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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조정 ‘콕스’의 리더십

 

 

 

 

 

 

 

글/박유림

 

 

 

사진 출처: http://finewink.tistory.com/67

 

 

   2011년 여름 방영된 MBC무한도전 조정 특집에서 가슴 뭉클한 장면이 있었다. 조정 특집의 종지부를 찍는 실제 대회 장면에서 결승선을 가장 마지막으로 통과한 꼴지 무한도전 팀에게 무거운 콕스(Cox•키잡이) 정형돈이 외친 한 마디였다. “Easy oar(노 젓기 그만), …… 내가 봤어, 우리 진짜 잘 탔어.”

 

 콕스 정형돈의 ‘내가 봤다.’는 말은 조정 경기에서 콕스의 역할을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조정 경기에서 콕스는 배가 나아갈 방향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멤버이다.  콕스를 빼곤 크루(Crew)는 얼마나 배를 끌고 가야 끝이 나는지 볼 수 없다. 온전히 콕스의 말에 따라 2000m의 긴 레이스 동안 배의 노(rowing)를 저어야 하기 때문이다.

 

 순위 경기인 조정에서 콕스는 배의 키(rudder)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배를 이끌어야 한다. 콕스가 배를 이끈다는 것은 스스로 rudder를 사용하지 않고도 배가 일직선으로 나갈 수 이도록 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러 명이 함께 노를 젓는 조정에서 크루의 힘과 박자를 맞추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체력이 강한 선수가 홀로 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크루 전체의 노 젓는 박자가 맞지 않으면 오히려 배는 더 흔들리게 되며, 속도를 낼 수 없다. 따라서 콕스는 배가 크루의 올바른 힘 점에 의존하여 일직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배를 이끄는 콕스의 리더십은 조정 경기의 승패와 관련된다. 바람이나 파도로 배가 요동치기도 하고 크루들의 개인차로 인해 그 리듬이 깨지기도 한다. 콕스는 배가 잘 나아갈 수 있도록 크루들의 노 젓는 템포를 일치시키기 위해 각 포지션의 선수들을 번호로 호칭하며 코칭한다. 콕스가 경기 중 사용하는 용어 ‘ratio’ 역시 ‘모든 동작을 잘 맞춰라’는 의미이다.

 

 2000m의 레이스를 구간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출발 신호와 동시에 멈춰있는 보트를 가속시키기 한 스타트(출발에서 약250m), 가속을 유지하는 스트로크레이트(s/m), 그리고 마지막 결승선 도달까지의 스퍼트(약1500m에서1750m) 구간이 있다. 스트로크레이트(s/m) 구간에 들어서면 작전 전략이 시작되는데 이때의 속도는 다양하다. 경기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콕스의 빠른 상황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콕스의 판단에 따라 크루의 로잉에 변화가 일어나며 그 리듬을 유지시키는 것은 조정 경기의 결과에 직결되는 요소이다. 섬세한 스피드를 요구하는 스타트 구간과 막판 최후 스피드를 발휘하는 스퍼트 구간 모두 상황에 맞는 크루의 로잉이 요구되고 그 때의 박자 역시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크루를 철저히 준비시키는 역할을 콕스가 수행한다. 콕스의 역할은 배를 잘 이끌기 위한 하나의 일치된 크루를 준비하는 것까지 연장된다

 

 배  위에서 콕스의 리더십이 잘 발휘되기 위해선 배 밖에서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콕스는 주로 기록을 정리하거나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실제로 운동을 크루와 함께 하지 않는다. 훈련이 극으로 치닫는 경우 괜히 콕스를 미워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때 코치와 크루 사이의 적절한 전략으로 크루를 보듬고 챙기는 것이 콕스의 또 하나의 역할이다. 경기에 원칙적으로 제한된 무게를 콕스가 넘지 않더라도 다른 크루들을 위해 일부러 살을 더 빼는 희생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콕스는 단순히 배를 이끄는 사람이 아니다. 크루 전체 멤버를 책임져야하는 리더이다. 체력적인 소모가 매우 큰 조정 레이스에서 각 멤버들을 격려하여 끝까지 레이스를 마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이다.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2013chungju/555

 


 콕스와 같이 우리가 사는 현실 사회에 많은 리더들이 존재한다. 콕스가 배를 이끌듯이 어떤 리더는 여러 다양한 조직을 이끈다. 흔히들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은 가장 선두에 서서 구성원들을 끌고 가는 것이다. 콕스를 통해 본 리더의 참 모습은 가장 뒤 편에 서서 모두의 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리더가 앞을 보고 나아간다는 것은 구성원의 모든 상황을 볼 때 진정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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