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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 에이전트’, 어디까지 들어봤니?







글/박유림





 인천의 한 스크린 야구장. 탕, 탕! 야구공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내 한 사나이의 핸드폰에서 전화가 바삐 울렸다. KBL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이 오고 갔고, 정신 없이 통화가 이루어졌다. 스포츠 에이전트인 비스 스포츠 서동규 스포츠 대표였다. 그는 1998년부터 18년재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다. 농구를 비롯 축구, 야구, 배구 등서 에이전트 업무를 하고 있다. 그를  통해  한국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 스포츠 에이전트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  저는 원래 전공이 국제 경영학 그 중에서도 국제 회의를 공부했습니다. 캐나다 유학 후 한국에 들어왔는데 그 때가 I.M.F가 터졌을 때였어요. 국제 회의와 관련한 회사들은 인턴을 뽑지 않았죠. 할 수 없이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중 정말 우연하게 신문 기사를 봤어요. 그 신문 기사에서 스포츠 마케팅 회사들도 국제회의를 기획하고 주관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그 당시 저는 계속 국제 회의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국제 회의 전문 회사들만 국제 회의를 하는 줄 알았거든요. 기사를 읽은 그 날 집에 가서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모조리 검색해 봤어요. 그 중 한 회사가 인턴을 뽑고 있더라고요. 제가 검색한 그 날이 마지막 마감 날이었어요. 밤을 새 서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만들고 다음 날 회사를 조퇴 하고 그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직접 찾아가 제출을 했어요. 그 때 에이전트에 관해서 아무도 모르고 해 본 적도 없고 했지만 회사에서 해볼 만한 일이라고 판단해 다른 동기들보다 한 달 늦게 정 직원이 돼서 일을 하게 됐어요.


 
- 그렇다면, 스포츠 에이전트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 대개 많은 분들이 스포츠 에이전트 하면 혼돈하는 부분이 매니지먼트하고 많이 혼돈하시는 것 같아요. 스포츠 매니지먼트하고 스포츠 에이전트는 완전히 다른 일이에요. 스포츠 매니지먼트는 연예인 기획사처럼 매니지먼트, 즉 선수에 관련한 모든 것 스케줄을 짜고 그 일과를 같이 움직여요. 회사에서 선수의 일과를 만들어 주고 끌고 가는 거죠. 에이전트는 내가 선수를 만들어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뒤에서 선수를 서포트 하는 거라고 보면 되요. 계약적인 부분이 주가 되겠죠. 계약에 대해서는 연봉 협상이 중요하고 연봉 협상을 잘 하려면 내 선수의 마케팅을 잘 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하려면 선수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거죠.


-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에서 스포츠 에이전트 일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나요?


▲ 스포츠 에이전트는 자신만이 즉, 다른 곳 하고는 차별화 된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 내가 우리 선수의 장점을 더 부각시켜 줄 수 있는 나만의 기준이나 노하우 기술이 있어야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야구 선수의 포지션이 중간에 나가는 선수라면 승패에 대한 데이터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 선수가 아주 그 팀에 중요한 선수란 말이죠. 이 경우 데이터 분석에 있어 표준 기준에 맞추다 보면 이 선수의 장점을 부각 시킬 수 없게 되죠. 우리 선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다른 기준, 이닝 수라 던지 선발 후 경기 변화 양상 이라던지 등의 일반적 데이터가 아닌 내 선수에 맞는 데이터 기록하고 그에 맞게 분석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농구선수도 마찬가지에요. 어시스트, 득점, 리바운드 일반적인 데이터들은 파워 포워드 같은 경우 그 기록이 없을 수도 있어요. 여기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는 우리 선수를 보여주는 데이터, 그 데이터를 분석해 낼 변형된 계산법을 가지고 있어야 되는 거에요. 수비를 잘하는 선수라면 밖에서 보이는 득점이 아니라 수비에 대한 점수로 데이터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모든 선수에게 똑같은 데이터 기준을 갖다 댈 수 없는 거고, 그 선수의 포지션에 맞게 일반적인 데이터가 아닌 필요에 의한 데이터를 만들고 준비를 해야 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에이전트의 남다른 데이터를 찾아내고 눈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 요즘 스포츠 ‘빅 데이터 시대’라고 하는데, 이러한 데이터 수집의 환경 변화에 따라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변화를 느끼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 요즘은 정말 데이터가 넘쳐나요. 야구 같은 경우 모든 게 데이터죠. 스포츠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 팬들도 전문가 못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나름대로의 분석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죠. 데이터 찾으면 찾을 수록 깊이 있는 데이터가 항상 있어요. 팬들이 주는 정보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죠. 스포츠 해설에 있어서도 그림만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데이터 분석력을 갖춘 해설자들이 있어요. 상대팀에 대한 비교, 이 선수와 저 선수가 서로 매치 업 됐을 때 기록이 어떤지, 특정 선수에 약한 선수, 특정 팀에 약한 팀이 있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심리적 관심들도 모두 데이터로 활용해요. 이런 데이터 수집의 경우 인맥을 활용 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요.


-  계약과 관련된 법 지식의 중요성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 에이전트 계약에 있어 아주 깊이 있는 법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일반적인 계약인 민법이 필요하죠.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법률적으로 에이전트를 제도화하는 것에 대해 변호사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사실은 아니라고 봐요. 외국 에이전트들 경우에도 대다수가 선수 출신이지 변호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 내용에 우리 선수에게 필요한 항목이 다 들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거에요. 예를 들어 우리 선수가 해외로 나간다면 표준 계약서 안에 기준대로 계약하되 필요한 요건에 맞게 구체적으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하죠.


선수에게 차를 준다가 아니라 어떤 사이즈의 차며, 기름 값 누가 내는지, 자동차 세금은 누가 내는 지 등의 구체적인 것들이요. 예전 선수 경우를 보면 그 구단의 계약서에는 선수가 사망했을 경우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장례비용은 어떻게 할 것 인지까지 들어가 있었어요. 그 정도로 구체적이죠. 계약이라는 것은 잘하고 있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서로 문제가 일어났을 때 계약서를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거죠. 그 부분을 항상 생각하고 세심하게 따져야 되는 것이 저희의 일이고요.


- 그렇다면, 어떤 선수의 에이전트가 되기 위해 그 선수에게는 어떻게 접근하나요?


▲ 예전 초창기에는 핸드볼 선수를 만나는데 만 9개월이 걸렸어요. 어떻게 연락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경기를 찾아가 끝나고 나서 말 좀 걸어봐야겠다 하면 심장 떨리고, 숙소를 알아내도 보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전화번호 하나를 찾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죠. 하도 답답해 보였는지 아는 기자 분이 전화번호를 내게 주곤 했어요. 지금은 선수 한 두 명을 통하면 다 연결돼요. 요즘에는 SNS도 잘 되어있어서 만나기 전에 먼저 연락할 수 있어요. 선수 입장에서도 나의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 볼 수 있으니 많이 편해졌죠. 선수를 접촉하는 것에서는 예전에 비해 많이 빨라졌어요. 해외선수들의 경우 해외 파트너를 통해 정보를 얻어요. 어떤 선수가 한국에 필요한지 정보를 보내기도 하고 보내 준 정보들을 검토하며 이 선수가 한국에 맞을 지 판단하는 작업을 거치죠.


- 요즘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대표님요.


▲ 개인적으로도 스포츠 에이전트를 하고 싶다고 메일을 통해서 연락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대부분 제리 맥과이어나 스캇 보라스를 통해 스포츠 에이전트의 꿈을 키우죠. 하지만, 솔직히 미국하고 한국하고 환경이 달라요 미국에는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등에서 연봉10억 넘는 몇 십억까지 넘는 선수들이 수 십 명이죠.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먹고 사는 물가는 비슷한데 시장이 다르니, 미국의 경우 그런 애들이 워낙 많으니까 몇 명의 선수만 잡고 있어도 먹고 살 수 있는 거죠. 근데 한국에 그런 선수들이 몇 명이나 있냐는 말이에요.

 어떤 친구들은 자기도 류현진이나 박지성 같은 선수 잡아서 키우자 하는데 그런 선수들은 나한테 안 온단 말이죠. 그 선수들도 보는 눈이 있고 한데. 아직 한국에서는 에이전트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혀있지 않아요. 하나의 직업이 되려면 국내 에이전트도 해야 하는데, 축구선수 몇 명, 외국인 선수 몇 명 가지고 직업이라 하기 힘든 게 현실이에요.


-  스포츠 에이전트로 일해 오면서 느꼈던 보람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저는 일을 하면서 메인은 항상 선수라 생각해요. 우리 나라에서 많은 에이전트들이 생겼다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는 욕심이에요. 에이전트 계약 하나 하나가 돈이다 보니 초심을 잃고 욕심을 부리게 되죠. 처음에는 사실만을 가지고 일 하다가 거짓말을 하게 되요. 자기 선수의 부상을 숨기거나 하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에이전트로서의 신뢰를 잃게 되요. 스포츠 에이전트가 한 번 잘못하면 그 피해는 선수에게 그대로 가요. 평생을 운동만 하던 선수가 1년을 못 뛰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록이 없게 되니 앞으로 계약을 더 못하게 될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에 에이전트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에요.

  내가 에이전트로서 좋은 결과를 잘 만들면 선수뿐 아니라 선수의 가족들까지 한 사람의 인생에 꽃을 피워줄 수 있어요. 지금 KBL 최고 몸값을 달리는 문태준 선수의 경우도 뉴욕 있을 때 지금만큼 빛을 발하지 못했죠. B급 리그만 전전하던 애매한 포지션의 선수가 우리나라 혼혈선수제도 변화로 들어오게 되면서 한국에서 빛을 발했죠. 팔자가 핀 거에요. 하하. 고마운 건 그 친구가 의리도 있어요. 우리 야구장에도 한 번씩 찾아오고 선수 가족들과도 종종 만나요. 들어올 때는 3순위였는데 지금은 제일 잘나가고 있죠. 또 배구선수 레오의 경우에도 보람을 많이 느껴요. 정말 힘들게 한국에 데리고 왔는데 여기서 대우받고 인정받으며 흩어져있던 가족들과 같이 살 수 있게 됐죠. 돈을 떠나 내가 한 사람의 인생에 꽃을 피워줄 수 있구나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현재 가지고 있는 꿈이 있나요?


▲ 보시다시피 스포츠 에이전트를 하면서 지금 스크린 야구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업을 통해 자금 확보를 하려는 거에요. 에이전트를 대형 기획사화 하는데 말이죠. 연예계의 sm, yg처럼 스포츠 계의 대형 기획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물론 우리나라의 스포츠 시장이 그리 크지 않은 문제도 있지만 한국의 경우 거의 패밀리 기획사에요. 어떤 운동선수가 스타가 되면 그 선수의 가족끼리 기획사를 차려요. 여기에는 아마 마음 놓고 맡기기에 안심되는 기획사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거에요. 저는 이제 개인종목, 구기종목의 대부분에 대해 선수를 해외로 보내는 거, 외국인 선수를 받는 거 모두 다 해봤기 때문에 대형 기획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뿐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를 가지고 동북 아시아에 걸친 대형 스포츠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목표이자 꿈이에요.


- 인터뷰를 마치며 못다한 말이 있으시면 이야기 해 주세요.


▲ 많은 친구들이 스포츠 에이전트에 꿈과 관심이 상당한 만큼 앞으로 에이전트라는 직업이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잡길 바래요. 아까 말했듯이 에이전트들이 겪는 시행착오는 에이전트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운동 선수의 선수 생명에 고스란히 피해를 주게 되죠. 에이전트가 필요하다면 에이전트를 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에이전트 육성과정이 있다면 그것이 충분한지 교육을 가르치는 사람이 에이전트 경험이 풍부하며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해외 선진적 리그를 따라가기 위해 성급하게 어떤 제도를 만들기 보다 그에 대한 사전 준비가 철저히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급하게 가다 발생하는 문제는 선수가 고스란히 안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한국 스포츠 세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고도 생각해요. 시장이 커지는 것에 따라 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가 먼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비스스포츠 서동규 스포츠 대표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물음에 솔직하게 답하고 앞으로 한국스포츠가  가야 할 스포츠 에이전트의 모습을 누구보다 고민하던 모습을 통해 스포츠 에이전트란 직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끝으로,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는 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배우고 한국 스포츠 에이전트의 화창한 미래 모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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