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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 선수 부모,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글/최고은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김현아 양과 어머니와의 갈등이 방송되어 화제가 되었다. 김양의 어머니는 딸에게 항상 1등을 강조하며 24시간 딸의 매니저와 코치 역할을 한다. 이처럼 운동선수로서 자녀의 성공을 위해 부모는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엄격한 관리자가 되는 것이 능사일까? 올바른 스포츠 부모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선수는 이제 더 이상 배고파서 선택하는 직업이 아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되면 부와 인기, 명예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여러 종목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스포츠 조기교육을 시키는 한국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속에 부모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스포츠 교육 안에 자녀의 선택은 없다는 것이다. 소수의 성공담을 맹목적으로 쫒는 행렬 속에 사라지는 무수히 많은 실패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인비선수와 박건규씨. 출처 kb금융그룹)



 스포츠부모의 대표적인 예는 골프 박세리의 아버지인 박준철 씨이다. 박세리 선수와 아버지와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박준철씨는 딸을 혹독하게 훈련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여자 골프서 ‘제2의 박세리’를 꿈꾸는 ‘박세리Kids’ 가 나타났고 그녀들의 아버지들은 박준철씨의 행보를 롤 모델로 딸을 훈련시켰다. 대표적인 ‘박세리kid’가 박인비(27)이다. 박인비는 현재 박세리의 기록을 뛰어넘어 세계 여자 골프 1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한국인 최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였다. 그런 그녀에게 처음 골프채를 쥐어준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인 박건규 씨이다. 박건규씨는 박세리가 US오픈에서 우승한 다음날 딸을 골프연습장으로 데려간 일화로 유명하다. 이후 박건규씨는 딸을 골프유학을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딸의 뒷바라지를 하였다.


 그러나 부모가 선수의 매니저역할을 하는 것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특히 골프는 개인종목의 특성상 부모가 자녀에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많다. 또한 골프는 훈련비용, 레슨비용 등 굉장히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한 타, 한 타에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감정을 자녀에게 고스란히 표현하기도 한다. 일종의 채찍질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실제로 박건규씨는 딸의 캐디를 할 때, 대회에서 딸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를 한 날 딸에게 “넌 선수도 아니다.” 라는 등의 야단을 치고 그 날 밤 술에 취해 호텔방에 들어와(딸과 같이 쓰는 방에서) 코를 골며 잔일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는 골프선수들의 부모들에게서 매우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정창용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스포츠심리학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부모의 보상심리가 자녀에게 심리적인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녀의 선수로서의 성공을 위해 자녀와의 관계를 포기하거나 파괴하는 극단적인 양육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세리 선수는 아버지의 혹독한 태도에 대해 매우 힘들었다고 공식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운동선수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혹독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정창용 교수는 이는 소수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맹목적으로 쫒아 한 가지 방법에 올인 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또한 박세리, 박인비와 같은 유명 선수들은 부모로부터 오는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본인이 견뎌낸 경우이며 대부분의 선수들이 심리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얻거나, 중도에 운동을 포기하고 만다라고 지적한다.




(안드레 아가시의 자서전<OPEN> 출처.http://aneshkalan.com/2014/open/)




(안드레 아가시와 아버지. 출처. tennis.com)


 테니스도 대표적인 개인 스포츠이다.  막대한 돈이 들고 부모의 영향력이 큰 종목이다. 지금은 은퇴한 남자 테니스 스타인 안드레 아가시(미국)는 최근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테니스를 하기 싫었으나 아버지의 강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테니스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아버지에 의해 테니스선수가 될 것이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의 아버지는 직접 테니스 볼 머신과 코트를 만들어 하루 종일 그에게 테니스훈련을 시켰고, 만약 그가 공을 잘못 치면 버럭 화를 내며 가르쳤다고 한다. 그에게 집이란 그저 “테니스를 해야 하는 곳” 일 뿐이라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훌륭한 테니스선수가 되었지만 그의 유년시절은 전혀 즐거울 수 없었다.


 한 게임에서의 패배가 모두 자신에게 돌아가는 개인 스포츠의 비해 단체 스포츠는 자녀가 심리적인 압박을 덜 받는다. 경기에 지더라도 어느 한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체 스포츠 선수의 경우에도 부모의 스파르타식 양육방식은 같다. 다만 그 양상이 다를 뿐이다. 단체 스포츠의 경우에는(특히 한국에서) 감독의 권한이 절대적이라 부모가 자녀와 접촉할 기회가 적다. 그러나 부모는 감독의 눈치를 봐야하고 감독에게 돈을 주는 등의 비리가 심하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운동을 가르치면 공부보다 돈이 더 들면 더 들지, 덜 들지는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부모는 자녀에게 이리저리 돈을 많이 들였기에 자녀를 더욱 혹독하게 훈련시키려 하고 자녀의 경기에 촌각을 곤두세운다. 박지성의 아버지인 박성종씨는 아들에게 엄격한 훈련과 인성교육을 시켰다고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창용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실제로 유명 선수들이 겪은 것처럼 부모의 혹독한 교육을 견뎌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박지성도 이를 이겨낸 소수의 케이스라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지적한다.



 (서장훈선수 출처.연합뉴스)


 앞에서 언급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방송에 출연한 서장훈 전 프로농구 선수는 딸에게 엄격한 태도를 고수하는 어머니에게 “잘못 하고 계신 것이 너무 많다.”, “1등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다.”라며 지적했다. 사실 서장훈의 아버지는 그가 농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매니저역할 하며 많은 헌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비슷한 부모 밑에서 자란 서장훈의 말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어서 서장훈은 “자신의 아버지도 자신을 위해 희생하시느라 당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셨다. 지금도 아들생각에 농구를 보는 부모님을 보면 마음이 헛헛하다.” 라고 말하며 스파르타식 양육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물론 부모역할에 있어 엄격함은 반드시 필요하다. 운동선수에게 자기관리를 가르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자녀에게 심리적인 상처나 트라우마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자녀의 성격과 성향에 따른 유연한 부모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정창용 교수는 부모가 자녀에게 코칭을 하는 경우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이 부분에서 부모-자식 간의 갈등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스파르타식의 자녀양육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나의 자녀를 단순히 운동 잘 하는 선수로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부모의 대리만족을 위한 것인가, 아이의 성장을 위한 것인가 스포츠 선수를 키우는 부모들은 자문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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