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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핫도그 먹기 대회는 스포츠일까?

 

 

 

 

 

글/원준연

 

 

 

 

< 이 많은 양의 핫도그를 10분 안에 먹는 것이 가능할까? / 출처 : Google >

 

 

61개의 핫도그, 18,000 칼로리

 

 2014년 핫도그 먹기 대회의 챔피언 조이 체스트넛(Joey Chestnut)이 10분 동안 먹은 핫도그의 숫자와 칼로리이다. 놀랍게도 핫도그 먹기 챔피언이 그 짧은 시간에 섭취한 칼로리는 평균성인이 10일 동안 섭취하는 칼로리와 맞먹는다.

 

핫도그 먹기 대회가 흥미로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핫도그 먹기 대회가 ‘스포츠’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 우리가 흔히 스포츠하면 떠올리는 종목들 / 출처 : Google >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핫도그 먹기 대회가 어떻게 스포츠라고 불릴 수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보통 스포츠에 속하는 종목은 대부분 축구, 농구, 야구, 배드민턴, 양궁, 태권도 등 올림픽에 나오는 종목들이 떠오를 것이다. 굳이 스포츠의 정의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더라도 이러한 종목들은 보통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어떻게 핫도그 먹기 대회가 스포츠일까?

 

 

< 핫도그 먹기 대회의 챔피언 조이 체스트넛 / 출처 : Google >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스포츠는 신체기능과 기술이 요구되는 활동이며, 개인 혹은 팀이 서로 경쟁하는 행위라고 정의되어있다. 또한 스포츠는 행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사전적 정의를 고려해보면 핫도그 먹기 대회는 스포츠에 속한다. 먼저 먹기 대회에서 선수들은 빨리, 많은 양의 핫도그를 먹어치우기 위해 경쟁한다. 또한 ‘빨리 먹기’위해 그들은 다양한 신체기능과 기술을 사용한다. 현재 핫도그 먹기대회 챔피언인 조이 체스트넛(Joey Chestnut)은 네이선 핫도그 먹기 대회(Nathan’s Hot Dog Eating Contest)에서 지난 8년간 연속으로 우승했다. 그가 천운을 타고나서 8년이나 연속으로 우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에서 방영되는 스포츠에서 사용되는 기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인 ‘스포츠과학(Sport Science)’에서는 먹기 황제인 조이 체스트넛(Joey Chestnut)이 어떻게 핫도그를 빨리 먹기 위해 신체기능과 기술을 사용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유투브 동영상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6QW_ve1TlmI)

 

 음식을 빨리 먹기 위한 첫 번째 필수조건은 강한 턱이다. 턱이 강할수록 음식을 더 빨리 씹어서 식도로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먹기 대회 선수들은 강한 턱을 가지기 위해 5개의 껌을 한 번에 씹는 연습을 한다. 혹독한 껌 씹기의 대가로 선수들은 군견인 셰퍼드만큼 강한 턱을 갖는다. 음식을 빨리 섭취하려면 강한 턱과 더불어 식도가 음식을 빨리 내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음식을 입에 넣은 후 코를 막고 숨을 내쉬어 귀가 뻥 뚫리도록 하는데 이는 식도의 압력을 높여서 음식이 빨리 내려갈 수 있도록 한다. 이뿐만 아니라 선수들은 먹는 동안 지속적으로 점프를 해주어 더 큰 중력을 통해 음식이 빨리 내려가도록 한다. 이와 같이 먹기 대회 선수들은 다양한 신체기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훈련한다.


핫도그를 빨리 먹는 것이 다양한 신체적 기술과 훈련을 요구하는 것과 더불어 핫도그 먹기 대회는 다른 주요 스포츠 대회와 같이 매년 메이저 대회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대회를 관리하는 전문적인 조직이 있다. 흥미롭게도 핫도그 먹기 대회는 두 개의 메이저 대회가 있으며 가장 큰 대회는 매년 뉴욕 코니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네이선 핫도그 먹기 대회(Nathan’s Hot Dog Eating Contest)이다.

 

 

< 네이선 핫도그 먹기 대회 / 출처 : Google >

 

 올해 100회째를 맞는 핫도그 먹기 대회는 35,000명의 관중이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상금은 50만 달러(약 5억원)정도로 큰 대회이며 이 대회는 미국에서 국가적인 이벤트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이 대회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핫도그 먹기 대회가 스포츠의 범주에 들어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못지않게 핫도그 먹기 대회가 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핫도그 먹기 대회가 스포츠가 아니라는 주장 중에 가장 지적하고 있는 사실은 ‘먹는 것’은 운동기술이 아닌 일상행위라는 점이다. 다른 스포츠선수들의 운동기술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하는 행위가 아니다. 활을 쏘거나, 공을 정확하게 농구 림에 넣는 것 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먹기‘라는 행위는 매일 우리가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상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이것을 다른 스포츠 기술들과 같은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핫도그 먹기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기술은 ’비-운동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행위를 일반적인 스포츠선수들이 성취한 기술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이 주장의 요점이다.

 

 

                               < 시청자들의 폭식을 유도할 수 있는 먹기 대회 / 출처 : Google >

 

 

 또한, 먹기 대회는 폭식을 장려한다. TV에서 시청한 내용은 시청자들의 무의식에 남아 시청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점을 고려해볼 때 먹기 대회를 TV에 방영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폭식을 조장할 수 있다. 먹기 대회를 시청한 후 자신들이 얼마나 빨리 먹을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먹는 것을 시청한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요리사들이 여러 가지 요리를 선보이는 요리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입맛을 돋우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적극적인 신체활동과 건강을 장려하는 것인데 어떻게 몸에 해로운 폭식을 조장하는 대회가 스포츠가 될 수 있겠는가?

 

 

<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불룸버그 뉴욕 전(前)시장 / 출처 : Google >


 흥미로운 사실은 가장 큰 메이저 대회인 네이선 핫도그 먹기 대회(Nathan’s Hot Dog Eating Contest)가 뉴욕에서 개최된다는 점이다. 뉴욕시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前)시장의 주도로 식당, 편의점, 영화관, 공원에서 큰 사이즈의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할 만큼 시민들의 건강에 신경쓰고 입장이라 먹기 대회와 같이 폭식을 조장하는 대회를 주최한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핫도그 먹기 대회를 스포츠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시사한 바는 ’스포츠를 사전적의미로만 정의할 것인가?‘ 아니면 ’스포츠의 정의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가?‘ 이다.

 

 아직까지 ‘핫도그 먹기 대회’가 스포츠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번기회를 통해 ‘핫도그 먹기 대회’ 같이 스포츠 같지 않은 대회들이 스포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기회이다.

 

 만약 핫도그 먹기 대회가 공식적인 스포츠로 인정되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진다면 미래에는 올림픽에서 핫도그 먹기 대회 우승자가 시상대에서 메달을 거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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