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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경기장의 변신은 무죄!





글/이원주



 지난 가을학기 체육철학 시간 스포츠의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스포츠 산업과 관련된 부분이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국제 대회를 위한 경기장을 건립할 때 행사가 끝이 난 후에 어떻게 이를 활용할지 계획을 한다는 것이다. 경기장 주변에 복합 쇼핑센터를 건립하거나 공원을 조성하여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여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기장 사례를 살펴보면서 미래 스포츠 산업에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백억을 들여 만든 경기장은 종종 대회가 끝이 나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떤 경기장은 마땅한 용도를 찾지 못해 돈 먹는 공룡이 되어 국민의 혈세를 축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 대회 유치 후 남겨진 경기장의 실태는 어떠한지 국내외 성공과 실패사례들을 통해 살펴보자.


▲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쓰레기 매립장에서 공원으로!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은 원래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현재 월드컵 공원에 있는 봉우리가 쓰레기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면 과거 상암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2002년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상암에 건립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드넓은 공원과 캠핑장으로 변한 쓰레기 매립지는 연간 98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이용객수를 자랑한다. 작년 한해 91억의 수익은 마포구 경제에 톡톡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래 매립되었던 쓰레기의 메탄가스는 정제 처리되어 경기장 주변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고 공원 내 바람개비는 전력생산을 하고 있다.


상암 월드컵공원 출처: 두산백과



▲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트랜스포머
 
 런던 올림픽 주 경기장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바로 트랜스포머처럼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친환경 올림픽을 주창했던 영국은 경기장의 변신으로 이를 실천했다. 2012년 대회기간 주경기장 좌석 수는 8만 석, 하지만 대회종료 직 후 2만 5천석으로 변신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철거되는 5만 5천석이 폐 가스관으로 만들어져 철거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철거된 자재들은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위해 브라질로 수출된다. 건립당시 초호화 경기장으로 관심을 받던 베이징 올림픽의 주경기장과는 무게 1/3, 에너지 소비량 2/3의 효율을 가지고 있어 대회가 끝난 후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지비용을 요구한다.



분리가 가능한 런던올림픽 주경기장 출처 : 행정자치부 블로그



▲ 도르트문트 월드컵 경기장-친환경 구장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최초의 친환경 월드컵이다. 뮌헨 경기장은 빗물을 재활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하였고 입장권을 소지한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도록 해 온실가스를 줄이려 노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르트문트 경기장의 태양열 발전시설이다. 연간 55만kW의 전력을 생산해낸다.


 한 가구가 월평균 300kw의 전기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약 1만 8천 가구가 한 달 동안 도르트문트 경기장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도르트문트 경기장의 변신은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친환경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 월드컵이 막이내린 이후에도 찬사를 받고 있다.



▼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돈 먹는 하마


  아시안게임의 인천 개최가 확실해지면서 누구보다 인천 시민들은 행복해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의 촉매제로서 아시안게임의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고 일 년이 지난 시점에서 남겨진 거대한 경기장은 그저 ‘돈 먹는 하마’에 불과하다.


 건립에만 1조7천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 경기장 유지비만 해도 20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예상 수익이 37억임을 감안했을 때 굉장한 손실이다. 엄청난 차액은 고스란히 인천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경기장 운영이 아직 일 년밖에 되지 않아 수익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인천시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의 안타까운 수익률 출처: 인천시



▼빚더미 월드컵 경기장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어느덧 13년 전 이야기이다.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대조되는 지역 경제의 빚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흑자를 기록한 경기장은 서울(91억4천), 광주(31억4천), 전주(1억4천), 수원(6천7백) 단 4곳이다. 나머지 4곳은 대구(40억7천), 인천(16억), 대전(12억6천), 제주(4억)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월드컵이라는 엄청난 국제 행사를 유치하게 되었다는 기쁨은 잠깐이었다. 각 지자체가 감당해야할 빚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8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도전 삼수만에 이룬 쾌거로 여겨진다. 하지만 개최 사전, 사후 예상되는 막대한 비용은 분산개최 논의를 일으켰다.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이 녹록치 않음을 암시한다. 일본의 경우 선수촌 8km 근교에서 모든 경기를 치루겠다며 22개의 경기장을 신축하기로 발표했지만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맞으며 철회되었다. 건설비용과 환경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이처럼 세계 대회를 근시안적으로 개최하려는 태도는 지역주민들이 외면할 것이다. 국제 대회의 결과가 장밋빛일지 잿빛일지는 쉽게 예견할 수 없다. 모두가 희망하듯 장기적인 경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겉보기에만 그럴 듯한 단기성과를 지향하는 대회유치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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