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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광주유니버시아드!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현장 속 이야기 - [도핑검사관 활동 편]

 

 

 

 

 

글/이아영

 

 

 

 

 

 

 

 체육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스포츠둥지 기자단(3기)  이아영입니다.

 얼마 전 저는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현장에서 도핑검사관으로 일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느덧 저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Korea Anti Doping Agency)의 소속 도핑검사관이 된 지 4년차가 되어간답니다! 공정한 스포츠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에 큰 사명감을 느끼며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도핑검사관 이아영 AD카드] 

 

 도핑 검사 절차는 세계반도핑기구인 WADA(World Anti Doping Agency)의 Code를 준수하여 실시하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도핑 절차가 동일합니다.

 

      [세계반도핑기구 규정 - World Anti Doping Agency CODE]

 

 도핑검사관은 실제로 선수들과 함께 화장실에 입회(화장실에 함께 들어가는 행위)합니다. 그리고 선수가 직접 소변 시료 채취 용기에 소변을 받는 것을 지켜보며, 검사실로 돌아와 소변 샘플을 절차에 따라 검사 키트(유리병)에 옮겨 따르는 행위에 대한 모든 과정을 지시하고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이번 광주 유니버시아드 선수촌 내 도핑검사센터는 유치원 건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장애인 화장실 내 일반변기를 제외하고는 변기와 세면대가 모두 유아용이었답니다. 화장실을 찾는 선수들은 성인의 무릎에 못 미치는 높이의 깜찍한 변기와 세면대를 보고 귀여움에 활짝 웃으며 긴장을 풀곤 했답니다.

 

 

[유치원 원아들을 위해 제작된 깜찍한 소형 변기와 세면대]

 

 

 우리는 매번 반복적이고 똑같은 도핑 검사를 진행하지만 결코 지겹지 않은! 매번 다이나믹한! 일들을 겪고 있습니다. 절차는 똑같아도 매번 마주하는 상황들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도핑을 좋아하지 않아요!
유니버시아드에서 검사를 실시하면서 선수들을 마주하며 여전히 도핑검사에 선정된 선수들이 도핑에 대해 여전히 불편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수들 중 일부는 도핑 검사를 자신이 정당함을 인정하는 과정이라 여기기보다는 약을 먹었다고 의심을 받는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이번 대회는 특정 대륙을 대상으로 하는 아시안게임과는 달리 전 세계에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참여했던 대회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작은 국가에서 온 선수들 중에서는 도핑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도핑검사관! 피하고 싶은 존재
 하루는 선수촌에서 검사를 실시했던 한 선수를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쳤습니다. 너무 반가워 가까이 다가가자 얼굴은 웃지만 눈은 웃지 않은 채 반가운 척 건네는 인사를 받고 씁쓸했습니다. 잡으러 간 것이 아닌데 선수들은 도핑에 대해 불이익을 받게 되면 선수 자격 정지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얻게 되니 도핑 검사관도 피하고 싶은 존재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큰 대회에서 우승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불필요한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경계심 없이 도핑 검사관들에게 먼저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도핑 검사를 많이 받고 다닌다! 하고 자랑을 하고 싶은가 봅니다. 아! 참고로 도핑 검사실에서 사진 촬영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다는 점!!

 

약을 먹었다고 실토해야 하는건가요...
 도핑검사 절차상 반드시 물어보는 “최근 7일 이내에 복용한 약물 혹은 보충제 등이 있다면 기술하시오”라는 질문에서 선수들은 당황합니다. 먹었던 모든 식품을 다 나열해야 할지, 먹었는데 안 먹었다고 하면 큰 일이 나는 건지, 혹은 그 빈칸에다 어떤 것을 먹었다고 쓰는 동시에 약물 양성 반응자로 오인 받을까봐 걱정을 하는 선수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그러나 도핑검사서에 기입한 내용만으로는 양성이라 판정 지을 수 없답니다.

 

 

[도핑검사 절차 과정을 재연 중인 박주희(U대회 조직위 박주희 도핑 팀장,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김나라 도핑검사관]

(위 사진은 기사용으로 연출된 사진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한 선수당 한 명의 검사관이 실시함)

 

 약물 양성 여부는 실험실에서 소변 및 혈액을 분석한 이후에 나오는 것이니 일반적인 검사에서는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고 이러한 메가 이벤트에서는 48시간 이내에 양성 여부가 확인 된답니다. 보통 음성일 경우에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처럼 분석 결과를 선수들에게 전혀 통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양성일 경우 검사 주관기구는 해당 선수에게 직접 연락을 취합니다. 양성이 나왔다고 하여 바로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지는 않고 선수에게 우선 의도적으로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소명할 기회를 줍니다. 원래 2년의 자격 정지였던 규정이 4년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아시나요... 4년 자격 정지는 곧 은퇴와도 같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입니다. 선수 여러분들 더욱 먹는 것에 조심해야겠지요.

 

 

 여기서 잠깐! 만약 내가 도핑 양성 반응이라면...? 분석에서 실수하지는 않았을까요?


 -선수는 자신의 소변 분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재분석 요청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 선수가 소변을 받아온 후에 2개의 병에 소변을 나누어 따르는 거랍니다. 그렇게 2개의 병에 소변을 나눠 담아 실험실에 보내면 실험실은 A라고 적혀 있는 병 속 소변을 먼저 분석하여 결과를 통보합니다. B라고 적힌 병 속 소변은 선수가 재분석 요청을 했을 경우 사용하는 샘플이랍니다

 

 

 

 저는 광주유니버시아드 선수촌 내 도핑종합관리상황실에서 11일 근무를 했고 개막이후 5일 동안은 태권도 경기장이었던 조선대학교 체육관에서 태권도 도핑 담당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태권도장에서 함께한 자원봉사자들과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이아영 도핑검사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선수촌은 경기장도 아닌데 왜 거기서 도핑을 하나요?”
유니버시아드와 같은 메가 이벤트에서는 선수촌, 즉 자신의 숙소에서 쉬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PRE-TEST라고 부르는 사전 도핑검사를 실시합니다. FISU(세계 대학 스포츠 연맹)의 의무반도핑 위원회의 세부적인 지시에 따라 도핑검사자 대상자를 선정하는 작업을 거친 후 숙소에서 쉬고 있을 선수들에게 통지를 하러 가는 것이지요.

 

 저는 도핑검사관으로 참여한 대회였지만 본부에서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김명수, 권정아, 임철환 행정관들과 함께 사전 검사 대상자를 직접 선정하는 작업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수천 명의 선수들 중 특정 기준에 따라 선수를 랜덤으로 선정하는 것이 여간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또한 선수촌 내에서 정희택 검사관선생님과 함께 도핑자원봉사자들의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U대회 선수촌에서 활동할 도핑 자원봉사자에게 교육 중인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정희택 도핑검사관]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광주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의무반도핑부와 긴밀한 협력으로 선수촌 외 31개에 도핑검사실을 배치하고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소속 도핑검사관 52명을 파견했습니다. 실제로 검사실에서 도핑 검사 절차를 행하는 도핑검사관들의 숨은 노고 덕분에 이 대회가 성공적으로 유치될 수 있었답니다. 선수들은 이 얼굴들 잘 기억해뒀다가 도망 가시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저희는 여러분 편입니다~~~! 도망가지 마세요. 저는 첫째줄 오른쪽 네 번째에 서 있는데 신체의 반쪽은 소지 하지 않은 것처럼 사진이 나왔네요. 호호.

 

[한국도핑방지위원회는 2015년 6월 20일 올림픽 파크텔에서 U대회 대비 사전 교육을 실시함]

 

 

내가 누군지 알아?????????
 도핑검사관은 참 멋진 직업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쓸쓸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모 경기장에서 참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도핑 절차상 경기를 마치고 순위가 결정이 나면 도핑 관계자인 도핑검사관이나 샤프롱(도핑검사동반인-도핑 자원봉사자)이 도핑 검사 선정 대상자들에게 곧바로 달려가 도핑 검사에 선정되었음을 통지합니다. 그리고 시야 안에서 모든 행동을 관찰합니다. 당시 현장은 이러했습니다. 해당 종목 경기장에서는 그 날의 마지막 경기가 방금 막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절차에 따라 시상식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도핑 대상자로 선정이 된 선수가 지금 당장 화장실을 가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WADA 규정상 경기 직후 첫 번째 소변은 반드시 버려질 수 없기 때문에 검사실로 즉시 이동하여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시상식에 차질이 없도록 긴박하게 절차를 진행하려고 하자 해당 종목 고위 임원이 도핑실에 들어와서 선수를 당장 시상식에 참가시킬 것을 강요했습니다. WADA에서 제공하는 [선수의 권리와 의무] 규정에 따라 선수는 시상식이라는 정당한 이유로 도핑 검사에 조금 늦게 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화장실을 급히 가야만 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순간이었기에 경기 운영 측의 너그러운 협조가 필요한 예외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할 텐데요. 관계자의 일방적인 권력과 강압은 결코 선진적인 의사소통 방법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군지 아냐는 질문은 어쩌면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인물에게나 통하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 같으니 말입니다.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아쉬웠던 축제...!
 광주유니버시아드는 도핑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칭찬을 끊임없이 받고 있습니다. 점점 탄탄해져가는 대한민국의 국제대회 유치 경험은 평창 올림픽의 성공유치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핑관리 종합상황실 앞에 모인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김한겸 위원장, 김명수 팀장, 권정아 행정관과

도핑검사관들! 그리고 U대회 조직위 도핑팀 박주희 팀장, 강종필 담당관 등]

 

 

그러한 점에서 차기 대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메가이벤트 기획 기사를 연재해보고자 합니다. 다음 편은 광주유니버시아드 도핑 현장에서 발로 뛰었던 도핑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잘생긴 선수들을 많이 봐서 사심을 채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광주로 가고 싶다~~

다음 회에서 또 만나요~~~

 

이상 스포츠둥지 기자(3기, 2012년) 이아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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