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아타셰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글/원준연






 대한민국 대표팀이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광주 U대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것처럼 참가 외국선수단에게는 아타세들이 대한민국의 또 다른 국가대표였다. 선수단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는데 아타셰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타셰들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국가대표로써 대회기간동안 비지땀을 흘려가며 노력했던 것이다.


아타셰의 사전적 정의는 통역이 주된 임무이지만 실질적인 임무는 통역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타셰를 더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선수단의 손과 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광주 U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하는 마지막 퍼즐이자 숨은 조력자들이었다.
광주 U대회서 잠비아 아타셰로 활동했던 필자의 참가 경험을 바탕으로 뜨거웠던 아타셰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아타셰는 마지막 선수단멤버


아타셰들은 선수단의 멤버라고 할 만큼 선수단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호흡을 같이했다. 아타셰들의 업무는 개막일(7월 3일)보다 일주일이 빠른 6월 25일부터 시작됐다. 6월 25일부터 아타셰들은 입국하는 선수단을 인천공항에서 맞이하고, 선수단을 영접하여 광주 선수촌으로 이동했다.
 광주U대회 선수촌에 도착하면 아타셰들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아타셰들은 선수들과 코치들이 엔트리등록, AD카드 발급, 숙소배정, 수하물 확인, 경기일정확인 등을 아무런 문제없이 끝낼 수 있도록 옆에서 보조한다.

  <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등록절차를 담당하는 방진혁 아타셰 >

                     


 여러 복잡한 업무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전담한 방진혁 아타세는 선수단 입국을 보조하느라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제가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보조하여 개막식으로 가는 버스를 탄 그 순간에 우크라이나 선수단 일부가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그 선수단의 엔트리 등록과 AD카드 발급문제를 해결하느라 저는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단이 문제없이 등록절차를 끝내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복잡한 등록절차 과정은 시작에 불과했다. 팀 스포츠(축구, 농구, 야구, 핸드볼 등)에 참가하는 국가의 아타셰들은 훈련, 경기일정을 꼼꼼히 확인하여 반드시 전날에 팀 버스예약을 완료해야한다. 만약 버스예약을 하지 않으면 그 팀은 훈련스케줄에 막대한 지장을 받거나, 경기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아타세들은 전담하는 팀의 경기일정을 매일매일 확인하여 미리 버스예약을 하여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 체코 야구단의 멤버라는 자세로 활동하는 배윤호 아타셰 >


 버스예약뿐만 아니라 아타셰들은 팀의 구성원이 되어 훈련, 경기에 함께 참석한다. 체코 야구팀 아타셰 배윤호씨는 찌는 더위에도 훈련을 함께했다. “광주제일고 경기장에서 진행된 훈련에 참가했는데 완전히 뙤약볕이었습니다. 천막에는 VIP들이 자리 잡으셔서 자리가 없었습니다. 더위를 참느라 힘들었지만 팀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감독, 코치, 선수들과 함께 고생했습니다.”


 개인스포츠(유도, 수영, 태권도, 육상 등)를 전담하는 아타셰들은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버스의 출발시간에 맞추어 정류장까지 선수단의 이동을 보조한다.


< 선수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꼼꼼히 수행하는 이준호 아타셰 >



 미크로네시아 연방을 보조하는 이준호 아타셰는 육상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를 위해 버스시간을 꼼꼼히 체크했다. “선수촌 주위에는 육상경기가 열리는 광주월드컵경기장까지 정기적으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일정이 항상 유동적이기 때문에 버스 도착, 출발시간을 항상 외워두고, 버스정류장의 위치를 잘 인지해 두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해야지 선수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역할이죠.”


 박준상 아타셰는 대회도중 전담국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했다. “처음에 제가 맡은 국가가 푸에르토리코였습니다. 선수단을 성공적으로 보조하기 위해 푸에르토리코 선수단에 대해 꼼꼼히 공부하고, 준비했는데 중간에 아르헨티나로 담당 국가가 바뀌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동으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원래 맡았던 국가였던 것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대회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하늬 아타셰는 체코의 헤드아타셰를 맡았다. 159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선수단이 입국한 체코는 다른 국가들보다 업무량이 곱절은 된다. 강하늬 아타셰는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을 전했다. “원래 아침 9시가 정규 출근시간인데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아침 6시나 7시에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정규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도 지켜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나 매니저들의 고충처리 및 행정업무 담당, 헤드아타세로써 같은 팀 아타셰들과 HOD(대표단장)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비록 힘들었지만 체코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둬  선수단의 멤버로써 제가 한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 작은 선수단의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한 서경자 아타셰 >


북마라아나 제도를 담당한 서경자 아타셰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선수단을 보조했다. 선수단이 단 2명(코치 1명, 선수 1명) 밖에 입국하지 않은 국가를 담당하게 된 서경자 아타셰는 선수단의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산마리노 선수단이 우리나라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산마리노 선수단이 2명밖에 없기 때문에 대규모로 들어온 선수단에 비해서 아타셰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타셰 본연의 임무인 훈련, 경기 일정업무 이외에도 그들이 저를 가족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친밀감을 형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이렇게 더 노력을 해야지 그들도 이 낯선 곳에서 기댈 곳이 생기고, 대한민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산마리노 선수단의 엄마와 같은 역할이라고 볼 수 있죠.”


                     < 세심한 배려와 준비로 남아공 선수단을 보조하는 배훈 아타셰 >


 남아공을 담당한 배훈 아타셰는 세심한 준비로 남아공 선수단들이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선수단들이 광주를 제대로 접할 수 있도록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점을 미리 조사해 관련 명함집을 만들어서 휴대하고 다녔습니다. 또한, 경기가 끝난 선수단을 이끌고 광주 문화의 전당과 충장로 일대를 둘러볼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동선을 계획해놨습니다. 이번기회를 통해 남아공 선수들이 광주의 참모습을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멋진 경기장, 깔끔한 선수촌, 잘 정돈된 도시의 거리, 삼엄한 경비 등이 이번 2015 광주 U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완벽해도 선수단의 손과 발이 되는 아타셰들의 노력이 없으면 U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없었을 것이다.


 광주U대회에서 종합 1위를 한 대한민국의 선수단처럼 이번 대회의 아타셰들의 노력과 열정은 모든 U대회를 통틀어서도 종합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