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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정치인이 테니스와 사랑에 빠진 이유






글/최고은




  정치인은 강한 리더십과 소신이 필요하다. 위치가 높아 질수록 막중한 책임감과 중압감을 견뎌내야하는 정치인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왔다. 테니스는 정치인들이 즐기는 대표적인 종목의 하나이다. 바로 ‘스트레스 해소’ 때문이다. 테니스는 매우 격렬하면서도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하기 때문에 상대와의 접촉이 없는 스포츠이다.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적어 평생 스포츠로 즐길 수 있고 유.무산소성 능력을 모두 사용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스트레스는 많지만 시간이 부족한 정치인들에게 테니스야 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스포츠인 것이다. 정치인들이 테니스를 치는 또 다른 이유는 동료 정치인들과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파트너가 필요한 스포츠이다. 특히 상대방과 공을 주고받으면서 신뢰가 형성된다. 때문에 행정부 또는 내각을 지도하는 대통령들은 관료들과 테니스를 즐겨 치면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테니스를 사랑한 대표적인 정치인들을 소개한다.



Just for FUN


 (루즈벨트 대통령과 tennis cabinet. 출처 - log.gov)



 미국 백악관의 테니스 역사는 제 26대 시어도어 루즈벨트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백악관에 테니스 코트를 만들면서부터 백악관의 테니스가 시작되었다. 사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단한 운동가였다. 그는 테니스 외에도 주짓수, 조정, 승마, 복싱 등의 스포츠를 매우 좋아했다. 그가 스포츠 광이 된 이유는 조금 특별하다. 어릴 적부터 병약하고 심장이 약했던 루즈벨트는 격한 운동을 삼가라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오히려 적극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백악관의 젊은 관료들과 함께 테니스를 즐겼는데, 그와 함께 테니스를 친 젊은 관료들을 “Tennis Cabinet(테니스 내각)”이라고 불렀다.



(피트 샘프라스와 테니스 치는 조지 부시. 출처 - bush library)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테니스 사랑은 그가 백악관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났다. 그가 백악관에서 한 첫 번째 명령이 테니스코트를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조지 부시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테니스를 배웠는데 그의 어머니인 도로시 여사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테니스 선수였다. 이후 조지 부시는 그의 아들인 조지 워커 부시에게도 테니스를 가르쳤지만 아들 부시는 그다지 테니스에 재능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 부자 모두 테니스를 매우 좋아하였다. 특히 조지 하버트 부시는 피트 샘프라스(Pete Sampras)등 유명한 테니스 선수들과 테니스를 치기를 좋아했다. 후에 2011년 Bush family tennis center가 헌정되었는데 이를 두고 아들 부시는 테니스 센터의 이름이 조지 하버트 워커 부시가 되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Not just Fun also Policy!
취미로 즐기는 것에 더 나아가 테니스를 정책에 이용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실제로 많은 정치인들이 스포츠를 정책적으로 이용해왔다.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은 유도를 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서 남성적이고 강한 리더십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1971년 나고야 세계탁구대회를 통해 중국과 미국의 막혔던 교류를 회복한 이른바 ‘핑퐁외교’ 는 탁구를 정치에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테니스를 자신의 정책으로까지 끌어들인 정치인들은 누가 있을까?


(sns에 올라온 문제의 사진. 출처 - 이명박 前 대통령 sns)


 첫 번째 인물은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 역시 테니스를 매우 즐긴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테니스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은 경우이다.  그는 대통령 재임시절 실업테니스 선수 출신의 김지선씨를 청와대 ‘테니스 비서관’으로 임명하여 테니스 레슨을 받았다. 또한 해외 순방을 다녀온 날, 쉬라는 비서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테니스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비서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테니스 사랑은 도가 지나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른바 ‘황제 테니스’ 사건 때문이었다. 그는 대통령 퇴임 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실내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는 자신의 모습을 SNS에 올렸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일주일 전 예약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코트장에서 이 전 대통령이 이용하는 시간대만 예약 시스템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 동호인들이 특정 시간대에 코트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SNS를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그의 시도는 오히려 이질감만 불러일으켰다.



(Let's move 캠페인으로 테니스를 치고 있는 미셀 오바마. 출처 - letsmove.gov)


 두 번째 인물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족이다. 그 중에서도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테니스를 자신의 정책 도구로 적극 이용하고 있다. 그녀의 테니스 사랑은 가족 중 가장 뜨겁다. 사실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가 어렸을 적엔 동네에 테니스코트가 없었고 테니스를 배울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테니스 사랑은 취미와 일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녀는 2013년 US오픈에서 Arthur Ashe Kids Day(아서 애쉬라는 미국의 흑인 테니스 선수의 이름을 딴 어린이날 행사) 개최에 참여해 본인의 테니스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것을 시작으로 현재 그녀가 미국 전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린이 비만 퇴치 캠페인인 “Let's Move!"에서 테니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녀의 노력에 힘입어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방과후 테니스 교육, 코트건설 및 지도자 양성 등의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테니스 치는 말리아 오바마. 출처 - dailymail.co.uk)                            (오바마와 보즈니아키. 출처.new1)



 영부인의 테니스 사랑은 그녀의 딸인 말리아 오바마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그 결과, 말리아는 어릴 적부터 테니스레슨을 배우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학교대표 선수가 되어 최고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테니스를 좋아한다. 오바마는 어릴 적부터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하여 평생 운동으로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실제로 그는 여러 테니스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테니스 치기를 즐겨한다. 2015년 부활절을 맞아 테니스 스타 카롤린 보즈니아키(덴마크)선수를 초청해 함께 테니스를 치기도 하는 등 백악관 행사에 테니스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테니스 치는 보리스 옐친. 출처. dailytelegraph.com)


  세 번째 인물은 러시아 1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1991~1999)이다. 옐친은 역사적으로 정치인들 중 가장 테니스를 사랑한 정치인이다. 그는 아예 러시아의 테니스 발전을 정책으로 시행한 인물이다. 옐친이 집권하기 전, 테니스는 자본주의적 스포츠라는 이미지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불모지였다. 그러나 옐친 집권 후, 테니스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다. 테니스가 ‘대통령의 스포츠’로 불리면서 러시아 고위층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국민들에게 테니스는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여겨졌다. 옐친은 국가적으로 테니스를 발전시키는 정책을 펼쳤는데 옐친 집권 이후 러시아 전국에 200개 미만이던 테니스장이 2,50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1년에 15개 정도였던 테니스 대회가 꾸준히 늘어나 지금은 1,000개가 넘는 대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더욱이 옐친은 ‘크렘린컵’이라는 대회를 본인이 직접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옐친이 집권한 이후 2000년대 초반 러시아 선수들은 세계 여자 테니스를 독식하였다. 그의 테니스 선수 육성사업의 결과였다. 이 때, 세계 20위 안에 무려 7명의 러시아 선수가 포진해 있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아나스타시아 미스키나,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 마리아 샤라포바 등이 있다. 또한 현역 러시아 테니스 스타인 마리아 키렐렌코는 인터뷰에서 여자 러시아 테니스 선수들이 강한 이유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테니스 애정으로 인해 러시아의 테니스 인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샤라포바에게 사인을 받는 옐친. 출처.Getty Image)


 옐친은 퇴임 이후에도 병세가 악화되기 직전까지 러시아 선수들의 테니스 대회를 응원하기 위해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 대회 여행을 취미로 삼았다.


스트레스 해소와 리더십 관리, 그리고 정책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는 테니스. 정치인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이 스포츠는 앞으로도 꾸준히 평생 스포츠로 사랑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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