때문은 아니겠지만, 작년보다 관중수도 늘고 관심도 많아지고 있어요. 제 주변 친구들도 K리그에 대해 호의적이고요”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행복한 만큼 고민도 많아요. K리그도 알리고 싶고, 전공도 살리고 싶어요. 최근 찾은 목표가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들어가는 거에요”라며 새로운 꿈을 설명했다.
 
  그는 “축구계에서 일하는 친한 누나가 그러더군요. 바로 축구계에 들어오는 것도 좋지만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오면 저만의 ‘강점’이 생길 거라고. 그것이 바로 한국도핑방지위원회라고 생각해요. 그곳은 제 전공과 축구에 대한 열정을 모두 쏟아낼 수 있는 곳이에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오세원씨는  “K리그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세계 최고라는 유럽 축구도 재미없는 경기가 있는데 당연하겠죠. 하지만 저는 k리그의 가장 큰 매력은 ‘현장감’이라고 생각해요.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과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즐기는 것은 분명 다르거든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방송에도 소개됐던 오세원씨 KBS1 스포츠뉴스

 


 “K리그 명예기자로 평생 활동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제 임기동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명예기자’는 홍보대사거든요!”라며 미소 지었다.

 

 유럽 축구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반면 K리그는 이제 32년 차다. 한국 축구는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K리그는 더 크게 나아갈 수 있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K리그도, 오세원씨의 꿈도 함께 성장해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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