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원준연
무노 부르고스가 헤타페와의 경기 도중 구글 글래스를 통해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 (출처 / 스카이 스포츠)
2014년 3월 13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특별한 승리를 거두었다. 수석코치 무노 부르고스가 구글 글래스를 통해 경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승리에 이바지하였기 때문이다. 이 경기는 공식 축구경기에서 구글 글래스를 사용한 첫 번째 사례로 남았고, 아틀레티코는 구글 글래스의 도움을 받아 승리를 거둔 첫 번째 축구팀이 되었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슈퍼볼을 중계한 존 커코 (John Kucko) (출처 / 포브스)
최근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구글 글래스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작년 윔블던 테니스 경기는 구글 글래스가 스포츠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된 첫 번째 대회로 기록되었다. CBS의 미식축구 해설가 존 커코는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슈퍼볼을 중계했다.
구글 글래스는 프로스포츠분야에서 더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많은 마케팅 분석가들은 다양한 착용 가능한 기구(Wearable Device)들과 함께 구글 글래스가 스포츠에 다음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 글래스를 통해 관중들이 미식축구에서 선수들이 터치다운하는 장면을 볼 수도 있다
(출처 / 허핑턴포스트)
① 선수의 관점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스포츠와 구글 글래스가 만날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팬들이 선수들의 관점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 글래스를 통해 팬들은 운동선수가 경기 중 어떻게 보고, 경험하는 지를 느낄 수 있다. 팬들은 미식축구 스타 애드리안 피터슨(Adrian Peterson)이 터치다운을 할 때 무엇을 보는지, NBA에선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의 시각에서 슬램덩크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타자의 관점에서 MLB 클래이튼 커쇼(Clayton Kershaw)의 직구와 변화구를 감상할 수 있다.
② 더 심도 있는 중계가 가능하다
구글 글래스를 통해 시청자들이 선수들의 시각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됨으로써, 스포츠 중계도 양상이 빠뀔 전망이다. 더 이상 적은 수의 카메라로 방영되는 스포츠중계는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경기를 관람할 때 스포츠팬들은 사이드라인에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도 경기를 보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선수나 코치들의 눈으로 경기를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촬영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심도 있는 중계가 가능할 것이다
심판들은 즉각적인 리플레이를 통해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출처 / WNBA.COM)
③ 향상된 경기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스포츠팬들을 가장 화나게 하는 순간 중 하나는 잘못된 판정으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 바뀌거나,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면 심판을 비롯한 경기 진행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수많은 동영상을 보고 득점의 여부를 판단하거나, 반칙에 대한 판정이 가능하다. 더불어, 즉각적으로 경기장면을 리플레이할 수 있어 스포츠에서의 진행이 매끄러워 질 것이다.
구글 글래스와 함께 스포츠의 풍경을 180도 변화시켜 놓을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은 드론이다. 이미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경기나 훈련장면을 분석하는 것이 스포츠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UCLA 미식축구팀 훈련장면을 상공에서 촬영하고 있는 드론 (출처 / ESPN)
UCLA 미식축구팀은 드론사용의 선두주자다. 현재 훈련이 있을 때 마다 드론이 경기장의 20피트 상공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미식축구팀 감독 짐 모라(Jim Mora)는 드론이 공중에서 촬영한 비디오를 통해 공격수들이 얼마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지 혹은 수비수들이 수비대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드론이 등장하기 전에는 카메라를 전담하는 직원들을 따로 고용하여 경기장 옆에 있는 건물의 옥상에서 훈련장면을 촬영하거나, 애드벌룬을 띄워 촬영했다. 하지만 드론의 등장으로 조작 가능한 한명의 기술자가 감독 옆에서 간단한 조작을 통해 전체적인 훈련장면을 촬영한다.
소치 올림픽 스노보드 경기를 촬영하고 있는 드론 (출처 / 매일경제)
드론 카메라는 미식축구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PGA투어에서는 드론을 사용하여 코스전체를 촬영한다. 드론은 포뮬러 원 경기를 촬영하는데 사용되었고, 서핑, 스노보드와 더불어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를 촬영하는데도 사용되었다. 드론은 또한 호주의 크리켓경기, 브라질의 축구경기,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올림픽에서는 스노보드 경기까지 촬영하는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구글 글래스와 드론이 스포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모든 과학기술발달이 그러하듯이 이러한 첨단 기술들은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구글 글래스가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대형 스포츠 팀이나 슈퍼스타 선수들이 구글 글래스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경기력을 향상킬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선수들은 그러지 못할 수 있다. 국가 대항전에서도 선진국 국가들은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여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기술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개발도상국들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힘들 것 이다. 기술의 진보가 평등이 아닌 더 심한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
드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안과 안전이다. UCLA 캠퍼스는 남가주대(USC) 캠퍼스에서 불과 몇 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드론을 통해 별 어려움 없이 도달 가능한 짧은 거리이다. 즉, 이는 마음만 먹으면 라이벌 팀의 훈련장면을 훔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감독들이 드론을 도덕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상대팀의 정보를 훔쳐가는 스포츠정신에 위배된 행위들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드론을 조종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일반인들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드론을 조종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을 요구하며, 숙련된 조종사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축구경기도중 미숙한 드론 조종으로 인한 사고 (출처 / 유투브)
드론은 비행기나 헬리콥터의 행로를 방해할 수도 있다. UCLA 미식축구팀의 드론 테크니션 노리스(Norris)는 드론조종을 연습중이다. 특히 그는 드론이 너무 높게 날지 않기 위해 열심히 연습중인데 이는 헬리콥터가 UCLA 의학센터에 자주 착륙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드론을 높게 조종했다간 헬리콥터가 비행하는 것을 방해 할 수 있어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간편한 조작이 가능한 드론은 언제, 어디서나 출현할 수 있다. 이러한 드론 출현은 보안, 안전문제 이외에 예상치 못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의 난투극 중계 (출처 / 유투브)
2014년 10월 치러진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의 예선전에서 드론의 출현으로 인해 난투극이 벌어졌다. 경기 전반 41분께 경기장 상공으로 날아든 드론에 달린 깃발을 세르비아 선수가 떼어내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
드론에는 알바니아의 과거 영토와 국가 위상을 찬양하는 깃발이 걸려 있었고, 세르비아 선수가 이를 떼어내자 알바니아 선수가 달려들면서 난투극이 시작됐다. 여기에 흥분한 세르비아 관중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알바니아 선수를 때렸다. 주심은 결국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구글 글래스와 드론과 같은 과학기술들은 스포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기술들은 더욱더 발전할 것이고, 스포츠에 큰 영향을 미칠 것 이다. 스포츠가 이러한 과학기술에 의해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면, 스포츠정신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글 글래스에 의해 선수들 간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지고, 드론을 통해 라이벌팀 전략을 훔치며 스포츠 정신이 위협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들이 스포츠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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