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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여선생님들이 배구를 하는 이유는?

 

 

 

 

 

글/이원주

 

 

 

 

 학생들은 온데간데없고 여선생님들의 목소리만 학교에 가득하다. 방학중에 여선생님들만 학교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체육과 직무연수를 수강하기 위해서였다. 종목은 다름 아닌 배구. 여선생님들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스포츠이지만 연수가 진행되는 내내 즐거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연수에 강사로 참여하면서 연수생들을 가르친다기보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여선생님들과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우리나라 체육교육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현재 대한민국 초등 여교사 비율은 78%(2014년 12월 현재)에 달한다.  그 비율은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이다. 남선생님들이 체육 전담을 하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은 남선생님에게 체육수업을 수강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78%의 여선생님들에게 체육수업을 들어야 한다. 성급한 일반화가 될 수 있지만 남교사에 비해 스포츠 경험이 적은 여교사들에게 체육수업은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배구 연수처럼 여선생님들이 체육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백견(百見)이 불여일행(不如一行)이라는 말이 있듯, 서적이나 동영상등 간접적인 경험은 한계가 있다. 직접 스포츠에 참여해보고 그 경험을 토대로 구성된 체육수업은 신체활동의 핵심가치를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 줄 수 있다.

 

사실 이번 연수는 여선생님들의 배구 사랑에서 시작되었다. 초등교직원 사이에서는 배구를 학교 친목을 목적으로 혹은 생활체육으로 즐기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연수는 배구의 기술적인 부분을 조금 더 배워보고자 현재 배구회 연수회 회장인 장현철 선생님(광주 북초등학교)과 여선생님들이 방학 중 연수를 기획한 것이다. “방중 배구 동호회”(이하 방배동)라는 타이틀로 시작된 연수는 5년차를 맞이하고 6번째 수료생들을 배출했다.

 

 연수 최초 목적이 단순히 기능숙달과 흥미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와 체육수업의 전문성 증대로 확대됐다.  연수의 취지와 내용이 좋다보니 광주 전남 초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방배동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이다. 연수생 160명을 선착순으로 선발하는데 500명 이상이 동시에 지원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대표 장현철 선생님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과거 태권도 선수출신으로 교대에 특기자로 입학한 장선생님은 누구보다 체육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좋은 체육수업을 제공하는 것은 30명의 학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연수를 통해서 30명의 교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30명의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30명의 학생들 즉, 900명에게 효과를 줄 수 있다.”며 “여선생님들의 역할이 학교현장에서 중요해진 만큼 함께 좋은 체육수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력한 스파이크와 블로킹

 

실제 수강생들도 연수 마지막 날 설문조사에서 후한 점수를 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수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참여했던 순천 동명초등학교 권정숙 선생님의 연수 소감은 인상적이었다. 권 선생님은 연수를 통해서 스포츠 참여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배구 경기에 참여하고 응원해보면서 스포츠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스포츠를 통한 건전한 여가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체육시간 수준별 수업을 적절히 이용하여 성취감을 극대화하고 기능습득의 효율성을 올릴 수 있다. 학급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있다면 체육수업을 통해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하는 등 여러 가지 사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운동경기 지도방법의 전문성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체육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땀을 흘리며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 가는 것 이외에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어려운 동작을 수행하거나 기록갱신을 통해 도전정신을 함양할 수 있다. 팀 스포츠를 통해서 동료들과 협동을 학습하고, 경기 규칙을 준수하며 준법정신을 배울 수 있다.

 

 이 밖에도 체육활동은 학생들이 그 시기 가장 중요한 정신적인 영역의 발달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수업의 질은 교사의 자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모든 것을 실현 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는 선생님의 역할이다. 얼마만큼 체육시간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지, 신체의 움직임과 같은 기술적인 요소 이외에도 정신적인 영역의 교육을 어떻게 구성해 갈지는 교사들의 숙제인 셈이다. 초등학교의 여성교원의 증가는 격렬한 신체활동을 통한 건강과 체력증진 보다는 오히려 섬세함을 바탕으로 정신적 영역의 교육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체육활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한 만큼 체육 연수는 선생님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이번 배구 연수를 통해서 여선생님들이 신체활동의 참맛을 알게 되고 생활체육 동호회에 참가한다면 연수는 성공적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스포츠의 본질적인 가치를 알고 경험을 토대로 체육수업에 전문성을 신장시키려 노력한다면 여교사에 대한 체육수업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로 바뀌며 체육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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