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학수
지난 2월 하순, 학생들의 수강신청 내역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흠짓 놀랐다. 수강 신청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이미 최대인원 40명이 차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학부에 개설된 강좌였지만 학생들이 알음알음으로 모여들며 수강 정원을 꽉 채웠다. 당초 학생들이 적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었다. 수강 최소인원인 20명을 채우지 못하면 폐강하기로 돼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예전에 했던 스포츠 언론교실 수강생이었던 학보사 편집장 등에게 같은 재학생들에게 적극 추천을 하도록 부탁도 했었다. 우려는 한낯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열화같은 학생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체육대학교 학부 교양과목으로 이번 1학기에 처음 개설된 ‘신문 스포츠 기사의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 글쓰기’ 수업은 학생들의 새로운 학습의욕과 희망을 등에 업고 상큼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이 강좌는 대학생들의 신문읽기 활성화를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서 운영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수년전부터 전국 대학에서 신문 관련 강좌운영안을 받아 심사를 통해 여러 대학을 선정, 신문 관련 강좌를 지원하고 있다.
한체대는 이번에 처음으로 재단지원의 신문 강좌를 운영하는 대학교로 선정됐다. 필자가 소장을 맡고 있는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는 2012년부터 스포츠 미디어 아카데미, 스포츠 언론교실 등 스포츠 미디어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재단의 신문 읽기 강좌 지원사업에도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됐다.
이번 강좌를 계획하게 된 것은 스포츠 전공학생들이 체계적인 신문읽기와 글쓰기 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지식정보화사회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인재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목적이었다. 강좌 이름을 ‘신문 스포츠 기사의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 글쓰기’로 결정해 이야기체가 대세인 스포츠 뉴스기사를 익히고 간결하고 쉽게 글쓰는 방법 등을 집중적으로 배우도록했다.
미디어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신문, 방송 등이 주류 매체였다가 인터넷의 등장으로 디지털 및 모바일 환경이 대세를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이다. 20~30세대는 스마트폰에 의존해 뉴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신문 등 종이 신문과 지상파 방송 등을 점차 외면하고 있다.
뉴스 기사의 전파 속도에서 신문과 TV 등이 디지털 및 모바일 매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기사 형태도 많이 바뀌고 있다. 신문 등 기존 매체들이 단순 나열식의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이야기 형식의 내러티브 기사가 등장한 것은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니먼재단은 2000년대초, 이야기체 뉴스의 이름을 ‘내러티브’로 확정하면서 ‘내러티브는 깊고 정밀한 취재를 기반으로 한다. 창의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기존 뉴스의 고정된 원칙을 탈피해 이야기하듯 뉴스를 전달한다’고 개념을 정의한 바 있다.
예측불허의 승패를 겨루고, 개인 기량을 경쟁하는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머’로 많은 이야기와 화제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스토리텔링의 주요 테마로서는 이상적인 환경을 갖고 있다. 스포츠 뉴스기사가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스토리텔링의 내러티브형 기사를 양산하는 것은 매체의 변화와 함께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러티브형 스포츠 기사는 경기의 승패보다는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훈훈한 감동과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번 강좌는 학생들이 내러티브형 스포츠 글쓰기를 배우고 익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수강생들은 필자를 비롯 석박사로 구성된 전현직 스포츠 기자들로부터 ‘옴니버스 수업’으로 실용적이며 이론적인 강의를 받을 예정이다. 좋은 내러티브를 발굴하기 위한 글감 선정에서부터 시작해 경기기사, 화제, 감동, 논란 등 스포츠 글쓰기와 신문 읽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경험등을 할 것이다. 수강생들은 프로 경기를 직접 관전하거나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내러티브 기사를 직접 쓰고 여러 미디어 관련 과제물을 제출할 계획이다.
강사진과 수강생들이 수업 이외에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글쓰기 첨삭 지도, 교육 자료제공, 피드백 등을 주고 받으며 활발한 소통과 교류를 이루도록 해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강좌는 다른 대학들보다 한 주 빠른 8월 마지막 주 첫 수업이 시작됐으며 총 16주간 매주 금요일 3시간씩 3학점으로 운영된다. 정식 수강생 이외에 한체대 대학원생, 다른 대학생들도 청강하고 있는데,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강좌를 개방할 계획이다.
강좌가 끝나는 오는 12월이후 수강생들이 신문을 좀 더 많이 읽고 스포츠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고 좋은 글을 많이 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체대가 이번 2학기에 처음 개설한 스포츠 내러티브 글쓰기 강좌 오리엔테이션에서 김학수 담당 강좌 교수와 수강생들이 확신에 찬 다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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